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만나는 하루 [참가후기] 송현동성당 청년들과 함께한 '독방 24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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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처음에 이런 프로그램인지 모르고 왔는데 막상 해보니 좋았다. 독방이란 말을 들으면 조금 그런 그렇지 않은가. 그러나 나만의 시간, 아무도 방해하지 않고 간섭하지 않고 오로지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았다. 그래도 절반 이상은 숙면을 취했지만, 들어와서 자고 일어나니 새벽이나 날짜가 지나가 있는 상태인 것 같다. 시간을 알 수 없으니 느낌이 오는 대로지만 1시에서 2시경인 것 같았다. 한번 눈을 뜨고 나니 쉽사리 다시 잠들 수 없었는데 이유는 딱히 떠오르는 게 없었다. 그렇게 10분쯤 지났을까 아무거나 글을 써보기 시작했다. 쓰다가 손이 아프면 명상도 해보았다. 그래서인지 허리가 아프다. 또 낙서 장에 있는 글들을 읽어 보기도 했다. 가지각색 남, 여 모든 사람이 자신만의 방법으로 힐링을 하고 간다고 한다. 나 같은 경우 이것이 힐링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많은 점들 중의 하나는 이곳에 내려놓은 기분이 든다. 지금 나는 아직 많은 것을 생각해야 한다. 아마 그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 일 거다. 내일이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지금까지와 무엇이 다를까. 무언가는 달라져 있겠지. 나 자신은 모르겠다. (길어졌네...) 아무튼 이 말 만큼은 할 수 있다. 잘 쉬었습니다.
(하1811독201)
● 오기 전날 밤늦게까지 과음을 하고 늦잠을 잤고 운전을 직접 해서 이곳에 오니 매우 피곤했습니다. 바깥 사정이 특히 궁금했지만, 이왕 이 곳에 온 이상 모든 것을 내려놓고 푹 쉬고 가자고 마음먹고 독방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20시간 중에 12시간을 잠으로 보내며 정말 푹 쉬었습니다. 잠을 자지 않는 시간에는 메모와 혼자만의 생각을 통해 내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반추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내가 그동안 조급증에 시달리며 살았다는 점을 반성하지만, 막상 다시 나가면 반복된 과오를 할까 두렵습니다. 그래도 독방에서 느낀 이 마음, 이 생각을 간직하며 잘 살아보겠습니다. 독방 체험 기회를 마련해주신 주임 신부님, 행복공장 구성원 분들 함께 한 송현동성당 청년 모두에 감사하며... 잘 쉬고 잘 생각하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하1811독202)
● 주변 환경도 좋고 조용해서 좋아요. 독방 이란 게 좋은 게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고 누워서 생각할 수 있는 시간도 있고 자신이나 누구를 위해서 시간이 있어서 좋습니다. 지난 1년부터 현재까지 되돌아보면서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고, 잃게 살아도 될까? 가족한테 잘해주었나? 지인이나 동료들한테 잘해 주었나?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자신을 격려할 수 있는 시간이 있어서 좋았습니다. 다음에도 이곳을 다시 올 계기가 있으면 오고 싶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여기를 추천해주신 분에게 감사합니다. 라고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하1811독203)
● 저는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개인 사정으로 오후 4시쯤 도착하여 저녁 먹고 기도 조금 하고 잘 자고 일어나 절하고 아침 먹으니 퇴소 시간이네요. 입실 전에는 이것저것 할 예정이었지만 입실 후 시간도 모르니 잠만 잔 것 같아요. 하지만 몸은 푹 쉬었다 갑니다. 그럼 다들 고생하세요.
(하1811독204)
● 혼자 하는 여행을 좋아해서 혼자만의 시간을 상당히 많이 갖는 편인데 결코 혼자만의 시간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계속 누군가와 소통하고 소리를 듣고 했던 것 같습니다. 이곳에서는 정말 아무것도 없어서 처음에는 답답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마음의 안정을 찾아간 것 같습니다. 정말 온전히 혼자만의 시간, 행복이 무엇인지 알겠습니다. 소중함이 무엇인지 알겠습니다.
(하1811독213)
● 밖에 있으면서 회사일, 집안일에 쫓겨 개인적인 여유 및 시간을 가지기가 부족하였고 항상 마음의 여유가 없었는데 이곳에서 마음의 여유 및 휴식을 마음껏 취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하1811독214)
● 감옥에 들어오자마자 숙면을 취했습니다. 이번 기회에 잠을 많이 자고 가자라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생각만큼 오랜 시간 잘 수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만큼 고민이 많은 것일 수도 있겠지요. 사실 공간 및 핸드폰, pc 등 만 없을 뿐인지 집에 있을 때와 사뭇 다르지 않습니다. 저녁을 먹고 차도 한 잔 마시고 야구 소식도 듣고 나름 지루하지 않다고 느끼는 순간 지루함을 느끼게 되었고, 잠이나 자자라는 생각에 누웠지만 이미 자둘 만큼 자두었기에 쉽지는 않았습니다. 누웠다 앉았다. 불을 껐다 켰다를 반복하면서 몇 가지를 해 보았습니다. 우선 다음 주 성당에서 해야 할 강론을 써 보았습니다. 쓰다 보니 편지지 4장을 썼습니다. 조금이나마 집중할 수 있으니 술술 써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누웠습니다. 잠시 후 다시 일어나 이번에는 노트를 펼쳤습니다. 지난 삶 돌아보기 1의 그래프를 그리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내 삶이 얼마나 불행했는지, 내 삶에 내가 없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원치 않았지만, 불행의 반복을 어느 순간부터 무덤덤하게 여기면서 나름의 방식으로 이겨 낸다고 했지만, 그것은 어쩌면 불행을 지속적으로 저장한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자리에 누우면서 생각해보았습니다. 해결 방법은 무엇이 있을지... 한참을 고민하다가 떠오르는 것이 있어서 까먹기 전에 적어두어야지 라는 생각으로 바로 적어 두었습니다. 어느 순간 무너진 자존감 회복을 위하여 라는 주제로... 해야 되는 말이 있으면 그 순간 바로 말 하자입니다. 상대방을 배려한다고 그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속으로 삭이거나 맘에 담아 두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좀 더 나은 결과를 위해 바로 실천할 수 있는 삶이 되고자 합니다. 그리고 나를 먼저 사랑하자~ 나를 사랑하고 있다고 결심, 확신이 섰을 때 내가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을 사랑하자 입니다.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것을 바꾸고 바로 잡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돌아보고 알게 해준 이 시간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하1811독215)
● 머리가 복잡한 일과 최근엔 쉬지를 못해서 항상 피곤했는데 복잡했던 일들을 정리하고 정말 오랜만에 아무런 걱정 없이 쉴 수 있는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이었습니다.
(하1811독216)
● 직업 특성상 하루 종일 아이들의 재잘대는 소리에 노출되어 살아서 그런지 언제부터인가 이상한 습관이 생겼다. 이상한 증상??? 사람들에게는 변명으로 “난청 인가봐~” 했는데... 1대 1로 만나 대화를 나누는 게 아니라 무리 속에서 누군가가 나에게 얘기를 하면 소리가 잘 들리지 않고, 말을 알아들을 수 없는... “엄마는 내가 얘기하는데 라디오 소리만 들어.” 아이들의 볼멘소리를 들어야 했다. (황당한 표정으로) “뭐해?” 남편의 기분 나쁜 감정을 오롯이 받아들여야 했다. 그렇다고 내가 그 시간 라디오에 집중하고 있던 것도 TV를 보고 있었던 것도 아닌데... 어제 산책을 하며 깨달았다. “어머, 갈대 사이를 휘젓고 다니는 이 바람 소리~ 돌멩이들과 티격태격 다투며 흐르는 물소리~ 내 발아래서 짓궂은 표정으로 장난치는 낙엽 소리~ 바스락, 바사삭” 독방 안에서도 모든 소리들이 오롯이 느껴지며 나의 정신을 맑게 깨워 주었다. “아~ 내가 원하지 않을 때는 모든 것이 소리가 아니라 소음일 수 있구나!” 난청도 무관심도 아니었다. 그냥 내가 너무 많은 소리들을 들을 준비도 걸러낼 힘도 없었던 건데... 독방 안에서 난 내 안의 소리를 들었다.
(상1811독302)
●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20시간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다. 독방에서 개인 시간을 보낸다는 이야기를 듣고, 성서 모임 과제를 가지고 와서 마지막 3과를 모두 끝냈다. 이곳이 아닌 밖에 있었다면 다른 해야 할 일들이 많아 미루고 미루다 코앞에 닥쳐서 했을 과제였지만, 천천히 성경을 읽고 묵상하며 하느님의 말씀을 생각하고 알아가는 시간이 너무 소중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며 흔들리는 나뭇가지를 보고, 내 방에서 나와 함께 있던 하루살이의 움직임을 따라가고, 보일러가 돌아가며 나오는 연기를 보면서 이 생각, 저 생각 참 많이 했던 시간이었다. 밖에 있었더라면 사람들과 수다 떨고, 술 마시며 지나갔을 나의 토요일 하루가 온전히 나를 위해 쓰이고 알차게 보낸 하루가 된 것 같아 너무 소중하고 아름다운 시간들이었다. 또 이런 기회가 올지는 모르겠지만, 오늘 하루를 자주 생각하고 떠올릴 것 같다.
(상1811독304)
● 개인 사정(결혼식)으로 인해 약 5시쯤에? 입소하였습니다. 때문에 24시간은 못 채웠지만, 그 사실이 스스로도 아쉽더군요. 이 방에 들어와 제일 처음 한 일은 그동안 이 방에 머물렀던 사람들이 적어놓은 것을 읽는 것이었습니다. 다들 무언가 얻거나 깨달은 것인지, 웬만한 명언집 못지않은 이야기들이 적혀 있었습니다. 신기하더군요. 저도 이방을 나갈 때는 저만큼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나에게 남은 것은 아주 약간의 시간과 그림 몇 개, 아쉬움뿐이네요. 삼십 년 동안 깨닫지 못한 것을 고작 하루도 안 되는 시간에 얻을 수 있다는 건 오만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나마 작게나마 얻은 생각을 공유하고자 글 아닌 그림으로 표현해봅니다. 하나의 색깔만으로는 이토록 아름답지 못하겠지요. 꽃 그림과 함께.
(상1811독305)
● 제가 피정을 많이 가지는 않았지만, 가는 곳마다 핸드폰을 걷어서 피정이 끝나면 돌려주었는데, 이번 피정은 무언가 색다르게 느꼈습니다. 다른 피정들은 계획된 프로그램에 따라 무언가 활동을 하게 되는데 이번 피정은 독방에서 오로지 나만의 시간을 보내야 하니 막막하고 답답했으나, 지내보니까 생각도 많이 하게 되고 기도도 많이 하게 되어 보람 있고 뿌듯했습니다. 그동안 학교 졸업하고 취업하고 일을 다니다 보니까 매일 똑같은 일상생활에 반복하니 저를 위한 시간은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끔은 시간 내서 여행도 다녀보고 싶고, 무언가 다른 것에 도전해보고도 싶습니다. 주위 사람들에게 많이 듣는 말이 있습니다. 젊었을 때 하고 싶은 거 다 해봐야지 시간이 지나면 하고 싶어도 못 하는 게 많다는 말을 최근 몇 년 동안 들었습니다.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지금 이 순간을 보람 있고 의미 있게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1811독312)
● 생각 이상으로 너무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평소 혼자 있을 때 뭘 해야 할지 모르고 방황하다 의미 없게 흘려보내곤 했습니다. 그래서 독방에 있을 때 그 시간이 곤욕스럽고 답답하진 않을지 약간의 불안감이 있었는데 전혀~~ 네버! 아니었고 너무 편안하고 자유로운 시간이었습니다. 방문이 잠기는 순간 “내 세상이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즐겨야지”라는 마음으로 임한 것 같습니다. 시간이 가는 게 아까울 정도로 정말로 행복하고 자유를 만끽하는 평화로운 시간이었습니다. 평소 저는 차를 즐겨 마시는데 독방에 황차가 놓여 있어서 “독방에 있는 시간이 더할 나위 없이 좋겠구나” 생각했습니다. 황차는 저의 친구가 되어주어 전혀 외롭지 않고 즐겁게 보낼 수 있었습니다. 창밖을 바라보며 한 잔! 절을 한 뒤에 한 잔! 식사 전, 식사 후 한 잔! 취침 전 한 잔! 절을 한 뒤에 한 잔! 소감문 쓰며 한 잔! 차 한 잔이 저에게 여유와 풍요로움을 가져다주었습니다. 지금 독방에 있는 이 시간이 너무 소중하고 행복합니다. 저는 거창하게 나를 알게 되고 나에 대해 깊이 생각하여 깨달음을 얻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시간이 저에게 그냥 힐링이 되고 행복을 준 것 같습니다. 집으로 돌아가서도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고 감사하게 생각하며 스스로 행복을 찾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상1811독313)
● 일상 속 바쁜 일들과 여러 역할 때문에 정작 나를 돌보는 데에, 진짜 중요한 일에 소홀했다. 여기 와서 해가 지고 뜨는 걸 보며, 아무 생각 없이 절하며, 미뤄왔던 편지를 쓰며 나만의 시간을 보내다가 간다. 조용히 집중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나가서도 다시 맞설, 용기와 태도를 갖췄다! 재충전의 시간이었다.
(상1811독314)
● 독방에 들어갈 시간이 되어 처음 문을 닫았을 때, 막막함, 답답함이 앞섰다. 마치 진짜 감옥에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애써 나의 짐들을 풀어 놓고 원래 나의 공간인 것처럼 행동하려 했다. 그러다 보니 마음은 편해졌고, 창문을 열고 창밖을 보니 외롭지 않고 안심되었다. 기분이 좋아졌는데 창밖을 보다 보니 가족 생각에 이상하게 눈물이 났다. 아무 생각 없이 나를 비우고 편히 쉬려고 온 곳인데 그럴수록 가족, 친구 주변 소중한 사람들이 떠올랐다. 처음에는 오직 나만을 위해, 나에게만 집중하려 했는데 그게 잘 안 된다. 그래도 이런저런 생각들을 지우려 하지 않고 생각나면 생각나는 대로 사라지면 사라지는 대로 냅뒀다. 바쁘게 살고 있었다는 이류로 조용히 앉아서 지금 느끼는 것을 글로 적이 없던 것 같다. 이 방에 머물다간 사람들의 글을 보며 공감도 되고 위안도 되고 재미도 느끼며 나 또한 글을 남겼다. 다음에 찾아오는 사람들에게도 나의 글이 위안이 되길 바라며... 혼자 이것저것 대단한 생각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그러지는 못했다. 그래도 좋은 공기를 마시고 창밖의 산과 나무, 새 소리를 들으니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진 것 같다. 끼니마다 챙겨주시는 정성스런 음식에 따뜻한 방에 이쁜 풍경에... 작은 것에 감사함을 느꼈다. 평소 보이지 않던 것에 감사함을 느끼게 된 하루이다. 다음에도 기회가 된다면 함께 왔으면 좋겠다는 사람들이 생각난다. 다시 일상생활로 돌아간다면 오늘 같은 하루를 보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살아가며 오늘 느낀 감정들은 두고두고 생각나고 힘이 될 것 같다.
(상1811독315)
* 스케치 보러가기 : http://happitory.org/prison_story/7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