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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감옥에서 온 편지 19] 내 삶에 작지만 큰 쉼표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행복공장은 '성찰을 통해 개개인이 행복해지고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위기와 갈등을 극복하자는 취지'로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프로젝트를 기획하였습니다. 3월부터 5월, 9월부터 12월까지 매주말 스무 명 남짓의 사람들이 1.5평 독방에서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24시간의 고요를 통해 내가 새로워지고 우리 사는 세상이 행복해지면 좋겠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행복공장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습니다)

 

[감옥에서 온 편지 19] 내 삶에 작지만 큰 쉼표

행복공장 성찰 프로젝트는 내 삶에 작지만 큰 쉼표였다. 30여년 인생을 살면서 오롯이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본 적이 거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 자신에 대해 스스로 생각할 시간이 별로 없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내 자신과 마주 앉아 대화를 할 수 있었다.

토요일 아침, 이 프로젝트 또한 하나의 스케줄이라 생각하고 3시간여 운전한 후 홍천 행복공장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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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하자마자 참가자들과 인사를 나눈 후 개인 사복을 벗고 수의(?)로 갈아입었다. 수의라고 하기엔 무척 편안했다. 서로간의 참가 동기와 담소를 나눈 후에 점심 식사를 하였다. 행복공장답게 식사는 채식이었다. 밥은 편안하고 매우 맛있었다. 식사 후 행복공장 근처 논길, 밤나무길, 대추나무길에서 산책을 하였다. 아직 수확하지 않은 노란 벼를 오랜만에 직접 손으로 만져보았다. 고소한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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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을 간소하게 챙긴 후 입실하였다. 이제 20시간 외부와 단절된 채 혼자 있어야 한다. 종이 울리고 스마트폰도 반납하였다. 문이 철컥 잠긴다. 바깥은 약간 구름에 해가 중천에 떠 있었다. 식사 후 산책을 해서인지 피로감과 졸음이 오기 시작했다. 오침을 취했다.

몇 시간이 지났을까. 바깥은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다. 문 쪽을 바라보니 고구마 1개와 쉐이크 1병이 도착해있었다. 저녁식사이다. 평소 같았으면 이것의 3배 이상은 먹었겠지만 천천히 음미하면서 맛있게 먹었다. 먹으면서도 이 정도면 충분한 양이라고 생각했다.

그 동안 쉼 없이 달려왔다고 생각했다. 마치 폭주기관차처럼 앞만 보고 달려왔다. 중간에 의도치 않은 공백기가 있었지만, 그건 휴식이 아닌 다른 것을 준비하기 위한 일종의 통과의례였다. 밤이 다가오는 것을 보면서 그동안의 인생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창피하고 괴로운 기억들도 있었지만 늘 결론은 긍정적으로 내리자고 다짐하였다. 밤이 완연한데 별과 달이 잘 보이지 않았다. 구름이 얄미웠다.

몇 시간을 또 잠들었을까. 시계를 안 가져온 탓인지 몇 시인지 파악되지 않았다. 심심하지만 이렇게 고요한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라 생각했다. 주변 물품들을 꺼내보았다. 과거 참가자들의 낙서장도 자세히 보고, 문구 상품에 써진 작은 글씨들도 한번 읽어보았다. 누군가가 다 의미있게 남긴 흔적들이라 생각하니 뭔가 흐뭇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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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이투데이 최유진 기자)

아침 식사가 도착했다. 땅콩 죽, 야채, 과일이었다. 배고픔을 생각지 못했는데 음식을 보니 허기가 진 것도 같았다. 맛있게 다 비우니 바깥은 어느새 밝아왔다.

종이 울렸다. 철컥 문이 개방되었다.

샤워를 하고 스마트폰을 받았다. 왠지 모르게 켜고 싶지 않았다. '폰아 너는 좀 더 쉬게해주마.' 사실 내가 더 쉬고 싶은 것인지 모르겠다. 사람들과 마주앉았다. 서로 간의 소회를 밝혔다. 사람들 표정은 다 밝았다. 감옥에서의 시간 때문에 밝은 것인지 가석방이 되어 밝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20시간은 좀 짧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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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복으로 갈아입었다. 사람들과 인사도 나눴다. 차 시동을 걸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고 이 큰 쉼표는 내 가슴속에 담아두면 될 것이다.

글 | 양주진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참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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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보기 :

http://www.huffingtonpost.kr/happitory/story_b_1828017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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