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비장애 공감연극학교 [스케치] 장애-비장애 공감연극학교 1차 캠프(08.11~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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굵은 장맛비가 쏟아지던 8월의 화요일 아침,
강원도의 곳곳으로부터 출발한 참가자들이 하나둘
공감연극학교에 모였습니다.
이번 캠프에는 농인 참가자 여섯 분과 청인 참가자 다섯 분
그리고 수어 통역사 선생님 두 분까지 총 열세 분이 함께해주셨습니다.
☆
*첫째 날
한 사람 한 사람, 캠프에 참가하게 된 동기와 시작하는 마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 시간을 지나 창밖을 보니 어느덧 빗줄기도 가늘어진 모습입니다.
오롯이 본인과 3박4일 간의 일정에 집중하길 원한 참가자들은 휴대전화를 잠시 맡겨둡니다.
간단한 워밍업과 게임을 한 후
내 옆의 짝과 함께 자신의 장점과 단점, 좋아하는 일과 싫어하는 일 등에 대해
각 1분씩 짧은 이야기도 나눕니다.
내가 태어난 곳, 내가 현재 살고 있는 곳,
내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의 장소를 떠올리며 그 위치에 서봅니다.
그 순간에 대해 한 사람씩 짧은 인터뷰를 합니다.
다음 생에 원하는 3가지의 직업 써보기,
‘나는 ~~이다.’의 10문장 만들기,
내 생의 ‘희노애락’의 순간 적어보기.
그것을 바탕으로 조별로 이야기를 나누고
연극을 만들어 발표 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
“비바람이 치던 바다, 잔잔해져 오면~”
노래를 선택해서 가사를 수어로 표현하는 장면도 만들어 봅니다.
딸을 낳았던 가장 기뻤던 순간,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가장 힘들었던 순간.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공감하며, 연극을 만듭니다.
그렇게 캠프 첫째 날의 밤을 맞이합니다.
**둘째 날
비가 그친 둘째 날, 모두 잔디밭에 모여 ‘고양이&쥐’게임도 하고
간단한 체조로 가뿐하게 아침을 엽니다.
“어젯밤 잘 주무셨나요?”
서로 인사도 나눕니다.
아침 식사 후, 강당에 모여 세 그룹으로 나누어 조별 활동을 합니다.
‘나를 힘들게 하는 누군가’를 정하고 그 사람을 향해 내 속마음을 이야기 합니다.
이 때 참가자 중 한사람은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말합니다.
내게 연락이 없는 친구에게, 부당한 대우를 하는 직장 상사에게,
동생만 챙기는 엄마를 향해 이야기 합니다.
‘나를 억압한다고 느낀 순간’,‘ 부당함을 느낀 순간’,‘ 외로움을 느낀 순간’에 대해
조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장면을 만들어 봅니다.
수어와 필담, 몸짓을 통해 서로 잘 소통하는 것에 집중합니다.
수어통역사가 빠진 내용들을 다시 전달합니다.
(위 사진은 농인참가자 2명, 청인참가자 2명, 수어통역사 1명의 조 모임입니다.)
☆
나왔던 이야기들과 어울리는 노래를 선택해
가사를 전달할 수 있는 수어 표현을 함께 찾아봅니다.
댄스곡에 맞춰 수어를 함께하며 즐거운 장면도 연출해 봅니다.
구직을 하러 간 곳에서 농인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았던 순간을
연극의 한 장면으로 만드는 중입니다.
저녁 시간.
낮 시간에 만들었던 장면들을 엮어 구체화시키고
조별 발표를 합니다.
장면에 필요한 천을 고르고, 대∙소도구를 이용하기도 하고
장면마다의 조명과 음악을 선택합니다.
농인 참가자가 수어를 하면 청인 참가자나 수어통역사가
무대 위, 혹은 무대 바깥에서 음성언어로 이를 함께
전달합니다.
학창시절, 의사가 되고 싶어 진로 상담을 받으러 간 자리에서
“농인이라서 안 된다.”라는 말씀만 하셨던 선생님께 큰 실망을 했던 한 참가자의 이야기.
다른 참가자가 내 역할을 맡았습니다.
한 명씩 자신의 억울했던 순간 혹은 외로웠던 순간에 대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수어로 이어갑니다.
현실에서 엄마에게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연극 안에서 꺼내보기도 합니다.
☆
“나도 엄마한테 의지도 하고 위로도 받고 싶어.”
“나도 할 수 있어.”
“나에게도 꿈이 있어.”
힘들었던 언어 치료의 과정.
내 삶의 의미를 치열하게 찾아가던 순간들을 연극 안에 담아 봅니다.
***셋째 날
농인과 청인 간의 오해와 편견의 순간,
오해와 관련한 유머.
각 에피소드를 연결해 연극을 만듭니다.
‘농피소드’라는 제목을 붙여 연극을 만들었습니다.
어린 시절, 오락실에서 줄을 서야 한다는 소리를 듣지 못해
오해를 샀던 에피소드를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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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인과 청인 사이에 발생하는 사소한 오해들.
각자의 입장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듣고
서로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유머가 섞인 장면들과 다소 무거운 장면들을
연극 속에 조화롭게 구성합니다.
바람이 제법 선선해진 저녁
홀로 산책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나의 꼭 버리고 싶은 점’ 한 가지를 떠올리며
그 모양을 닮은 마른 가지, 낙엽 또는 솔방울 등
태울만한 것을 하나 줍습니다.
모닥불 앞에 다시 모입니다.
한 사람씩 자신의 버리고 싶은 부분에 대해 이야기 하고
주워온 것을 모닥불에 태웁니다.
☆
모닥불에 구운 고구마를 나눠 먹으며
홍천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냅니다.
****넷째 날
리허설.
3박 4일 간 공감연극학교에서 만들었던 장면들을 취합하여
남녀 두 주인공의 이야기로 연극을 구성합니다.
각 장면을 진행하는 동안 즉석에서 참가자들의 말을
역할의 대사로 정리하는 작업을 병행합니다.
각 장면별 등장인물을 정하고,
장면에 필요한 음악과 조명, 의상과 소품 리스트를 체크합니다.
단 한 번의 장면 설명 후에 이어진 리허설이지만
참가자들은 놀라울 정도의 집중과 기억력, 표현력으로
무대를 장악합니다.
☆
공연.
1시간이 훌쩍 넘는 시간을 참가자들은 한 순간의 막힘없이 공연합니다.
참가자들의 삶과 일상이 녹아들어있는 연극.
살아있는 이야기들을 통해 만들어진 연극.
모두의 진심어린 공감과 서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그 안에 일상에서 다 표현하지 못했던 깊은 감정과 강렬한 몸짓,
소통을 향한 다양한 방식으로의 언어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공감연극학교 1차 캠프를 통해 참가자들은
농인과 청인, 장애와 비장애.
그 경계를 넘어선 소통방식을 찾으려 했고,
서로의 이야기에 귀기울이며 이해의 시간을 갖고자 했습니다.
연극이라는 것에 두려움이 있기도 했던 시작과 달리 마지막 날의 참가자들은
함께 연극을 만들었다는 것에 작은 성취감을 갖게 된 모습입니다.
☆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시간.
함께했던 귀한 시간들을 가슴에 품고
2차 캠프와 본 공연을 기약하며
미소 띤 인사를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