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소식 영등포교도소 문화예술 프로그램_ 열 한번째 시간
- 김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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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 한번째 시간
*시간 : 2010. 5. 25. 화.
*장소 : 영등포 교도소 대강당
*주최 :사단법인 행복공장
*주관 :사단법인 행복공장 / 억압받는 사람들의 연극 공간-해
*참가자 :
바람(노지향/주강사), 엄지(김현정/보조강사), 함께라면(권용석/행복공장 대표), 펭귄(전행 오/행복공장 사무국장) 오뚜기, 곰, 별바라기, 진짜사나이, 북파공작원, 미카엘, 날으는 점돌이, 꼴통, 희망, 소, 대감마 님, 북두칠성, 넌누구냐(이상 재소자 총13명, 와보노 병결)
정리 - 엄지 김현정(한양대학교 예술학부 연극전공 겸임교수)
오늘은 강당에 도착해보니 연극참가자가 아무 와있지 않았다. 지금까지 연극수업을 진행되는 동안 항상 참가자들이 먼저 수업장소에서 행복공장팀들을 기다리고 있었고, 반가운 인사와 웃음으로 맞아주곤 했던 강당이었는데, 전등조차 켜져있지 않은 어둡고 조용하고 비어있는 공간으로 마주하니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강당에 불이 들어오자 몇주동안 천장을 화려하게 장식했던 연등들이 사라진 허전한 천장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강당 무대의 피아노, 드럼 등을 쳐보기도 하고, 이름표를 정리하고, 의자를 배열하면서 참가자들을 기다렸다. 드디어 열맞춰서 참가자들이 들어오고 반갑게 인사를 나누면서 수업이 시작되었다. 1주일간의 안부나누기에선 바로 전날에 있었던 가족 접견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오랫동안 못만났던 가족을 보고, 이야기나누고, 음식을 나누고.. 하는 반가움과 기쁨...
몸풀기용 게임으로 럭비게임 이 가장 먼지 실시되었다. 인원수에 비해 좁은 바닥면, 지상으로부터 꽤 높이 솟아있는 바닥면의 높이를 고려해, 후반부에는 몸움직임을 최소한으로 할 수 있도록 술래들의 눈을 감겼다. 그러자 더 긴장되고 재미있고 황당한 상황들이 많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어 진행된 얼음땡 에서는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예측불허의 다양한 상황으로 웃음이 계속 터져나왔고, 오늘 처음 시도된 소리/동작 변형놀이 에서는 다른 여느 게임때보다 어색해하는 강도가 높았지만 덕분에 터져나오는 웃음의 빈번도와 강도도 높아졌다. 원안의 사람이 자신에게 다가오면 계속 시선을 피하고, 거부하는 몸짓을 보였지만 이내 원안에 들어오면 재밌는 동작과 소리를 찾아내었다.
참여연극 준비에 한창~ 오늘은 연극을 만들어 발표하는 데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을 할애하였다. 연극발표의 날짜나 관객이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연극발표로 마무리한다는 원안은 공유되었기에, 점차 연극을 만들어보는 시간에 더 많은 에너지와 정성을 들이게 되었다. 이 연극프로그램의 대부분이 그러하듯 연극만들기도 참가자들의 체험과 이야기가 근본이 된다. 된다. 이 과정에서도 참가자들의 경험과 이야기를 근거로 연극프로그램을 진행시켜나간다는 원칙은 유지되어 나갔다. 두 개 모둠으로 나누어 진행된 연극만들기 및 발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투서(가제)
같은 방 사람들끼리의 갈등을 다룬 연극으로 참가자들이 교도소에서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갈등의 소재로 꼽았던 내용이다. 연극을 만들기 위해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같은 방 사람들 사이의 알력 다툼, 편가르기, 그리고 어느 한쪽에도 속하지 못하는 외톨이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그리고 같은 방 사람들에 대한 투서, 장기수와 단기수 간의 갈등, 다른 사람들을 배려못하고 자신의 괴로움에만 빠져 전체 분위기를 힘들게 하는 사람 등등... 에 얽힌 경험담들이 다양하게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방사람들끼리 가장 안좋게 되는 경우가 투서 등으로 교도소 안에서 조사를 받게 되는 상황을 맞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조사를 받게 되면 아주 사소한 것들까지도 문제시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래서 이런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든 연극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평소 장난도 잘치고 방분위기도 좋은 4방. 어머니가 위독하시단 얘길 듣고 마음이 무거워져 방으로 돌아온 A에게 B는 평소 때처럼 장난을 친다. 하지만 여느때와 같은 B의 장난에 인상을 쓰며 굳은 반응을 하는 A. 이내 이들 사이에 사소한 다툼이 벌어지고, 각각 두사람의 편을 드는 사람들로 편이 갈리게 된다. 그리고 이 방에는 어느 편에도 섞이지 못하는 외톨이가 있다. 외톨이는 사람들과 섞이려 하지 않는다. 농구시합으로 맘상한 것을 풀자며, A팀과 B팀 간의 콜라내기 농구시합이 펼쳐지고... 시합 중에도 두편사이의 감정 싸움은 계속된다. 편싸움은 방에서도 계속되고,,, 방에서의 잡다한 일들은 외톨이의 몫이 된다. 방 사람들이 잠든 사이, 그동안 아무말도 하지 않고 있었던 외톨이는 홀로 깨어 앉아서 4방 사람들의 행적을 사소한 내역까지 기입해서 교도관에게 넘긴다. 다음날 교도관은 4방 사람들을 내보내고 방조사를 실시한다.
의무과
심한 복통을 호소하는 A에게 의사는 위산과다를 처방하여 알마겔을 준다. 한편, 손가락을 못에 긁힌 B는 살이 썩어들어간다며 과장된 엄살을 피우지만 교도관은 그런 그를 통제하지 못한다. 의무과에 온 B는 의사에게 통증과 합병증의 위험을 이야기하며 링겔까지 맞는 해프닝을 벌이고, 이런 B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의사는 B를 의무과로 데려온 교도관을 나무란다. 한편, 복통을 호소하던 A는 급성 맹장염인 것이 판명되어, 급히 병원으로 이송되어 수술을 받게 된다.
두 개의 연극이 끝난 후, 연극내용이 교도소의 실제 상황과 별로 다르지 않다는 반응과 교도소의 실제 생활에 대한 이야기들을 많이 나누게 되었다. 특히, 교도소에서 몸이 아플 경우 처치를 제대로 제때에 받는 것이 매우 힘들다는 점이 많이 지적되었다. 그리고 외부 관객을 대상으로 연극발표를 할 경우 뭔가 빵 터뜨릴 수 있는, 더 재밌는 이야기가 필요하다는 데 참가자들의 의견이 모아졌다. 다음 시간엔 더 재밌게 연극을 만들어 보기로 하고, 그에 대해 고민해보기로 약속을 하면서 수업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