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만나는 하루 [참가후기] 2019 독방 24시간 _ 5월의 이야기 (5.25~5.26)
- happi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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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
두 번째 방문이다. 지난번과는 다르게, 많이 푹 잤다. 아니 그냥 계속 누워 있었다. 새벽 두 시쯤, 방문에 불 켜진 방이 보였다. 화장실을 다녀오며 빼꼼히 내다본 것이다. 그의 고민이, 생각이 정리되길 바랐다. 많이 자고, 일찍 잠자리에 든 덕에 아침을 깨우는 오르골 소리에 일어나 108배 중 몇 십배 정도는 했다. 하다가 스트레칭을 하기도 하고, 안내 방송에 귀 기울이며 창밖을 내다봤다.
이 곳 에서의 식사는 좀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저녁의 바나나 아몬드 셰이크, 고구마와 아침 죽, 무짠지, 콩나물까지….
이번에 부끄럽지만, 바리바리 짐을 싸 왔다. 책을 읽겠다고…. 지난번에는 한 권 다 읽고, 다른 책을 조금 더 읽다 갔다. 이번에는 불안함에 가져왔지만, 별로 펼쳐보지 않았다. 노트에 떠오르는 생각, 잡념, 아이디어를 적어간다.
책을 다음에는 가져오지 않는 게 목표다. 창밖을 보고, 새 소리를 듣고 창문 속 자연을 바라보는 것이 유튜브 보는 것보다 가치롭다. 재밌다고는 못하겠다. 이미 많은 자극에 노출되어, 세상에 잘 낚이는 어른이 된 지라….
밥 먹을 때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데 익숙했는데, 구름 떠다니는 것, 새들이 날아다니는 것, 초록으로 물든 산을 보는 것이 눈도 편하고, 마음이 편하다.
혼자의 고독을 즐기는 법을 배운다. 다시 세상에서는 함께 공동체로의 즐거움을 누리다 혼자의 시간이 필요할 때 다시 와야겠다.
지난번 보다는 편한 마음이다. 욕심을 낸다고 될 일이 되는 것도 아니고, 삶은 통제권 밖에 있다는 것. 그 불변의 진리 앞에 겸손히 나아오자는 마음을 먹는다.
나와 시간을 보내는 법, 노는 법을 배운다. 내 호흡, 내 몸의 움직임을 느끼는 것이 좋다. 즐거움을 멀리서 찾지 말자고 다짐해 본다.
“감사하게, 푹 쉬다 갑니다! 건강하세요♡”
▪ 하**
프로그램 신청 전, 몇 가지 홍보 방송 영상 중 이사장님의 인터뷰가 기억에 남는다. 누가 봐도 멋진 일을 하셨던 분이 자연 속에서 이런 프로그램을 만든 이유가 분명히 있으리라 생각이 들었고 궁금했다.
하루라는 시간은, 나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고, 앞날을 다시 재정비하고 싶어서 이 프로그램에 참가한 나에게는 너무나 짧은 시간이었다.
스마트폰을 달고 사는 나에게 (폰 없이는 화장실조차 가지 않는) 이 시간이 지루할 것 같다는 생각이 한 켠에 없지 않아 있었지만, 막상 하루가 지난 지금은 무언가에 해방된 듯 편안함을 가져다준 시간인 듯 하다.
‘쉼’, 집에서 쉬면 되고, 꼭 굳이 먼 곳까지 갈 필요 없이 서울 근교에 호텔 방 잡고 하루 호캉스로 즐길 수도 있었지만 지금 내게는 일정 부분 ‘강제성’ 이 필요했던 것 같다. 또한, 이 프로그램의 ‘쉼’은 뜻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 함께 공유할 수 있음에 가치가 더 있는 것 같다. 자율성 속의 쉼은 겪어보지 않아도 분명 핸드폰을 손에 쥐고 있는 쉼일 것이고, 타인을 의식하는 쉼일 것이다. 그런 진정한 쉼이 아니겠지.
1.5평이라는 공간적 환경 또한 오로지 나 혼자 있을 수 있고, 모든 것으로부터 방해 받지 않는 <모든 것; TV, 전자기기, 엄마의 잔소리…. etc> 정말 나에게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좁기 때문에 더 가능한 환경인 것 같다.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평소에 의식하지 못했던 난의 뼈 마디 하나하나 움직여 보기도 하고 아픈 곳도 찾았다…. ㅎㅎ) 고민하고 있던 것들과 내 자신의 성찰에 대한 결론을 도출해내지는 못했지만, 먼 훗날 내 과거를 돌아보았을 때 부끄럽지 않은 내가 되고자 한다.
이런 프로그램은 더 널리 알려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좋은 프로그램 경험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PS. 참가비를 일정 부분 이상 받으셔도 좋을 것 같아요~ ^^
▪ 남**
아무도 오지 않기로 약속된 이 방 안에서 나는 홀로 편안하다.
잠을 많이 잤다. 자느라 시간이 다 갔다.
지난 3월 독방에선, 혼자 있는데도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무언갈 해야 하지 않나 하며 움직이려 하던 모습이 가장 많았는데,
이번엔 잠이 많았다.
내가 자고 싶었던 잠을 다 자고 나면
나는 이 독방에서 무얼 더 하고 싶어질까?
나에게 어떤 말을 건네어올까? 어떤 모습이 보여올까?
궁금해진다. 그리고 아직 드러나지 않은 나에게
기다리고 있겠다고 말해둔다.
▪ 김**
저번에 워크숍으로 왔을 때 독방 안에 있는 시간이 너무 좋았었어 기대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이번에는 진짜 긴- 시간 독방에 있어야 하는 거라 저번에 좋았던 기분보다 덜 느껴질까, 지루하다 느껴질까 걱정되었던 마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역시, 좋네요!!
왜 3월 참가자 분들이 5월에도 오셨는지 알 것 같습니다.
확실히 행복공장에 오니 일상에서 있었던 불쾌한 잡생각들이 현저하게 줄어들었고 멍-때리는 시간들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제 주변에도 이 좋은 프로그램을 많이 알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행복공장♥
PS. 참, 이번 식사도 정말 맛있었습니다. 역시 맛집!!
▪ 김**
지난 3월은 격정의 시간이었다.
가 보지 않은 길을 간다는 것, 특히 아이와 관련되어 있다 보니 혼란스럽고 두렵고 걱정이 앞섰다.
4월 초 매듭을 짓고 나니 또 다른 혼란과 두려움이 생겼다. 나의 문제는 내 생각이면 내 마음이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부모가 되어보니 그것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이젠 믿을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선택에 대한 응원과 기도만이 내 몫이니까. 그럼에도 내 몸은 이상한 증상이 나타났다. 물론 100% 인과관계는 아니지만….
일상에 쉼표 하나 찍고 싶었다. 그리고 아이에게도 그런 기회가 되었기를 바라며 함께 왔다.
생각보다 시간은 짧았다. 하지만 온전한 나만의 시간은, 나의 가쁜 호흡의 속도를 조금 늦춰주었다.
몇 시간 후 나의 일상은 반복되겠지만, 5월의 봄 꿈처럼 아련하겠지만, 그럼에도 쉼의 소중함은 기억될 것이다.
▪ 김**
행복공장에 오기 전날까지도 센터에서 오후 11시 30분까지 야근을 하고, 그래도 다 못 끝낸 일이 있어서 새벽까지 재택근무를 하다가 행복공장에 왔습니다.
제 자신을 되돌아보고 마음을 짚어봐야겠다고, 잘 쉬고 가야겠다고 왔는데 정말 하루 종일 자다가 넣어주는 밥만 맛있게 먹다 갑니다…. 그래도 밥 먹을 때 사람들의 방명록을 읽기도 하고, 301호 창문 밖에서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을 구경도 하고, 301호 창문 앞에 벌집을 만드는 벌도 발견했습니다. 벌집을 계속 만들다가 언젠 가는 행복공장 직원 분들의 손에 의해 벌집을 못 만들게 될 벌의 처지도 고민해보고…. 제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게 조금 어렵다는 생각을 하고, 다시 하루에 한 번 일기를 쓰고 명상을 하는 삶을 연습해야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사실 월요일까지 제출해야 하는 기획안이 있어서 그걸 만들려고 노트와 펜을 챙겨왔는데, 그래도 자고 쉬느라 그건 안 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잘 쉬다 갑니다. 지금의 평화와 안온함을 일상에서도 끌어낼 수 있는 힘을 길러서 다시 잘 쉬러 오고 싶어요. ^^
▪ 최**
25일
이른 아침 6시 조금 넘어서
대구에서 출발해서 왔다.
오면서 계속 생각했다.
24시간 독방에서 난 뭘 할까?
책도 여러 권 가져오고 일기장도 가져왔다.
약간의 흥분과 두려움….
온전히 혼자만의 시간을 보장 받지 못하고 살아온 것 같다.
타인에 의해서가 아니라 나 스스로가 그렇게 했다.
“우리는 간수 없는 감옥의 죄수와 같다.
감옥을 열 수 있는 열쇠는 우리 안에 있다.”
- 돈 리처드 기소
딱 나를 두고 한 말이다.
이제 조금 있으면 독방 문이 개방될 것이다.
순간 저 바깥으로 나가기 싫다는 생각을 한다.
지금 이 순간이 좋아서….
더 느끼고 싶어서….
이곳 독방에서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느꼈다.
나의 생명이 숨 쉬고 있다는 것을….
고맙습니다.
또 오겠습니다.
▪ 김**
우선, 감사합니다. 덕분에 편안한 시간 보냈어요.
방에 오자마자 잤습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4시간이 넘는 시간을 달려와서 피곤했나 봐요. 꿀 잠 잤습니다. 일어나서 멍 때리기부터, 어두워지길 기다리며 명상 하기, 편지 쓰기, 일기 쓰기, 낙서장에 댓글(?) 달기 등….
시간이 부족한데요…. ㅡ.ㅡ;
24시간이 아니라 48시간을 해도 잘 있을 수 있는데, 넘 짧아요! ^^
방에 들어와 놀란 건 내가 이렇게 단출하게도 살 수 있구나 였어요.
물론 일상에서는 힘든 게 사실이죠…. 그러나 이렇게 줄여도 살 수 있네, 깨달아서 집에 가면 쓸데없이 모아둔 물건들 정리 좀 할까 합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제가 글 쓰는 걸 무척 좋아하는구나 싶었습니다.
물론 어릴 때부터 일기 쓰기를 많이 하긴 했었는데, 나이 먹고는 특히 결혼 후로는 많이 못 했는데, 이번에 정말 손이 아프게 열심히 뭔가를 썼네요. 너무 잼있습니다. 낙서든, 일기든, 편지든, 글로 뭔가를 쓴다는 자체가 ㅋㅋㅋ 꿀잼입니다. ㅋㅋㅋ
그리고 계속 생각하는 건, 괜찮냐는 겁니다.
김서은, 너 거기 있니? 괜찮은 거니? 괜찮은 거야?
몇 번이나 되새겨 보았습니다.
네…. 괜찮은 것 같습니다. 일상으로 돌아가면 조금은 힘들겠지만 내가 내 안에 든든히 서 있는 걸 봤기에 조금은 덜 흔들리고, 나를 믿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쁘기까지 합니다. ㅋㅋㅋ 창문에 비친 전, 참 이쁩니다. 원래 이쁘고, 있는 그대로 소중한 나였습니다. 창문 하나가 알려주다니!!! 정말 놀라운 매직룸 입니다.
▪ 이**
지난번 처음으로 독방 24시간 체험을 한 직후 저는 너무 에너지가 넘쳐서 저절로 웃음이 나오는 신기한 체험을 했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그리고 집에 도착해서도 불과 20여 시간을 떠나있었을 뿐인데 마치 딴 세상, 딴사람이 되어있었습니다. 평소보다 같은 책을 읽어도 이해가 더 잘되고 새로운 이해가 생기며, 싫어하거나 가깝지 않았던 사람에게도 긍정적인 마음만 생기는 정말 요상한 상황. 하지만 이 좋던 그리고 너무나 놀랍던 상태가 다시 일상의 생활과 환경 속에서의 삶으로 돌아오자 겨우 1달을 못 넘기고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을 보면서, 그리고 돌아온 제 일상 속에서는 1분 명상 조차 꾸준히 잘 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느끼면서, 5월의 독방 24시간 체험 후에는 이 상태를 계속 이어나갈 수 있도록 잘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번 체험을 처음 시작할 때는 마치 3월에 독방 체험을 처음 접했을 때와 같은 자리에서 다시 시작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다시 고요하기가 어려웠고, 생각과 감정은 마치 기계장치가 돌아가듯 계속해서 쏟아져 나오며 1분 명상 조차도 잘 안 되게 했습니다. 그래서 더 열심히 지켜보면서 나를 이해하려고 노력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항상 절정은 두 번째 날의 108배였습니다. 108배를 하고 나서야 비로소 “거대한 침묵” 같은 것이 내려왔고 이제 겨우 저번과 비슷한 상태까지 왔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이번에 집에 돌아가면 3월과 달리 이 상태를 일상 속에서 이어갈 수 있도록 잘 지켜보고 노력해 보려고 합니다. 이번 체험도 가능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유이상, 이승민 두 선생님과 이사장님 원장님 그리고 맛있는 식사를 만들어준 이름 모를 선생님께도 정말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_^/
▪ 박**
참 좋은 시간이었다. 독방을 오기 전날 강남에서 강의를 하나 수강하고 집에 돌아오니 12시가 넘었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며 알람을 왕창 맞추고 잠이 들었다.
다행히 일찍 일어났고 모든 준비를 마치고 네비를 찍어보니 국도나 고속도로나 시간이 5~10분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그렇담 경치도 구경할 겸 국도가 좋다고 생각했는데, 도무지 네비 시간이 줄어들지 않고 늘어나는 것이 아닌가. 마음속에서 화가 났다. 하늘은 뿌옇고 차는 많고, 서울은 살 곳이 못 되라며 인상을 딱 쓰고 운전을 했다. 아, 조금 더 여유 있게 나올걸, 경치 구경은 내일 할 껄. (인천 출발) 하루 전에 무리하게 강의 듣지 말걸. 수많은 ‘껄’들이 아쉬웠다.
결국, 늦게 도착했고, ‘난 왜 이 모양인가’ 자책를 하며 있었는데, 우선은 분위기가 편해서 좋았다. 원장님과 이사장님의 인상이 참 편해 보였다. 내가 바라는 것 중 하나가 웃는 얼굴로 나이 드는 것이다. 인상을 팍 쓰고 살면 얼굴이 그대로 굳어진다. 그것만큼 미운 것이 없다. 그런 점에서 두 분의 모습, 말투를 듣는 것 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졌다
방에 들어와서는 일단 한숨 잤다. 햇볕을 느끼며 자는 게 참 꿀맛 같았다. 중간에 이게 가위인지 모르겠으나, 누가 방에 들어오는 느낌이 들었는데, 깨고 싶어도 깰 수 없었다. (누가 들어오진 않았다) 막연히 누가 들어오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이 있었나 보다. 소심하긴.
방안에서 마당을 내려다보고 있으니, 집에 있을 윤박이가 떠올랐다. 윤박이는 내가 키우는 반려견으로 남편과 나의 성을 하나씩 따서 지었다. 윤박이가 맘껏 뛰놀 마당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새 전원주택에 대한 관심이 있었는데, 새소리를 들으며 잠을 깨니 확신이 생겼다. 다음 집은 전원주택이다!!
독방을 처음 신청했을 때 내 마음은 완전히 절망 상태였다. 지난 겨울은 내가 유독 힘든 시기였다. 회사를 다니다가 퇴사를 하고, 내 일을 하겠다며 스터디카페를 했는데 ㅎㅎ 그냥 돈이나 벌걸….ㅋㅋ(또 ‘껄’이 나왔다) 그때는 인테리어 한다고 목돈 쓰고, 퇴사까지 한 마당에 잘 돼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는데, 그게 나를 갉아먹었다. 나는 왜 이 모양이야. 하고 싶은 건 많은데 잘 하는 건 없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가지…. 끊임없이 나를 채근하고 나무랐다. 그런데 그런다고 달라질 것도 없지 않은가.
별로 살고 싶지 않았고, 그 무렵에 죽음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다. 그저 쉬고 싶었다.
그러다가 편을 들었다. 내 생태를 낱낱이 적어 내려갔다. 내가 쓴 돈이 얼마고, 앞으로 어떻게 하면 될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아니 내가 누군데 그깟 돈 때문에 이리 마음이 아프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생각했다. 까짓거 안 되면 회사로 돌아가도 된다고 생각했다. 누가 뭐라고 하면 ‘그러는 너는 해봤냐!!’라고 말하면 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가벼워졌다.
그 때 부터 였다. 어느 순간 옆에 있던 남편이 보였다. 남편은 말 없이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하고 있었다.
왜 돈 못 버냐며 닦달하지 않는 게 이상해서 물어보니 ‘돈이라는 게 얼마나 힘든 건데, 돈 걱정은 한 사람만 하면 돼’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이 남자가 어떤 생각으로 살고 있는지 다시 보였다.
매일 겉도는 내가 정작 집은 잘 안 돌보고 있었구나…. 그때부터 힘이 났다. 힘없이 누워 있을 게 아니었다.
2월에 남편과 휴양 여행을 갔는데, 3박 4일을 아무것도 안 하며 그냥 먹고 자고만 했다. 그래도 사람 인지라 이왕 그곳에 갔으니 맛있는 것을 먹어야 하지 않을까? 하며 맛집을 찾게 되고, 뭐 살 게 없나 하며 쇼핑 리스트를 찾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온전히 쉬지는 못하는구나 느꼈다.
그게 아쉬워서 5월의 독방이 얼마나 기다려졌는지 모른다. 남편을 챙기지 않아도 되고, 전자기기와 이별 한 채로 20시간이라니….
시간은 긴 듯하지만 짧게 지나갔다. 모든 경험은 자양분이 된다. 스터디카페를 폐업하고 지금 책방을 준비 중이다. 내가 마음이 아파보니 마음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았다. 그래서 ‘마음책방’을 하기로 했다.
어젯밤에는 메뉴도 짜고, 머릿속에 있던 아이템들을 구체적으로 써봤다.
잘 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한 번 창업해봤다고 두 번째는 별로 겁이 안 난다.
사실 첫 번째 때는 수익 분석도 제대로 안 했으니, 뭐 예견된 결과 아니었을까.
무엇이 되지 않아도 괜찮다는 생각이 드니 너무 애쓰지 말자고 나에게 말한다. 그렇다고 멍 때리며 인생을 낭비하자는 것은 아니고…. 스마트폰과 이별하면 생각보다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하루였다.
▪ 이**
- 처음 독방에 들어왔을 때 드는 생각은 ‘하늘이 참 예쁘다’ 였다. 사진을 찍으려 했는데 휴대폰이 없어서 아쉬웠다.
- 이모 추천으로 그냥 쉬려고 왔다가 나 자신에 대해 좀 더 깊이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 20시간은 생각보다 너무 짧았다!
- 명상도 해봤는데 신기하게 기분이 좋아졌다. 마음도 편안해졌다.
▪ 정**
아침에 이불을 개느라고 창문을 살짝 열었을 때
상쾌한 산 공기가 코로 전해 지고 서야 깨달았다.
매일 아침 이와 같은 공기를 마시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특별히 여기라서 더 많이 (푹) 잔 것이 아니라
평소에도 충분히 숙면을 취한다는 것을..
다만 그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감사하지 못하고 살았던 것 같다.
산 공기를 마시며 충분한 숙면을 취해온 나는,
다만 핸드폰에 시간과 마음을 빼앗겨 쫓기듯 바빴던 것 같다.
정신이 복잡하던 것들을 가만히 앉아서 정리하며 적어보았다.
생각나는 이들에게 편지도 적어보았다.
내 생각이 담긴 이 노트에 적은 내용을 다시 읽어보고
다짐했던 것들을 이 순간 이후부터 되새기고 되새겨
남은 내 삶에 오래도록 적용하며 나아가고 싶다.
방으로 들어왔던 모든 음식이 다 맛있었다.
참가 비용으로 낸 금액이 너무 적었나 싶을 정도로 잘 있다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