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법률신문]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힐링캠프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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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과 떨어져 시계도 없는 3평 남짓한 독방에 앉아있으니 머릿속에 실타래처럼 엉켰던 생각이 풀린다. 머리가 정리되니 비로소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 이토록 평화롭고 한가로운데 무엇 때문에 그리 바쁘게 뛰어다녔던가. 비록 몸은 창살로 둘러싸인 감방 안에 있지만 바깥 세상보다 자유로움을 느낀다.'
매일매일 일과 시간에 쫓겨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없는 법조인들과 일반 시민이 자신을 되돌아보며 치유을 받을 수 있는 힐링 캠프(healing camp)가 생긴다. '프리즌 스테이(prison stay) 전용 체험공간'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감옥을 모티브로 삼았다.
권용석 변호사가 지난달 26일 강원도 홍천에서 열린 프리즌 스테이 전용 체험공간 착공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비영리법인 행복공장(이사장 권용석 변호사)이 프리즌 스테이 전용 체험공간의 첫 삽을 뜨던 지난달 26일 한적한 강원도 홍천 남면 용수리 시골 마을은 30여 명의 사람들로 북적였다. 부지 1060㎡(320평)에 3평 남짓한 독방 30개로 이뤄진 체험동과 관리동, 강당동을 내년 2월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프리즌 스테이는 혼자만의 공간에 머문다는 점에서 한 곳에 여러명이 모여 명상을 하는 템플 스테이와 차별화된다. 외국에 문을 닫은 교도소를 개조한 견학 프로그램은 있었으나 사설 감옥 형태의 체험 프로그램은 최초다. 4박 5일 100시간 동안 혼자만의 프로그램을 계획 중이지만, 실제 감옥처럼 완전히 감금하지는 않는다. 자기 인생에 대해 재판을 하고, 텃밭에서 노역 체험을 하는 등 감옥을 소재로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프로그램도 진행된다.
검사때 '누가 강제로 감옥에 가둬줬으면' 생각
자기 인생에 대해 스스로 재판하고 노역 체험
잠시 멈춰 내가 과연 행복한지 자성의 계기로
검사 출신 권용석(49·사법연수원 21기) 대륙아주 변호사의 발상에서 출발했다. 그는 제주지검 공안기획 검사로 재직할 당시 기획 및 수사 업무까지 마치면 새벽 1시쯤이 돼서야 비로소 퇴근할 수 있었다. 과도한 업무에 짓눌려 힘들어하던 그는 그때 누군가 강제로 감옥에 가둬줬으면 하는 생각을 품었다고 했다. 실제로 제주교도소장에게 전화를 걸어 방법을 문의했으나 무산됐다. 그는 다른 누군가도 그런 공간을 필요로 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프리즌 스테이를 꿈꾸기 시작했다.
권 변호사는 자신의 꿈으로 프리즌 스테이를 시작했지만, 지금은 사단법인 행복공장을 통해 후원자들과 함께 가꿔가는 공동체의 꿈이라고 설명했다. 행복공장은 프리즌 스테이, 재소자 사회적응 지원, 지구촌 나눔의 세 가지 활동에 주안점을 두고 활동하고 있다. '성찰과 나눔을 통한 행복의 길 찾기'를 모토로 2009년에 설립돼 2010년부터 1년에 두 번 프리즌 스테이 시범프로그램을 열었다. 영등포교도소와 결연해 재소자 연극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주 노동자들과 함께하는 연극도 했다. 영화배우 박중훈씨가 임원으로 참여하는 등 다양한 분야의 후원자들이 낸 기부금으로 운영하고 있다.
권 변호사는 천상병 시인의 '귀천'을 이야기하며 프리즌 스테이에 잠시 머물러 인생이라는 '소풍'을 즐길 수 있게 되면 좋겠다고 했다. "사람들은 인생을 목표에 빨리 도달하는 달리기 경주로 생각하고 있어요. 시선이 미래에만 있어 지금 이 순간을 행복하게 살지 못해요. 프리즌 스테이를 통해 잠시 멈춰서서 내가 과연 행복한지, 가는 방향이 맞는지 돌아보고 행복을 되찾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 행복을 주변 사람에게도 나눠줄 수 있게 되는 것이 행복공장의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