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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에서 온 편지] 나와 더 편안하고 진솔하게 만나게 해 준 선물

내안의 감옥이라는 프로그램명을 처음 들었을 때 반성, 감옥, 죄 이런 것들이 연상되어 그리 흥미롭지 않았다. 그렇고 그런 반성 혹은 성찰 프로그램의 하나려니 생각했다. 이미 지나간 그 때 그 상황에서 지혜 혹은 지식이 모자라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음을 마치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있었는데 그렇게 했다고 여기게 하는 것 같아 싫었다. 그런데 핸드폰도 책도 없이 24시간 자신에게 고요를 선물하라는 글귀가 나를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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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50세가 된 나는 최근들어 눈에 띄게 몸의 변화가 찾아왔다. 자고 일어나도 눈이 건조하고 가까운 글씨들이 보이지 않고, 깊은 잠에 들기가 어렵고, 생리량은 불규칙하고..이를 해소하기 위해 여러 시도들을 해 보지만 여전히 예전의 몸으로 돌아가지 않자 계속 화가나고 불만이 쌓여가는 터 였다. 가까이 있는 가족들이 못마땅하고,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의 갈등과 불협화음도 늘어나자 스스로에게도 불만족스러웠던 차  혼자 24시간을 보내고 나면 어떨까 궁금증도 일었다.


감옥에 처음 들어서자 썰렁한 공기와 함께 졸음이 밀려왔다. 한참을 자다 추워 다시 이불을 꺼내덥고 자려는데 가슴이 두근거린다. 설레는 두근거림이 아님 두려움과 긴장의 두근거림 이랄까. 방의 온도를 1도 높이고 다시 잠들었다 깨어나니 방안의 공기가 달라져있었다. 따뜻하고 포근하다. 긴장의 두근거림은 고요한 평온함으로 바뀌었다. 쉼에게는 이런 힘이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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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삶을 돌이켜 인생그래프를 그리다보니 내가 행복이라고 표시한 쪽에는 사람들과의 관계나 배움을 통해서 무언가를 얻었다고 느꼈을 때였고, 불행이라고 표시한 쪽에는 질병, 번뇌, 빚 등 내가 어떻게 할 수 없을 거라 여겨지는 부분들에서 였다. 그런데 지나고보니 내가 할 수 없을거라 여겼던 그 모든 것은 지나갔고 나는 여기에 이렇게 있었다.

“대자연은 내게 몸을 주어 나를 이 세상에 살게하고, 삶을 주어 나를 수고롭게하며, 늙음으로 나를 편안하게 해주고, 죽음으로 나를 쉬게한다. 그러므로 나의 삶을 좋은 것으로 여기는 것은 곧 나의 죽음을 좋은 것으로 여기는 것이다.”(대종사,장자,바보야 문제는 돈이 아니라니까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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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잡스러웠지만 팔팔했던 젊음을 지나 중년으로 들어선 나는 달라진 신체에 당황했고 어쩔 줄 몰랐다. 준비도 안 된 채 손님을 맞았다고나 할까. 그런데 또 다른 한편으론 결혼, 출산, 양육 등의 삶의 수고로움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는 느낌도 든다. 지천명이라는 50의 나이에 천명을 알기위해 먼저 내 안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가 아닌가 싶다. 그러기에 304호에서의 고요는 나를 나와 더 편안하고 진솔하게 만나게 해 준 최고의 선물이었다. 
 

글 | 진희수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참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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