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감옥에서 온 편지 12] 아날로그적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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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행복공장은 ‘성찰을 통해 개개인이 행복해지고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위기와 갈등을 극복하자는 취지’로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프로젝트를 기획하였습니다. 3월부터 5월까지 매주말 스무 명 남짓의 사람들이 1.5평 독방에서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24시간의 고요를 통해 내가 새로워지고 우리 사는 세상이 행복해지면 좋겠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http://happitory.org/relay_intro 에서 볼 수 있습니다)
[감옥에서 온 편지 12] 아날로그적 삶
법인에서 사회복지사 소진 예방을 위해 '내 안의 감옥'이라는 프로그램을 제안했고, 기대 반 걱정 반으로 '행복공장'에 대한 인터넷 검색을 시작했다. 블로그, 카페 등에 다양한 글이 올라와 있었는데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서 좋았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적어도 나의 삶에 있어서 아날로그식의 생활방식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었는데 무의식중에 프로그램 정보를 얻기 위해 미디어, 매체 등을 활용하는 나를 보며 이미 디지털화되었음을 자각할 수 있었다. 사실 1인 가구가 보편화된 현대 사회에서 독방체험이 대수롭지 않게 여겨질 수는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매체와 단절한 채 떠나 있는 경험은 쉬운 일이 아니다. 도전에 있어서는 몸을 사리지 않기 때문에 희망의 날개를 활짝 펴고 홍천으로 향했다.
사회에 소속되어 맡은 역할은 다양하겠지만 똑같은 수련복으로 갈아입고 한 명의 참여자로 임했다. 프로그램 일정 및 규칙에 대해 소개를 받고, 간단한 산책 후에 'The Prison Inside Me'가 시작되었다.
푹~ 쉬고 오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으나 들어가자마자 누워서 무엇을 해야 할 지 고민했다. 나에 대해 생각을 하다 보니 주변인들을 빼놓을 수 없었고, 과거로 돌아가며 생각나는 사람들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며칠 전 헤어진 남자친구를 필두로 어릴 때 친구까지... 손편지를 쓰다 보니 컴퓨터, 핸드폰 문자메시지에만 익숙해져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정성과 진심을 종이에 옮겨 담았다. 종착점은 '나에게로의 편지'였다. 무려 6장을 빽빽하게 쓰면서 거짓도 꾸밈도 없는 진정한 이야기를 썼다. 남들에게 보여주는 글이 아닌 오롯이 나에게 쓰는 것이라 자아를 탐색하는데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도구가 되었다. 장소의 영향인지 매일 쓰는 일기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어느새 그 곳에 젖어들어 바깥세상에서의 내가 아닌 그 곳에서의 나를 돌아보고 있었다.
숙제처럼 여겨졌던 워크북의 내용 중에서 미래의 내가 현재의 나에게 쓰는 편지가 있었는데 앞으로 있을 일에 대해 찬찬히 쓰면서 어떻게 살아갈지 구체적, 현실적으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문제가 되는 행동들에 대해 수정 가능성도 엿볼 수 있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눈 깜짝할 사이에 하루가 지나갔다. 프로그램이 끝난 뒤 '나누기' 시간에 여러 가지 소감이 있었다. 독방이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그 속에서 무언가를 느끼고 깨달음을 얻었다는 분, 살아오면서 남의 시선에 대해 신경 쓰지 않겠노라고 다짐했지만 타인의 행동에 반응을 보이는 자신을 발견했고, 그것에 대해 생각을 해보았다는 분도 있었다. 나에게 있어서는 꼭 기억하고 싶은 추억 중의 하나였고, 기회가 된다면 조금 오랜 시간 체험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행복공장 관계자 분들의 모습에 감동했고, 그러한 여유를 가질 수 있음에 감탄했다. 나 또한 기회가 된다면 꼭 한 번 그러한 삶을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장님께서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올 예정이라고 말씀하셨다. 현재 청소년과 함께 지내고 있어서인지 자아정체감을 확립하는 시기의 청소년이 자아를 탐색하거나 인식하는데 혼자만의 시간을 가짐으로써 스스로 깨닫게 하는 것은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그 속에서 어떤 것이라도 느낀 바가 있다면 자신의 삶의 방향성을 찾는데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이 글을 마친다.
글 | 이선미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참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