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에 만난 아름다운 소년들에게
<아름다운 아이들 2014>
2014년 11월에 만난 아름다운 소년들에게
가만 책상 앞에 앉아 있는데 자꾸 생각이 나네요. 며칠 전 보았던 연극의 장면도 떠오르고, 연극을 만나러 가던 첫 길도 떠오르고, 찾아가길 잘했다고 생각하며 돌아오던 길도 떠올라요.
“나에게 연극이란 과거를 돌아보게 하는 ‘타임머신’이다, 잘못을 반성하게 하는 ‘양심’이다, 화를 끝까지 돋우는 ‘가마솥’이다, 마음을 고쳐주는 ‘마음 치료사’이다, 내 마음 속 차가운 고체를 녹여주는 ‘뜨거운 물’이다.”
연극을 보기 전에 팸플릿에 있는 글자들을 보았어요. 연극에 대한 단어들이 예쁘더라고요. 귀엽기도 하고, 어디서도 보지 못한 그야말로 연극을 통해 얻은 자신만의 정의였어요.
"나는 항상 나만 생각하지 않을 거다, 나는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을 도와줄 거야, 죽을 때까지 남을 사랑할 거야, 나는 꼭 고학원을 지을 거야, 연극을 통해 나는 한층 더 성장했다. 그리고 내 인생 2014년 18살 때 다시 태어났다, 지금 이 순간 그 누구보다 초조하지도 불행하지도 않다. 다만 잠시 조금 아플 뿐."
그런데 진짜일까? 연극이 단 몇 달 만에 이렇게 꿈을 줄 수 있을까? 팸플릿에 있는 글자만 갖고는 이런 의심도 있었어요. 그런데요 낮은 단상에 누워 시작하는 연극을 보다가 나도 모르게 가슴이 잉큼잉큼 뜨거워지는 거예요. 어디서 그랬냐면요. 거의 모든 장면에서 욕을 할 때요. 평소 같으면 그 욕들이 듣기 거북했을 텐데요. 그런데 연극 속의 욕은 왜 그렇게 자연스럽게 느껴졌을까, 생각하다가 치유 연극에서 그 이유를 알게 됐어요.
연극이 끝나고 다시 같은 상황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연극이 시작될 때, 한 소년이 나와 아빠 역할을 했었잖아요. 내가 아빠라면 어떻게 했을 것 같냐고 연출가 선생님이 물으셨지요. 저는 이때 아빠를 때려주고 싶은 소년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당신이 해준 게 뭐가 있다고 이제 나타나서 간섭이냐고, 되레 아빠를 때려 눕히고 싶은 친구가 한둘은 있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그런데 마지막에 나온 친구는 연출가의 설정을 잘못 알아 듣고 아들 옆에 같이 누웠지요. 조금씩 차오르던 눈물이 펑 하고 터지더군요. 함께 한다는 것은 우산을 같이 쓰는 것이기도 하지만, 우산이 없을 때는 같이 비를 맞는 거라고 어느 시에서 보았어요. 아빠가 소년을 혼내며 손찌검을 하기 전에, 정말 소년 옆에 잠깐 누워 소년의 심정이 되어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세상을 향한 욕 하나를 지워버릴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조금 있어 소년은 머리를 긁적이며 일어나 아들에게 말했지요.
“아들아, 사진 찍으러 가자.”
저는 또 팡 하고 울음이 터졌습니다. 이런 말을 하고 싶었던 거였군요. 같이 눕고 같이 사진을 찍고, 외로움이나 서글픔이 채우고 있던 자리에 이런 말들이 있었다면 굳이 욕을 하지 않아도 되는 거였는데요. 그런데 현실은 그러지 못하니 욕이라도 뱉어야 그나마 숨통이 트이는 거였군요. 게다가 욕은 아빠를 때려 눕히고 싶은 마음을 자제하게 하는 역할을 해주고 있다는 것도 새삼 알게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자신을 열고 자신을 보여주는 일이 쉽지 않았을 텐데요. 저는 연극을 통해 진한 감동을 선물 받았답니다. 무언가를 표현한다는 것은 분명 자신을 돌아보고 또 자신을 만들어가는 과정인 것 같아요. 그것이 연극이든, 음악이든, 글이든, 그림이든, 아니 연극이 시작될 때 뒤에서 핸드메이드 커피를 내리던 커피향이 나던 그 소년의 손이어도 괜찮을 겁니다. 무엇이 되었든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도구를 찾았을 때, 우리는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을 거예요. 그 사랑이 주변으로 번져나갈 수 있기를 기도하겠습니다.
영민, 의준, 대호, 상우, 동현, 영준, 용석, 예철(예철은 소년이 아니고 아빠 역할이었을까요?), 그리고 객석에 있었던 소년들 모두 11월의 한기를 녹이는 따뜻한 마음을 보여주어 고맙습니다. 올해 본 최고의 연극이었어요. 스스로를 사랑하고 꿈을 향해 나아가길 바랍니다.
나를 보아주고
내 이야기를 들어준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아이들은 큰 힘을 얻었을겁니다
가슴 뭉클한 글 고맙습니다
다음주 아이들에게 보여줄게요
좋다는 표현 제대로 못할지도 몰라요
하지만 속으론 무척 고마워할겁니다
아이들이 제게 준 것이 더 깊다고 전해주세요.
저는 열여덟, 저 나이에 나를 보여줄 용기를 내지 못했었거든요.
자신을 열어 보여준다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큰 산 하나를 넘은 것 같아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무언가 주고 싶은데...
제가 얼마전에 소설을 하나 썼는데 책이 나왔거든요.
10권 정도 아이들에게 선물해도 될까요?
주소와 연락처를 알려주시면 산타아줌마가 되어 책 부치겠습니다.
서울 관악구 남현4길 14. 2층
행복공장
입니다
아이들이 좋아할지는 장담할수 없어요
책이랑 별로 친할 기회가 없었던 녀석들이라 ㅎㅎ
그래도 무척 많이 고마워할겁니다
고맙습니다!!
주변 친구들에게 공연 기사를 보여줬더니
만화를 그리는 친구도 '사진 찍으러 가자'에서 격하게 공감하더군요.
그만큼 연극의 치유력은 대단하다는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정말로 올해 최고의 연극이었다고 꼭 전해주십시오.
혹, 제게 편지 비슷한 걸 보낼 친구가 있다면^^
아래 주소로 아무 이야기나 오래 함께 나누어도 좋겠네요.
답장 보내겠습니다.
(서울시 광진구 자양4동 13-57호 4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