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캠프 [스케치] 은둔고립청년 가족 치유캠프 2차(2023.07.4-0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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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차
강원도 홍천에 위치한 성찰공간 ‘빈 숲’에서, 은둔고립청년 가족캠프가 시작됐습니다!
벌써 몇 번씩이나 방문한 사람들도 있는가 하면, 오늘이 처음이라 다소 긴장한 사람도 있습니다.
이번의 만남은 어떤 인연들로 이어질지, 기대되는 마음이 큽니다.
강원도까지 먼 길을 달려온 참가자들과 산책하며 피로를 풉니다.
여름 햇살이 점점 따가워지고 있지만, 홍천의 아름다운 풍경에 마음만은 시원하게 탁 트이는 기분이네요.
똑같이 후텁지근한 공기인데도 어쩐지 기분이 상쾌합니다.
즐겁게 놀이를 하며 서로 가까워집니다.
어느덧 긴장이 풀리고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터져나옵니다.
이렇게 몸을 움직이며 놀이에 몰입해본 지가 언제인지 까마득하네요. 어렸을 때는 분명 매일같이 뛰어놀았던 것 같은데 말이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은 어쩌면 이렇게 단순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한바탕 놀이가 끝나고 나면, 나 자신에 대해 보다 깊이 알아가는 시간을 가집니다.
흔한 자기소개보다도 좀 더 서로를 진하게 알아갈 수 있는 시간들이에요.
누구보다 내가 나를 잘 알 것 같지만, 의외로 고심하게 되는 순간입니다.
나이, 직업, 학력 같은 사회적인 내가 아니라,
진짜 나 자신과 내 감정에 대해서는 물어봐준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겠지요.
나, 그리고 우리에 대해 이야기 나눈 내용을 바탕으로 즉흥극을 만들어가게 됩니다.
저는 처음 왔을 때 ‘이게 어떻게 연극이 된다는 거지?’ 싶어 아리송했는데요
강사님들의 도움을 받아, 우리의 이야기를 ‘그저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한 편의 연극이 된다는 것을 깨닫고 참 신기했습니다.
이번 ‘선배와의 대화’ 시간에는 서울대에 계신 김 헌 교수님이 와 주셨습니다.
친숙한 그리스 로마 신화를 우리의 삶에 빗대어 새롭게 풀어나가는 강의였는데요.
따분할 줄 알았는데, 무척 재미있어서 시간이 가는 줄 몰랐습니다.
저녁을 먹고 나서, 강사님들과 함께 연극을 준비하고 발표합니다.
다양한 방식으로 이어지는 발표들.
저마다의 이야기지만, 이곳에 모인 우리에게는 공통점이 있기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내용들입니다.
바라는 것, 후회하는 것, 좋아하는 것.
어디서도 쉽게 꺼낼 수 없는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서로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캠프의 첫날밤이 그렇게 마무리됩니다.
2일차
각자 방에서 자신을 만나는 2일차의 아침이 지납니다.
내내 비가 왔지만, 점심을 먹고 야외 활동을 할 때가 되니 거짓말처럼 날이 개었네요.
맑은 공기를 마시고, 몸을 풉니다.
눈을 가린 채 짝에게 몸을 맡기고 어딘지 모를 곳을 향해 걸어봅니다.
짝의 인도에 따라 손을 뻗어보면 나뭇잎이 만져지기도 하고, 강아지가 내 손을 핥기도 합니다.
눈을 가리고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춰봅니다.
짝을 믿고 좀 더 유연하게 나를 내주어야 서로 부딪히지 않고 잘 움직일 수 있어요.
감정을 표현하는 시간이 이어집니다.
다른 말은 없이, 서로에게 오직 ‘해’, ‘싫어’ 만을 외쳐 보기도 하고요.
누군가에게 그간 하지 못했던 말을 꺼내 놓기도 합니다.
또, 누군가의 입장이 되어서 반박해보기도 하고요.
내가 못 했던 말들, 삭였던 감정을 다시 꺼내는 동안 눈물이 울컥 새어나오기도 합니다.
오래 박혀 있던 못을 빼는 것만 같습니다.
겨우 한두 번으로는 다 뺄 수 없는 못들이지만, 아주 조금이나마 홀가분해지는 마음을 느껴요.
인생 그래프를 그려 나누기도 합니다.
짧게 살았건 길게 살았건 굴곡 없는 삶이 없네요.
비슷한 삶의 궤적을 그리는 것 같은데도 그 사이에서 수많은 흔들림, 감정을 봅니다.
어떤 참여자가 그래프를 ‘지진계’라고 표현한 것이 묘하게 마음에 남습니다.
둘째 날 ‘명상’시간에는 조현 기자님이 와 주셨습니다.
강의를 듣고, 짧게 명상하는 법을 배우고, 밖으로 나가 풀밭을 걸어보았습니다.
발바닥의 감각에 집중하여 앞사람을 따라 걷습니다.
잡생각에 빠지지 않는다는 것이 마냥 쉽지는 않네요.
모닥불 주변에 둘러앉아, 내가 태우고 싶은 것을 나눕니다.
오래도록 나를 구성해왔던 어떤 기억, 습관, 감정 따위가 연소되고 나면, 그 빈 자리에 새로운 것이 또 들어차겠지요.
캠프의 마지막 밤이 그렇게 마무리됩니다.
3일차
아침 일찍 모여, 전날 준비했던 마지막 연극을 공연합니다.
긴장했던 표정이나, 익숙찮은 연기에 부끄러워하던 모습은 이제 많이 사라졌어요.
서로가 준비한 마지막 이야기에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며 진심 어린 박수를 보냅니다.
모두와 함께했던 기억이, 또 일상 속에서 한동안 활력소가 되어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글, 김초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