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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감옥에서 온 편지 20] 감옥에서 나오기로 하다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행복공장은 '성찰을 통해 개개인이 행복해지고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위기와 갈등을 극복하자는 취지'로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프로젝트를 기획하였습니다. 3월부터 5월, 9월부터 12월까지 매주말 스무 명 남짓의 사람들이 1.5평 독방에서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24시간의 고요를 통해 내가 새로워지고 우리 사는 세상이 행복해지면 좋겠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행복공장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습니다)

 

[감옥에서 온 편지 20] 감옥에서 나오기로 하다

'내 안의 감옥' 에 다녀온 지 보름이 지났다.

가을의 문턱에서 따사로운 햇볕을 느끼며 1박 2일의 여행을 다녀오고 싶은 마음을 접고 홍천으로 향했다. 혼자 떠나는 여행의 필수품인 작은 수첩들과 부드럽게 잘 써지는 수성펜을 챙겼다. '감옥'에 가서 무엇을 할 것인지는 별로 정한 바가 없었다.

일찍 도착하여 잠시 시간의 여유가 주어지자 나는 마치 소풍을 나온 아이처럼 열심히 돌아다니고 사진을 찍으며 즐기느라 여념이 없었다. 성찰을 하러 온 것인 만큼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고요하고 차분한 마음을 유지해야 하지 않겠나.. 라는 생각이 스쳐 갔지만, 어찌된 일인지 생각과 마음은 일치하지 않았다. 나의 마음은 연두색 잔디밭에 가 있었고, 건너편에는 진한 회색으로 칠해진 감옥이 기다리고 있었다. 나의 마음은 감옥보다는 잔디밭이나 코스모스를 더 원한다는 사실을 수용하면서 나의 감옥 생활은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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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방에 들어가서 가장 먼저 한 일은 방 안의 물건들을 잘 살펴보고 자리를 찾아주는 것이었다. 무엇으로 이 공간을 채울 것인지, 무엇을 바라볼 것인지 정하는 과정에서 마음도 차분하게 정돈이 되었다. 독방안에서 무엇이든 '창의적으로' 해보라는 안내는 단조로운 방안에서 재미를 느끼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마음이 어지럽고 해야 할 일들이 손에 잡히지 않으면 여행을 떠나고 싶어진다. 낯선 거리를 걷고,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고, 맛난 음식을 맛보며 마음을 정리하는 것이다. 여행이 주는 행복 중 하나는 일상생활의 번잡함으로 둔해진 감각을 일깨우고, 풍부한 감각적인 경험을 얻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좁은 독방에 가만히 앉아만 있었음에도 풍부한 감각적인 경험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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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참에 긴 일기를 쓰겠다던 계획은 완전히 버리고, 작은 방 안의 물건들, 창 밖의 고요한 풍경, 건너편에 어른거리는 사람의 그림자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마음이 단순해지니 주변의 모든 것이 음미의 대상이 되고 지루할 틈이 없었다. 걱정과 불안에 사로잡혀 복잡해진 마음은 어디에 있어도 행복하지 않다. 
일 년 내내 천하의 절경을 마주하고 있어도, 매일 매일 새로운 것들을 접해도 그 마음이 행복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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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행복을 가로막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차립니다'
'나를 가두고 있는 내 안의 감옥에서 나옵니다'

'휴휴-내 안의 감옥에서 나오기' 책자는 독방에서의 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는 길잡이가 되어 주었다. 
글을 쓰지 않지 않기로 하고 가만히 있다가 문득 책자를 집어 들었는데, 어느 순간 준비라도 해온 듯 술술 글을 쓰고 쉴 새 없이 그림을 그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판결문을 쓰면서는 그동안 살아오면서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부분들을 냉정하게 돌아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노력한 부분을 인정하고 수용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으면 주어진 환경을 탓하고, 주변 사람을 원망하고, 그것마저 안 되면 자책하고 절망에 빠진다. 그 모든 것이 감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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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자유가 있고, 원하지 않는 것을 하지 않을 자유도 있다. 
그리고 나를 불행하게 하는 내 안의 감옥에서 스스로 걸어 나오는 자유라는 것도 있다. 
감옥에 갇혀서 못 나온다고 생각하면 무력해지지만, 감옥에서 나오면 되지 라고 생각하면 힘이 생긴다.
내가 만들어 놓은 내 안의 감옥을 바라보는 것, 그 감옥에서 나오기로 마음을 먹는 것이야말로 행복의 출발점이 아닐까. 감옥을 나온 나는 '자유롭고 평화로운 삶, 나와 세상을 이롭게 하는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다.

글 | 임태연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참가자)

'독방 24시간' 신청하기

원문보기 : 

http://www.huffingtonpost.kr/happitory/story_b_1847625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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