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소식 영등포교도소에서_ 2학기⑦ '이 스낵카는 내꺼!'
- 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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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 엄 지)
(와보노, 진짜사나이, 공작원 결석)
춥다고 느껴지는 아침.
둥그렇게 둘러앉아 안부를 나누는 시간에 소 내에서 연탄나르기가 시작되어, 그 일을 하느라 허리가 아프다는 이야기, 갑작스럽게 아내가 접견 온 이야기, 소지일을 관두어 시원 섭섭한 이야기 등등이 나왔다.
오늘도 변함없이 얼음땡으로 연극수업은 시작된다. 참가자들은 “또 얼음땡이야?”하면서도 이내 게임에 열중하여 열심히 재미있게 술래로부터 도망을 간다. 숨이 가빠지고 몸이 후끈해질 즈음 다시 둥그렇게 둘러앉아 연극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출소 후 걱정되는 일, 염려되는 일(나의 직접 경험 혹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전해 들은 사항 혹은 예상되는 일들)이 무엇일까를 고민해보고,‘가족’과‘직장’이라는 큰 틀에서 연극을 만들어보자고 제안. 두 개 모둠으로 나누어 연극만들기를 시작한다.
‘가족’을 주제로 하는 모둠에서의 논의 중, 경제적인 것이 가장 큰 문제임이 지적되었다. 가족 안에서도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는 여부가 주변 사람들과 화목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 것이다. 그 과정에서 교도소 출소 후에는 국가자격증이 있어도 2년간은 개업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또 취직을 해도, 주변사람들과 잘 섞이지 못하는 것을 문제로 지적하였다.
한 재소자는 자격증을 가지고 친척의 소개로 친척회사에 취직했지만, 동료들과 공통의 대화거리가 없어 소통되지 않는 답답함을 느꼈고, 동료들과의 간극, 차이를 극복하기가 힘들어서 결국 그 직장을 관두고 외모, 겉치레에 신경을 쓰면서, 그것으로 다른 이들과의 차이를 메우고자 했지만 결국 돈을 탕진하여, 다시 교도소에 들어오게 된 자기 경험을 이야기하기도 하였다.
그 과정에서 자신에게 잘 해주는 친구와 지인들과 만나면, 그들이 자신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전과사실로 인해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게 되고, 자기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과 의심을 지니게 되어 만나는 것을 자꾸꺼리게 된다는 것도 이야기, 사업자 등록증을 가지고 있어도 법인 등은 기간 제한 없이 전과자는 허가받지 못하도록 국가가 지정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경제적 문제가 가족과의 갈등의 최고 문제이며, 전과자가 사회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문제로 지적되었다.
실화로 소내에 기술을 가르쳐주러 오는 사람으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얻은 재소자가 출소 후 그 신임을 한 사람의 소개로 직장도 얻고 숙소까지 제공받았지만 먼저 출소한 다른 재소자의 유혹에 야반도주를 한 사건이 있었는데, 이 같은 경우는 어려운 일을 기피하는 재소자의 특성이 잘 드러낸 사건이라고 지적. 전과자는 스스로 전과자라는 자의식을 지니게 된다는 것이 어려운 점이라고 한다. 긴 시간 이야기를 나눈 후 이어진 두 개 모둠의 연극발표를 했고, 제목과 내용은 다음과 같다.
< 화려한 외출 >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 발목에 전자발찌를 차고 출소한 주인공. 교도소 안에서 열심히 공부를 해서 전기자격증도 따고, 공인중개사 시험도 준비. 출소 후 아버지 집에서 지내며 공인중개사 시험에 합격한다. 그러나 전과자는 2년후에나 공인중개사 개업이 가능하여 현실적으로 경제활동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 작은 아버지가 그런 주인공을 딱하게 여겨 아는 회사에 취직시켜주지만, 자격증만 있을 뿐 현재 작업 상황에 대한 경험부족으로 동료들과 마찰을 빚게 된다. 그리고 사장과 동료들이 이야기를 나누며 웃는 모습을 보면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같은 불안과 의심이 올라와서 급기야 그들과 다투고 직장을 그만두게 된다.
< 생수와 인생 >
주인공 곰은 출소 후 생수 회사에 취직. 사장과의 면접과정에서 15년 수감기간의 공백기에 대한 질문이 있었지만 얼버무리고 지나간다. 동료 직원과의 마찰이 있지만 잘 넘기고, 전과자라는 사실이 사장에게 발각되지만 그 역시 사장의 이해로 넘어간다. 그러던 어느날 스낵카를 하는 선배와 연락이 닿아 선배가 스낵카를 넘기고 가게를 오픈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스낵카를 인수하려 하지만 모아둔 돈이 필요한 금액 2000만원에 못 미치자 고민을 한다. 그러다가 행복공장을 찾아가 돈을 대출받고 꿈에 그리던 스낵카를 인수한 주인공은 “이 스낵카는 내거다!”를 외치며 만세를 부른다.
스낵카 내꺼~ ^ㅁ^
중간에 스낵카에서 만난 옛날 조폭 동료의 유혹을 당당하게 거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주인공이 스낵카를 인수받고 만세를 부르는 장면에서 관객들은 박수를 치며 같이 좋아했다. 정말 그렇게 되었으면 하는 바램과 기대를 모아본다.
시계는 우리 수업이 끝났음을 알리고, 우리는 또 작별인사를 나누면서 총총히 헤어졌다.
2학기 일곱번째 영등포교도소 연극 프로그램
*시간 : 2010. 11. 2. 화.
*장소 : 영등포 교도소 대강당
*주최 : 사단법인 행복공장
*주관 : 사단법인 행복공장 / 억압받는 사람들의 연극 공간-해
*후원 : 영등포교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