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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에서 온 편지]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1.5평의 기적


이번 ‘릴레이 성찰 프로젝트’는 독방에서 24시간 동안 나와 세상에 대한 성찰을 해보는 프로젝트이다. 사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방안에서의 24시간은 두려움이기도 하고 또 도전의식도 불러일으킨다. 나와 세상을 바꿀만한 그 무언가에 대해 성찰한다는 주제만 들었을 때 사실 무거운 감이 없지 않았다.   왜냐하면 요즘에 난 그 누구보다 지쳤으며 그 무엇도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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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자기 성찰’이라는 화두를 던지기 보다는 단 하루만이라도 밤하늘의 별을 보며 잠시 쉬어가고 싶은 마음으로 스스로 감옥에 갇히기로 마음먹고 이곳에 왔다. 그 동안의 나는 방안에 가만히 앉아 있는 방법을 몰랐다. 어쩌면 내 안의 두려움, 망설임으로 인해 매번 오로지 혼자만이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피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더 이상의 고립은 내게 있어 스스로 내리는 형벌과 같다는 생각이 들어 이곳을 향해 달려왔다.

 

굽이굽이 강줄기를 따라 이곳에 오니 도시에서는 보기 드문 풍경들이 이루어진다. 바로 지붕위로 모락모락 김이 오르는 광경이다. 음식을 정성스럽게 만들고 있다는 신호로 김이 모락모락 올라 하늘로 올라가면 서울에서 굳어 있던 내 마음이 점점 풀어진다. 그리고 내 마음도 함께 평온해진다. 어쩌면 이곳은 자연과 사람이 함께 공존하며 존중하며 성찰 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닐까? 하고 내심 기대감을 가지게 된다. 

 

수감번호가 적힌 명찰과 함께 주최측에서 준비해준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으니 마음이 편안해 지고 몸매의 굴곡을 숨길 수 있어 내면에 좀 더 집중할 수 있기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나하나 정성스러웠다.


행복공장의 노지향 선생님과 권용석이사장님의 진행으로 처음보는 낯선 사람들과 원으로 둘러 앉아 어떤 마음을 가지고 이곳에 찾게 되었는지 자신들의 이야기를 꺼내 놓았다. 다들 자신만의 주제를 가지고 의미 있는 시간을 맞이하기 위해 왔다는 것을 알게 되자 나는 이곳에 더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분명 의미있는 시간이 되어 줄 거라는 확신이 함께 섰다. 이야기를 마친 후 맛있는 점심을 식당으로 가자 식당 안에는 정성스런 자연주의 식단의 음식이 담겨 있었다. 이사장님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요리를 해주시는 이모님께서 직접 캐신 냉이로 만든 된장국과 직접 쑤신 도토리묵 등 이곳 홍천에서 얻을 수 있는 자연재료로 만든 음식이라고 한다. 맛있는 점심식사를 마치고 홍천수련원의 근처를 한 바퀴 돌며 산책을 하고 난 후 수련동의 강당에서 절하는 방법과 명상을 하는 방법을 배운 후 각자 자신의 독방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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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방에 들어서자마자 한참동안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한숨이 저절로 내쉬어졌다. ‘나는 누구인지, 나의 죄는 무엇인지..’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별을 보며 묻고 어둠을 향해 소리치고 있다. ‘답답해’ 그때 고요할 줄 알았던 별들이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 또한 믿기지 않아 눈을 비비고 의심했다. 내가 미친것인가?  눈을 몇 번이나 비벼도 창문으로 가까이 다가가도 별들은 여전히 부산했다. 난 잠시 거대한 바위덩어리 같은 고민거리들은 내려두고 별들의 움직임을 감상했다. 마치 내가 라라랜드의 주인공이라도 된 것처럼 말이다. 별은 동그랗고 주변에 색의 퍼짐이 흩날려있었다. 통 통 통 돌아다니더니 이번에는 가느다란 선이 그어졌다. 그리고 하나 더 바로 다리가 생긴 것이다. 하하하 황당한 마음에 웃음이 났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그 별이 두 개가 되어 짝을 지어 돌아다닌다. 서서히 주변의 별들도 동참하기 시작한다. 춤추는 별, 산책하는 별, 짝을 지어 놀러 다니는 별, 그리고 혼자 헤메이는 별.. 그리고는 별들이 직선과 곡선이 그으며 나에게로 하나하나 쏟아져 내렸다. 그 순간 나는 코끝이 찡하며 가슴 속에 있던 작은 응어리들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어쩌면 나는 별들의 일상의 모습을 보고 위로 받은 거 같다. 이건 일상의 공간인 나의 집, 직장, 서울의 거리에서는 경험하지 못하는 일이이다. 이건 1.5평 독방에서 내게만이 주어진 선물이었다. 잠시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 있음에 감사했다. 별들을 감상하다가 잠시 생각해 보았다. 복잡한 도시 속에 가면을 쓴 사회적 관계들, 그리고 민주화를 향한 광화문의 농성들, 그리고 아버지의 뜻하지 않은 사고 그 모든 것이 나에게는 무거웠던 것이다. 성찰하려고 온 것이 아니라 실은 도망치고 싶은 비겁한 마음에 홍천수련원에 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아버지에게 굉장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별들은 아름다움으로 나에게 성찰을 할 수 있게 이끌어 주었다. 이것은 자연이 주는 위로이며 1.5평의 독방 안에서의 사고의 흐름을 따라가 황홀한 성찰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어둠은 사라지고 아침이 밝았다. 창 밖에 작은 참새한마리가 보여 창밖을 보자 저 멀리 사람 둘이 보였다. 자세히 보니 행복공장의 스텝들이 부엌에서 참가자들을 위해 준비한 도시락을 옮기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들이 서로 눈을 마주하며 이른 아침부터 서로를 챙기는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나는 생각했다. 나와 세상을 바꾸는 건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고 안부를 물으며 가끔은 이유 없이 전화를 하고 밥을 먹고 하는 일상이며 그 일상이 이루어지면 세상이 지금과는 다르게 따뜻해 질 것이라는 답을 얻었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

차 문에 비치는 나의 모습을 보니, 

어제보다 조금 단단해졌고 

어제보단 조금 더 편안해 보인다.  


p.s. 세계적인 건축가의 4평의 기적이 있다면 홍천에 있는 1.5평의 기적을 경험했으면 좋겠다.  



글 | 박설아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참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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