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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소식 영등포에서_ (마지막수업) 2학기⑫ '그때까지 행복# 은 계속된다'

  • 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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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 엄 지)

 

 

공연날. 2010년 연극수업을 같이 했던 분들과의 마지막 시간. 축제의 날.

추운 겨울 날씨다.

12시가 넘어서야 교도소 내로 입장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었지만, 혹시나 조금이라도 일찍 들어갈 수 있을까하는 기대로 행복공장 사람들과 무대를 도와주시는 강쌤, 정쌤은 오전 11시반부터 교도소 출입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기다리면서 각자 가져온 의상과 소품 중에서 적절한 것을 취사선택하여 미리 신고된 공연물품으로 분류하여 모아놓았다. 그리고 공연진행을 위한 각자의 역할을 분담하였다. 시간이 흘러갈수록, 조금이라도 일찍 들어가고자 했던 우리의 계획은 달성불가능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자'고 생각해도 자꾸 올라오는 섭섭함과 아쉬움을 갖고, 12시 반이 되어서야 강당으로 들어갔다. 올수록 오기가 힘들어지고 멀어지는 곳이 이곳 교도소인 것 같다.

 

어제 부탁했던 대로, 무대 위의 의자들은 정리되고 관객석을 향한 장의자 2개와 측면 장의자 1개만이 놓여 있었다. 그동안 보았던 강당 무대 중 가장 넓고 깨끗해 보이는 무대였다. 정해진 공연시간까지 정말 얼마 남지도 않았다. 조명기를 맞추고, 가져간 의상과 소품을 입어보고 그러면서 재미있어하고 웃고 장난치고. 결국 우리를 위한 거니깐 우리가 즐겁게 하자란 생각을 되뇌였다.

관객이 들어오기 전에 리허설을 할 시간도 없는 상황에서 연습했던 바와 다르게 장면을 바꾸기도 했다. 조명기는 어제보다 보완이 되었지만 여전히 아쉬웠다. 영상도 오늘에서야 처음 맞춰보게 되었고, 불안한 것 투성이로 관객들을 맞아 연극을 시작하게 되었다.

천주교 집회에 참가하는 재소자들이 들어오고, 행복공장 관계자들이 들어오고 우리는 관객들이 객석에 앉아 무대를 바라보고 있는 상황에서 무대 한 켠에 모여 손을 맞대고 나지막하지만 힘차게 ‘화이팅!’을 외쳤다. 커튼으로 무대와 객석 사이를 가릴 수도 없는, 숨을 수도 없는 그런 무대였고 공간이였다.

한데, 돌발상황 발생. 연극의 가장 첫 장면에 등장하는 꼴통에게 접견인이 찾아온 것이다. 설마 접견을 나갈까 싶었는데 접견인이 누구인가를 확인한 꼴통은 황급히 나가버렸고, 곧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감은 시간이 지날수록 불안감으로 변해갔다. 무대 위 배우들은 시계를 보고, 객석 뒤의 문을 보면서 꼴통을 기다렸지만 꼴통은 나타나지 않았다. 사회를 보는 점돌이가 아무리 시간을 끌어도 생략하기로 했던 진짜사나이의 자작곡 행복#을 관객들과 같이 배우는 시간을 갖고 이야기를 길게 해도, 더 이상 공연시작을 미룰 수 없는 상황이 다가왔다.

점돌이는 연극을 시작하겠다 하고, 무대 밑에 있던 바람은 배우가 없다고 난처해하고, 무대 위 배우들은 당황해 하고. 점돌은 그냥 하자고 한다. 더 이상은 미룰 수 없다고. 하여 꼴통의 대타로 희망이 꼴통 역을 대신하여 첫 장면을 시작하였다. 정말 상상하지도 못했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다행히 희망은 꼴통 역할을 몰입하여 잘 해주었다. 엄지는 희망에게 꼴통의 의상을 건네주며 역할을 계속 대신해 줄 것을 부탁하고, 희망은 할 수 있다고 속삭인다.

 

첫 장면이 끝나고 막간 노래로 점돌이가 ‘이제는 그랬으면 좋겠네(조용필)’이라는 곡을 부르는 동안, 접견 나갔던 꼴통이 극적으로 돌아와 다음 장면에 등장하여 자신의 역할을 연기한다. 연극은 그렇게 주인공이 바뀌면서 진행되고, 배우들의 당황과 긴장도 풀어진다. 나중에 꼴통에게 접견인이 누구였는가를 묻자 ‘엄마’ 였다고 한다. 누가 오늘 이시간에 그의 엄마가 접견을 오리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그렇게 황급하게 나갔던 그가 이해된다. 그리고 공연 중의 돌발상황에 대해서는 더 이상 아무말도 않는다.

영등포 소 내의 소장님을 비롯 근무직원들이 관객으로 왔지만 연극중간에 나가는 것이 눈에 띄기도 했다. 오늘 공연에서 처음 맞춰보는 영상, 조명은 우려했던 대로 조금씩 안맞고. 크고 작은 여러 가지 돌발 상황들을 있었지만, 무사히 연극 속 이야기는 마무리 되었다. 이어, 바람이 사회자로 등장하여, 관객이 연극에서 다뤄진 문제를 같이 고민하고 토론하고, 연극 상황에 직접 개입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관객들은 아이에게 수감 사실을 알리지 못하고 8년 간이나 아이와 무소식으로 지냈던 아빠의 이야기와 전과자로서 구직을 하는 것이 어렵다는 사실에 가장 많이 공감을 하였다.

 

연극 후 관객 개입

 

1. 아버지와 아들의 갈등 상황.

아빠의 역할로 개입한 한 재소자는 등장하여, 교도소에 수감되기 전, 어린 나이의 아이지만(9살로 설정)지만, 자신의 아이에게 직접 자신이 자수를 하여 교도소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사실을 솔직하게 밝히고 아이를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하였다. 아들 역할을 했던 소는 아빠의 이야기가 무슨 말인지 전부를 이해할 수는 없지만, 아빠가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고, 기다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소감을 이야기했다. 반면, 아내 역할의 배우(엄지)를 자꾸 외면하였는데, 그 이유를 묻자 소에 있으면서 외부인을 만난 경험이 거의 없어서 어색하고 자꾸 가슴이 뛰어 쳐다보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했다.

 

2. 생수회사에서 사장과의 갈등

기회를 봐서 사장에게 자신이 전과자임을 밝히고, 각서를 쓰고 회사에서 계속 일하는 것으로 타협하는 것으로 대안을 제시했다. 이 상황에는 함께라면이 관객-배우로 등장하여 연기하였다.

연극 마무리에는 재소자가 출소 후 사회에 적응하고 건강한 직장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사회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으로 이야기가 모아졌다. 바람은 재소자가 차별받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정부지원 하의 기업을 상상하여, 연극으로 그런 회사에서 일해보도록 권유하였고 몇몇 배우들이 그런 상황을 간단하게 보여주었다. 하지만 미리 이야기되지 않은 상황에서 만들어 낸 것이라 욕심만큼 되지는 않았다.

 

 

 

관객참여까지 연극프로그램을 마친 후 모두 함께 행복#을 합창하며 집회시간을 마무리하였다. 재소자 관객들이 퇴장한 후 연극 참여자와 행복공장 실무진, 행복공장과 관계된 관객들이 남아서 가져간 음식을 나누며 소감을 나누었다.

연극수업이 ‘진심’을 느낄 수 있어 좋았고, 먹지 같은 머리 속에 힌트 같은 여유를 줄 수 있어 좋았다는, 또 숫기 없는 자신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는 참여자의 소감이 있는 반면, 정들어 헤어지기가 힘들고, 이감되는 동료 미카엘 때문에 속상하고 슬프다는 이야기도 많았다. 연극을 좀더 전문적으로 배워서 전문적으로 공연해 보고픈 욕심이 난다는 이야기도 이었다.

영등포 교도소에서의 연극수업이 다른 팀에게도 지속될 수 있을 지, 그때 자신들도 같이 볼 수 있을 지를 묻는 참가자들에게 어떤 답도 해 줄 수 없었다. 우리도 알 수 없는 답이다. 우리도 알고 싶은 답이다.

준비해간 떡케익에 꽂은 나무 젓가락을 촛불이라 상상하여 모두가 같이 촛불을 끄는 의식을 치른 후 음식을 나누었다.(소 내에서는 초도 불도 허용이 안된다.) 웃고, 울고, 얘기하고, 노래하고. 그러면서 우리들의 축제는 막이 내렸다.

우리들의 축제는 언제 다시 시작될 수 있을까

그때까지 행복#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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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관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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