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만나는 하루 [참가후기] 북클럽 오리진과 함께하는 행복공장 송년 북캠프 (2019. 12. 2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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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클럽 오리진과 함께하는 행복공장 송년 북캠프 참가자 후기
(2019. 12. 21.~ 22)
● 장**
아무도 내게 2019년 학급경영을 잘못했다 지적하거나 비판하는 사람은 없습니다만, 어쩐 일인지 12월 내내 교육의 본질에서 벗어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가슴이 답답했더랬습니다. 실제로 체증으로 어제까지 고생했구요.
이곳에서 아무도 넌 잘못한 것이 없다는 위로를 하거나 토닥이지는 않았지만 공간이 주는 위로와 함께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존재가 위로가 됩니다. 덕분에 2주째 시달리던 체증도 사라졌습니다.
책을 읽던, 잠을 자던, 멍하니 있던지 간에 관계에서 벗어난 독방이 주는 효과가 참 좋습니다. 아울러 책과 함께 수용됨으로써 책 속에서 길을 찾고자 노력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함께 책을 읽고 함께 시대를 아파할 수 있는 사람들과 관계를 만들어 주신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내년에 다시 오겠다는 장담은 못합니다. 해마다 나이듦이 실감나서 장거리 운전에 자신이 없습니다만 마음만은 꼭 다시 오고 싶습니다.
● 박**
집에 있을 때도 이곳처럼 방에 혼자서 방해 없이 머무를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도 제 방과 이 방은 다르네요.
또 혼자 있으면 만들어지는 침묵의 밀도가 다르네요. 이 방의 침묵은 다른 세계를 단절시키고 이 방에만, 나에게만 집중시키는 힘이 있네요. 요즘 스스로 산만하다고 느꼈었는데 저를 진정시켰던 시간입니다.
● 안**
언젠가부터 소음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을 넘어 소음이 안나는 것에 집착하게 되었다. (이렇게 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여기선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런데 소음은 안 ’나는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안 ’내야‘ 하는 것이므로 자연스레 집에서 생활할 때는 TV를 틀어두거나, 음악을 켜놓거나 해서 다른 사람들이 내는 소음을 묻히게 하였다.
사실 이번 북캠프에서의 일정은 약속이 없는 주말의 일정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간단하다. (간소하게 식사를 해결하고) 내내 책 읽기. 다른 점은 음악을 틀 수 없다는 것? 처음엔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어볼까 했으나 그럼 여기까지 온 의미가 없는 것 같아 적막한 가운데 책을 읽었다.
의외로 편안했다. 마음의 먼지가 구석구석 씻겨내려가는 듯한 극적인 느낌은 아니었으나, 그전엔 그리도 거슬리는 타인들이 간간히 내는 소리가 오히려 나는 혼자 있지 않다고 말해주는 듯 했다. 정말 책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나는 책을 세 권(?) 가져왔는데, 가즈오 이시구로의 「나를 보내지만」, 「남아있는 나날」이고 이북 리더기도 챙겨왔다. 약 하루 동안 「나를 보내지마」와 엘레나 페란테의 나폴리 4부작 중 1부인 「나의 눈부신 친구」 두 권을 읽었다. (「남아있는 나날」 은 애써 챙겨왔으나 손도 대지 못해 아쉽다.)
「나를 보내지마」에서는 주인공들의 선생님이 ’들었으되 듣지 못한‘ 상태에 대한 날카로운 말을 한다. 글의 주제와, 인물들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말이나 이 말 자체가 나의 뇌리에 박혀 계속 생각이 난다. 나는 ’들었으되 듣지 못한‘ 상태, 즉 ’살고 있으나 살지 못하는‘ 상태가 나에게도 해당되는 것이 아닌가에 대한 의문을 품고 새해를 맞이할 것 같다.
● 정**
잘 정리하고, 쉬다가 갑니다.
● 임**
사람들은 보통 관계맺기를 열망한다.
친밀한 공동체 내에서 소속감을 느끼고 지지받기를 원한다. 페이스북이 야심차게 (이제는 사제들도 저버린) 지구 공동체 건설의 프로젝트를 발표한 것도, 그 열망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상업적 이익의 측면도 배제할 수 없지만)
새로운 친밀한 관계가 없을 때 고독감과 소외를 느끼면서도 한편 늘 ’나‘만의 공간을 꿈꾼다.
늘 여러명의 친구들과 왁자하게 노는걸 좋아하는 우리 아들녀석도 군대에 가서 가장 어려웠던 일이 자기만의 공간이 없는 것이였다고 하는 걸 보면. (오로지 화장실 안에서만 혼자 있음을 만끽할 기회였는데 입대 초기에는 그나마 선임이 문고리 밖에 서 있어서 곤혹스러웠다는)
요즘 젊은이들은(노인네들의 글에 꼭 들어가는 문구라 이해해주시길) 굳이 공부도 왁자지껄한 카페에서 이어폰을 끼고 하고 사람 많은 지하철에서도 그 이어폰을 들으며 혼자만의 시공간에 머물려한다. (예전엔, 이 표현도 이해해주시길...^^ 지하철을 타고가며 요즘 사람들의 세태와 관심사를 읽을 수 있었거늘...)
그러나 실재 완벽하게 혼자만의 공간에 머물긴 원하지 않고 또 익숙하지도 않을 것이다. 완벽하게 혼자 ’나‘를 대면할 수 있는 공간이 바로 이 행복공장이었고, 처음 보는 사람들과 그 익명성 속에서 자유롭게 자심을 표출하는 그 ’나‘를 만나는 시간이 오리진 송년 북캠프 1박 2일이었다.
● 황**
창 너머로 머리카락이 듬성듬성 빠지듯한 산자락을 바라보며 적어본다. 역시나 좋았다.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이 주어짐에 감사하다. 올해의 책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를 읽으며 공감하고 내 생각들을 노트에 담아내고 함께 한 분들의 생각을 마음에 담아내니 행복감이 따라왔다. 책들을 읽다가 글을 쓰다가 스르륵 잠에 들었다가 다시 책을 읽다가, 이 얼마나 행복한 호사인가!
다시 한 번 이 자리를 만들어주신 분들에게 감사하다.
p.s 좋은 공간, 의미 있는 자리를 만들어오신 권이사장님의 빠른 쾌유를 바랍니다.
인생여행자 황** 드림.
● 최**
삶이 좀 더 정돈된 사람이 되었음을 느끼고 갑니다.
연속된 시간의 스펙트럼이 아닌, 비일상이 가미된 특정한 시간, 특정한 공간 속의 내 모습을 비교. 대조해 봄으로써 저의 지난 1년간의 변화를 알아챘습니다. 매우 자연스럽게 다기에 차를 우려 마시고, 좀 더 능숙하게 책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날은 무척 허둥대며 소감문도 날림으로 써서 제출했는데 지금의 저는 이불과 요를 다 정리하고, 아침을 챙겨 먹고 자투리 시간을 남길 줄 아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1년 뒤 이 공간의 저는 좀 더 단순한 삶의 루틴을 몸에 새긴 사람이 되어있기를.
올해의 북캠프는 유독 짧게 느껴집니다. 2박 3일 정도 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모든 것이 그대로 있어줄 것만 같은 이 공간도 어떤 변화를 겪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겠지요.
작년에 뵀던 이사장님 부부 선생님들이 계시지 않은 것을 보고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들과 이 순간에 집중하여 최선을 다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것임을 다시 한 번 깨닫고 갑니다.
● 황**
’내 안의 감옥‘ 안에서 보낸 자발적인 감금 24시간 북캠프를 통해 오롯이 제 안에 집중할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책 한 권도 자발적 감금을 가능하게 해주는 출구로서의 감옥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집에 돌아가서도 책 한 권을 펼 때 이곳에서 보낸 1박 2일처럼, 핸드폰을 끄고 책에 집중하고 싶습니다.
북캠프에서 만난 분들도 감사합니다. 책으로 연결되어있는 인연이라 초면임에도 편안하고 동지애를 느낍니다. 언제 어디서든, 책과 더불어 연대할 수 있는 존재들이 책 속의 활자처럼 한 분 한 분 소중하게 다가옵니다.
복이 많아 이 곳에 다녀갑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염*
멀리서 자작나무라 여겼던 것이 가까이서 보니 은 사시나무라는 것을 알았다.
자작나무를 좋아해서 은 사시나무도 찾아보고...백양나무까지.
오롯이 혼자 고요와 공간을 느끼는 것이 함께 연결되어있음을 알게 된 느낌.
생각 속에서 허우적 거리기보다 생각 뒤에서 알아차리고 깨닫고 싶다.
자꾸 방바닥을 쓰다듬고 온기를 느낄 수 있었던 밤.
지금 여기 순간을 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