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문관 [참가후기] 8기 금강스님과 함께하는 무문관 (2018.8.19~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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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내기란 어려웠었다. 모든 일정을 뒤로하고, 마음을 정하니 한결 가뿐 했다. 그동안 하루 일정을 소화하는 프로그램만 참여했었는데 6박 7일이란 나에게는 긴 여정이었다. 홀로 있다는 것은 인내심이다. (처절한 자기와의 싸움이다 ㅠ) 온갖 것에 홀리고, 탐하고 세상에서의 삶들이 1.5평 독방 안에서 인내심을 발휘한다. 말없음, 참선, 차한잔의 여유... 그리고 보배 같은 스님의 가르침, 내게는 정말 힘들었던 108배의 완수, 흐르는 땀에, 나의 모든 욕망, 집착, 탐욕이 사라지는 기쁨도 맛보았다. 금강스님의 환한 웃음, 무엇보다 매일 아침 나를 일깨워주는 메시지, 오늘은 무엇을 주실 것인가? 설레는 아침들이었다. 인생, 제 2의 인생을 시작하며, 나는 금 번 수련을 통해서 살 길을 찾았다. 있는 그대로 나를 보고, 가는 곳마다 내 마음의 주인이 되고, 물이 흐르는 것처럼, 생각의 망상에 얽매이지 않고, 오직 지금 이 시각, 현재, 보배 같은 삶을 위해 현실을 충실히 할 것이다. 감사하다. 행복공장, 금강스님^^
201호
● 첫째 날 오후 7시경 202호에 딱 들어서는데 생전 경험하지 못한 낯설음이 한꺼번에 밀려 왔습니다. 그 순간 두려움, 공포, 슬픔 등이 파도처럼 나를 덮쳤습니다.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하다가 얼른 그 마음을 들여다보고 알아차리라는 봉사자의 말을 듣고 평정심을 회복했습니다. 한 순간이었지만 엄청난 감정의 소용돌이였습니다. 그나마 8개월 전부터 수행을 해 온 내공 덕분인지 그런 감정에 끄달리지 않고 금방 도로 찾은 내 마음을 보며 대견하기도 했습니다. 그때 마음공부, 수행을 평생 해야겠다는 서원을 세웠습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도 이제 두렵지 않습니다. 익숙한 일상의 매너리즘에 빠지지도 않을 것입니다. 30분씩, 철저하고 고독한 시간을 만들겠습니다. ‘나로부터의 혁명’이라는 말이 실감납니다. 개인적인 수행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가족, 직장 나아가 내가 속한 공동체까지 그 에너지가 충만하길 바랍니다. 나는 지구아이며 이 우주의 먼지 하나에 불과하지만 인간으로 태어나 사유하고 느끼는 이 모든 것들이 경이로울 뿐입니다. 인간에 대한 불신과 적대감을 버리고 모두 나와 같은 존재라는 걸 잊지 않겠습니다. 금강스님, 무문관, 이 모든 인연들께 깊이 절 올립니다.
202호
● 직장 하계휴가 때 참여하던 템플스테이와는 다른 경험을 6박 7일 동안 할 수 있었습니다. 스님께서 법문해 주신 ‘선가귀감’은, 출근버스 타러가면서 이어폰으로 음성파일로 듣던 것이라 익숙한 내용이었는데, 스님께서 명쾌하고 시원한 법문에 느끼는 바가 많았습니다. 책에는 있듯이 “일찍이 부처님이나 조사 같은 이를 만나고도 그대로 지나쳐 버리지 않았는가?”하는 말이 있는데, 제 공부가 너무 미진해서 맺힌 곳을 풀어 달라고 여쭙지를 못하였습니다. 작년 여름 미황사에 갔을 때, 다실에서 어느 스님께서 차를 우려내 주셨는데, 앉아 계신 뒤 벽면에 달마산 위에 둥근 달이 떠 있었던 것이 생각납니다. 제가 공부를 더 열심히 해서, 해결해 주십사 하는 요청을 드릴 수 있도록 연연의 끈을 놓지 않겠습니다. 끝으로 밖에서는 태풍이 불었다는데도 온전하게 수행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신 행복공장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05호
● 처음에 내가 이곳에 왔을 땐 무언가 꼭 얻어가야겠다는 생각이 강했다. 고민도 많았고 혼란스러운 것이 많아서 간절하게 바라며 왔다. 그래서 금강스님에게 고민을 드렸더니 스님께서 진짜 ‘나’를 찾으라고 화두를 주었다. 진짜 ‘나’를 찾으면 지금하고 있는 고민들이 아무렇지 않게 될 것이고 아주 당당해 질수 있다고 이야기하셨다. 그래서 7일간 계속해서 화두를 들었다. 나는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그냥 속는 셈 치고 열심히 나를 찾아봤다. 그 결과 나는 무문관을 뚫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 나는 무엇이 허상, 망상이고 무엇이 번뇌이고 무엇이 진짜 ‘나’인지 확실히 볼 수 있게 되었다. 내 삶의 주인이 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되니 지금껏 내 고민들이 번뇌이고 망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시 내 삶을 돌이켜 보니 이렇게 스스로 만족스럽고 행복한 삶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정말로 축복받고 있고 너무나 큰 고마움에 한없이 감사할 따름이다. 좋은 계기를 만들어 주신 모든 분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206호
● 우선 “진정한 나는 누구인가?” 란 화두에 대해서 단박 깨침은 못 한 듯하다. 너무 어려웠고 힘들어서... 하지만 오래전부터 가졌었고 회피하려고 했던 비슷한 생각 ‘내가 왜 살지?“란 물음에 대해 이제는 회피하지는 않으리란 생각이 든다. 인생을 살면서 깨치면 다행이지만 못 깨치더라도 한 번씩 이런 것들을 생각하며 살으리 란 다짐을 해본다. 너무 좋은 시간이었기에 내년에는 와이프를 꼭 참석시킬 것이란 생각도 해 보았다. 여기서 받은 교재 2권도 너무 내용이 감동이었다. 물론 100% 이해는 안되도 한 구절 한 구절이 너무 마음에 든다. 또 108배를 하면서 들었던 한 마디 한 마디 돼 뇌이며 집에서도 꼭 해보리란 생각이다. 가끔 금강스님도 생각날 듯하다. 일전에 가봤든 미황사도 조만간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여러 가지도 감사드립니다.
207호
● 쉬다. 자연에 그 풍만함에 쉬었습니다. 놀다. 산과 하늘과 함께 놀았습니다. 알다. 알지 못한다. 이치를 모른다. 지식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가다. 다시 마음을 가지고 돌아갑니다.
210호
● 심신이 피폐한 상태로 2년 만에 다시 찾은 감방, 처음 3일은 무척 힘들었다. 출소 날이 다가와서인지 본전 생각이 났는지 먼저 번 무문관의 경험-세상이 하얘지고 형체가 사라지는-을 했듯이 극적인 변화가 4일차에 나타났다. 15년 간 화두를 들면 그것이 반향을 쫓아가는 후향적 추구의 방법과 반대로 이번에는 화두의 첫 글자(단제)가 올라오기 전에 선빵을 날리는 전향적인 기법으로 몰입하니, 다른 번뇌 망상도 신속히 사라졌다. 그런데 웬걸, 모든 동물들이 사라진 초원에 사자처럼 심심했다. 여기서 화두를 계속 GO? STOP? 못 먹어도 GO? 같은 질문이 다음 아침 방송 강의인 <선가귀감 15칙>에 나왔다. “이치의 길이 끊어지고 뜻 깊이 사라져 아무 맛도 없어지고 마음이 답답할 때가 바로 그 사람의 몸과 목숨을 내 던질 곳” 이라는 구절대로 앉아보니 잠시 후 온 몸이 빛으로 환해지고 따뜻함이 몰려 왔다. 마치 비로자나의 화현처럼, 그리고 흐르는 눈물, 성취감 혹인 만족감이랄까? 그런데 울음이 격해지고 콧물도 흐르며 참기 힘들 정도로 꺽꺽대는 내 자신을 간신히 통제했다. 참회의 눈물이었다. 더 이상 나쁜 짓을 못하겠다는 마치 임사체험자가 회개하는 것과 같았을까? 술부터 끊으리라 다짐해본다. 오후 상담 때 스님께 여쭸더니 “이제 번뇌는 줄었으니 자신을 일깨우고 지키는 화두를 들며 자비로운 지혜를 갖추시고 보리수 아래의 석가의 선정처럼 수행하십시오” 다시 방에서 그대로 시행, 아까 같은 빛과 온기는 없었으나 지극히 안도하며 당당한 마음, 마치 지혜의 문수보살과 자비의 보현보살이 바로 뒤에서 지켜주는 듯한 희열감에 눈물이 또 흐른다. 다음날 화두가 더 안 잡힌다. 전날의 강렬한 체험을 추구해서 인 듯하다. 하지만 어쩌랴. 그동안 추구했던 화두참구시의 타성일편 성성령령 오매일여... 이런 경지는 아니어도 내 안에 비로, 문수, 보현 그리고 여래이 기세가 무한 긍정에너지로 잠재되어 있음을 확신하는 이제 밥 먹을 때 밥 안 먹고 졸리면 편히 잘 수 있을 것 같다. 전과는 다를 나로 또 일깨워 주신 금강스님과 공장임직원 여러분께 무한 경배를 올립니다.
211호
● 오래된 생각입니다. 인생을 한 바퀴 돈 60년이 되면 모든 것을 정리하고 새롭게 살아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이 그때입니다. 멈추면 보인다고 했지만 저는 찾아서 새로 고침을 하고 싶었습니다. 30여년 했던 한의원을 접고 여행도 하고 지금 이곳에 있습니다. 금강스님과의 만남은 제 인생에서 잊지 못할 인연으로 남을 것입니다. 수요일 면담에서 새롭게 살아갈 방법을 찾았습니다. 6박 7일, 나만의 공간에서 미처 생각을 못했던, 생각을 해 본 경험은 살아가면서 좋은 약이 될 것입니다. 11월 새로 고칠 인생이 시작됩니다. 도움을 준 모든분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212호
● 밖에서 문을 철커덕 잠근다는 것은 내가 갇힘과 동시에 아무도 들어오지 않는다는 거다. 이 얼마나 자유로운가. 처음 이틀 동안 정신없이 잠이 쏟아졌다. 집에선 낮잠 한번 없었던 난데. 무슨 수절하는 여인네 모양 허벅지를 꼬집고 있으니 스님께 도움을 청했다. “제게 붙은 잠 귀신 좀 쫓아주세요” 스님은 그동안 쌓인 피로가 한꺼번에 풀리는 모양이니 내일부터 괜찮을 거라고... 신기하게도 다음날부터 말짱했다. 이렇듯 내가 나에게 쌓였던 피로조차 모르고 지냈다. 화두가 하필 ‘나’이다. 올해 내 나이 환갑이다. 환갑 선물로 무문관에 오게 해 달라고 했다. 그동안 내가 놓지 못하고 쥐고 있는 것이 무언지 좀 알아보고 싶었다. 나라는 화두를 들 때 마다 욕심과 화, 후회, 원망에 가득 찬 내가 보여 자꾸 눈물만 쏟아진다. 도무지 정진이 안 된다. 마지막 날 밤, 비로소 화두에 몰입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머문 감방은 뷰가 아주 좋다. 저녁노을을 감상할 수 있어서 꿈 만 같다. 밤에도 불을 켜지 않았다. 식별할 수 있을 만큼의 빛이 어디선가 들어왔다. 어둠속에서의 명상은 나를 더 없이 고요하게 했다. 그동안 살아온 날들 중 최고의 시간이 되었다. 그동안 잘 살았다고 참 잘했다고 처음으로 나를 칭찬했다. 무문관을 생각하고 만들어 주시고 지켜주시는 여러분께 깊이 감사한다.
21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