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만나는 하루 [소감문] 4월 4-5일 나를 만나는 하루, 독방24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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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4~5일 [나를 만나는 시간, 독방24시간]에 참여한 청년의 이야기를 나눕니다.
어머니, 왜 절 낳으셨나요?
나가면 괴롭힘당하고, 공부는 머리에 안 들어오고, 몸은 비쩍 말라 허약하고, 부모님은 사이가 안 좋고, 사람 마주치는 게 피곤하고 무섭고,
아버지의 기대에 미치지 못해 인정받지 못하고, 되는 일이 없던 저는 삶을 비관했습니다.
앞으로의 삶도 희망없이 비참하게 꼴사납게 연명하다가 꼼짝없이 죽을 날만 기다리라며 낳은 어머닐 원망했습니다.
할아버지를 증오하며 간장을 마시고 아버지를 떼려 했던 할머니, 시집살이가 너무 괴로워 우릴 두고 떠나려했던 어머니, 무엇보다 남의 잘못만 들먹이며 움츠러든 무력하고 나약한 자신이 혐오스러웠습니다.
대책이 없는데 왜 굳이 자식을 낳아서 괴로운 꼴을 당하고 삶의 고통과 슬픔을 맛보게 하고 수고스러운 짐을 짊어지게 하십니까?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으면 번거로울 일도 없지 않습니까? 그런 생각에 파묻혀 지냈습니다. 왜 태어났나? 그게 저의 가장 큰 의문이었습니다.
이미 태어난 건 어쩔 수 없지만, 앞으로 맞이할 슬픔과 상실과 죽음에 아무런 대책이 없는 건 큰일인 것 같아 불교를 공부했습니다.
세상은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다. 태어난 것은 반드시 죽는다. 머리로는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내심 세상이 원하는 대로 됐으면 좋겠고, 사랑하는 사람이 아프지 않고 천년만년 살길 바랍니다.
“마음은 밑 빠진 독 같습니다. 채우기 위해 뼈 빠지게 퍼 날라도 끝이 없습니다."
밑 빠진 독을 연못에 던져 채우는 내용의 영화를 본 적이 있습니다.
마음을 채우느라 지쳤을 때, 밑 빠진 독을 연못에 던져버리듯이, 밑 빠진 마음을 세상에 던져 맡겨버리고 마음을 채우는 노예에서 벗어나 봅니다.
세상이 요구하는 기준은 어딘가 밑이 빠져 있어서 채워도 채워도 끝이 없습니다.
그 기준을 채우지 못해도 우린 모두 누군가의 소중한 아이였으니까. 이러지 못해도 저러지 못해도 그대로 소중한 존재라고.
앞으로 태어날 아이들, 이미 태어난 아이들, 커버린 아이들에게 그렇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아무런 조건 없이 묵묵히 응원하고 마음을 비춰주던 어머니께 모진 말을 했습니다.
짧고 좁은 시야로 함부로 판단하고 행동한 지난날을 반성합니다.
제게 있어서 행복공장은 움츠려있느라 해보지 못한 걸 할 수 있게 도와주고, 고민을 들어주고, 짐을 덜어주고,
바쁘다는 핑계로 내쳐진 마음을 돌볼 기회와 여유를 선물해주고, 성장을 이끌어 준 제 인생에 잊을 수 없는 곳입니다.
지쳐서 잠시 쉬면 더 큰 에너지로 다시 만날 날이 올 거라 믿습니다.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세상을 이롭게 하는 향기가 오래도록 널리 퍼지길 기도합니다.
재작년 겨울 풀리지 않던 숙제를 안고 이곳에 처음 찾아온 날이 떠오릅니다.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행복공장과 함께 그 숙제와 씨름했습니다.
해답을 누군가가 제시해 줄 수 있지만, 각자의 안에서 스스로 발견할 때 특별한 힘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그럴 수 있도록 틀을 마련해 준 행복공장과 이어진 모든 사람에게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