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캠프 [스케치] 은둔고립청년 가족 치유캠프 1차(2023.04.21-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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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 1일차
강원도 홍천에 위치한 성찰공간 ‘빈 숲’에서, 은둔고립청년 가족캠프가 시작됐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먼 거리를 달려 강원도에 도착한 참가자들.
다 함께 모여 간단한 소개를 나누는 시간을 가집니다.
비록 서로가 진짜 부모자식 사이는 아니지만, 같은 사연으로 얽혀 있습니다.
아직은 서로 조심스럽기도 하고, 긴장되기도 하는 것 같네요!
긴 시간 차를 타고 이동하느라 잔뜩 굳어있던 몸을 간단히 풀며 산책합니다.
초록이 가득한 풍경에 눈도 마음도 편안해지네요!
이 때 서울에서 미세먼지가 기승이었던 탓에, 강원도의 맑은 공기가 너무 반가웠습니다.
즐거운 게임을 하며 긴장을 풉니다.
조금씩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를 알아갑니다!
앞서 다 같이 웃으며 게임을 하고 나니 이야기 나누는 것도 한결 편안하네요.
자신을 소개하는 열 가지 문장,
살아오며 느낀 희로애락의 순간 등등을 적어보고, 서로 나누어봅니다.
나에 대해서는 뭐든지 잘 알 것 같은데도, 의외로 쓰려고 보면 고민이 됩니다.
어쩌면 온전히 나 자신만의 감정을 들여다본 때가 별로 없었던 것 아닐까요?
생각의 초점이 내 안으로 향하는 순간입니다.
선배와의 대화 시간. 주제는 ‘어떻게 살 것인가’ 입니다.
조현 기자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많은 것을 느낍니다.
저녁 식사를 하고 다시 모여, 이번에는 조별 발표를 준비합니다.
앞서 나누었던 희로애락 이야기를 바탕으로 즉흥극을 선보이는데요.
대본을 완벽하게 준비하지 않아도 연극이 곧잘 진행된다는 것이 신기합니다.
우리들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연극이라는 표현 방식이 익숙찮을 텐데도 모두가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십니다.
전문 배우이기도 한 강사님들이 능숙하게 이끌어주셔서,
그 짧은 시간에 준비했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재미있는 연극들이 이어집니다.
첫날의 프로그램이 끝나고, 막간을 이용한 노래자랑 시간!
의외의 실력을 자랑하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캠프의 첫날밤은 이렇게 흥겨운 분위기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캠프 2일차
2일차 아침은 각자 방에서 고요히 보냅니다.
모자란 잠을 자거나, 책을 읽거나, 명상을 하는 등,
자신과 만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후 점심을 먹고, 잔디밭에 모여 야외 활동을 합니다.
눈을 가린 채 오감으로 주위를 느껴봅니다.
짝에게 의지해 어딘지 모를 공간을 걸어보기도 하고, 음악을 들으며 춤도 춰 봅니다.
듣고 냄새맡고 만져보는 감각들이 생경합니다.
충분히 몸을 풀고 나면 다시 강당에 모여,
여러 가지 방식으로 감정을 발산하고 표현하는 법을 배웁니다.
각자 ‘하고 싶은 말이 있는 상대’를 한 명씩 정하고,
상대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합니다.
감정이 북받치기도 하고, 격렬해지기도 합니다.
평소에는 함부로 드러내기 어렵고, 드러내는 법을 몰라 쌓여 왔던 감정입니다.
강사님들의 지도 하에 그것을 안전한 방식으로 꺼내놓아 봅니다.
어떤 감정들은 내가 꾹꾹 눌러두었을 때 어렴풋하게 느꼈던 것보다도 훨씬 깊고 아픕니다.
내가 지금까지 이런 것을 줄곧 짊어지고 있었구나 깨달으면, 그게 나 자신에게 참 못할 짓이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반드시 발산해야만 사라지는 것들을 이 캠프에서 일부나마 해소하고 가는 것 같습니다.
그러고 나서는 요가를 하며, 이완과 회복하는 법을 익힙니다
내 몸을 제대로 가누는 것도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아직도 걸음마 중인 사람처럼 말이에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몸도 마음도 무척 개운해졌습니다.
저녁을 먹고 나서, 다 같이 모여 모닥불을 피웁니다.
‘나에게서 버리고 싶은 것’을 상징하는 물건을 하나씩 가져와 태웁니다.
그게 정말로 사라져 없어지길 바라면서요.
타들어가는 불을 보며 고구마도 굽고, 마시멜로도 구워 먹으면서 담소를 나눕니다.
내일이면 다시 집에 돌아간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시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캠프의 마지막 밤이 그렇게 깊어갑니다.
캠프 3일차
돌아가는 날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겨우 이틀 동안의 시간인데도 서로가 훨씬 편해졌고, 표정도 몰라보게 밝아져 있더라고요.
마지막 연극 발표를 앞두고, 조별로 모여 마지막 준비를 합니다.
조별로 특색이 잘 드러나는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마지막 발표도 잘 마치고 나니, 퍽 시원섭섭합니다.
첫 날 모였던 것처럼 둥그렇게 앉아 소감을 나눕니다.
다들 많은 것들을 덜어낸 얼굴로, 한결 편안하고 진솔한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왜 즐거운 시간은 이렇게 빨리 지나가는 걸까요?
짧았지만 내 인생에서 무엇보다도 값지고, 충실했던 2박 3일이었습니다.
비록 돌아가면 다시 여느 때와 같은 나날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겠지만,
그 무게를 감당하는 법을 이제 조금은 알았으니 돌아가는 걸음이 한결 가볍습니다.
우리가 가진 어떠한 사연이 아니었더라면,
서로의 인생에서 단 한 번도 스쳐갈 일이 없었을 사람들을 만나,
무척 소중한 인연을 느꼈습니다.
앞으로도 행복공장에서 이런 나날들을 보내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 나를 사유하는 시간을 몇 번이고 갖고 싶습니다.
-글, 김초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