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나눔 [캄보디아에서 온 편지] 싸움닭같던 엄마
- 캄보디아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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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에서 밖이 이렇게 훤히 내다보이는 집처럼 이 가족의 관계도 온전하지 못하였습니다.
처음 아이들 엄마를 봤을때 느꼈던 까칠함을 웅변하듯, 이웃들도 이 가족과 거리를 두는 것이 좋다고 조언하였습니다.
부부가 서로를 소중하게 대하지 못했던 것이 아이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었습니다.
엄마는 서너달 전에 갓 태어난 아기를 남에게 주겠다고 말할 정도로 심한 상실감에 빠져있었습니다.
이웃들이 거리를 두라는 말에 좀더 관심을 표하기 시작했습니다. 아기를 낳았을 땐 필요한 것을 마련해 병원을 찾아가기도 했지요.
아무 대책도 없는 상황이었지만, 하늘이 선물한 아기는 엄마와 함께 살 때 가장 행복한 것이라며 재고를 권하기도 했고요.
거센 폭풍이 물러간 것 같습니다. 마을 사람들 중 마지막으로 빗물 취수를 위해 지붕개량을 마치고 가족 모두가 모였습니다. 싸움닭같던 엄마의 얼굴에 번진 미소는 보기만 해도 좋습니다.
[이제 힘들었던 시간을 뒤로하고 사진처럼 한 곳을 바라보며 어긋났던 가정을 돌보면서 사시길 바랍니다.]
제가 여기서 이들과 가까이 만나 살면서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이렇게 관계회복을 위한 다리 역할인 것 같습니다. 고통스러운 가정사나 개인사로 인해 이웃들이 피해갈 정도로 피폐해져가는 인성. 이런 상처사이에서 마음의 한 켠을 이런 이들을 위해 열어두는 것 말입니다.
그것은 잠시나마 멈춰서서 한마디 안부를 주고 받는 것, 곤궁할 때 쌀 한되 나누는 것이면 족한 것 같습니다.
이런 것만 있으면 나머지는 보이지 않는 보시는 분을 통해 관계를 회복시키는 것을 경험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맞이합니다.
(캄보디아에서 활동중이신 행복공장 이효신 상임이사님의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