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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행복공장은 '성찰을 통해 개개인이 행복해지고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위기와 갈등을 극복하자는 취지'로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프로젝트를 기획하였습니다. 3월부터 5월, 9월부터 12월까지 매주말 스무 명 남짓의 사람들이 1.5평 독방에서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24시간의 고요를 통해 내가 새로워지고 우리 사는 세상이 행복해지면 좋겠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행복공장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습니다)



[감옥에서 온 편지 14] 행복공장에서 찾은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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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고 정신없는 도심에서 벗어나 한적한 곳에서 아무 생각 없이 편하게 쉬고 싶었다. 바깥 풍경을 멀리 바라볼 수 있는 큰 창이 마음에 들었다. 20시간 동안 누워서 혹은 앉아서 창을 통해 파란 하늘을 바라다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함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핸드폰이 곁에 없음에 감사했다. 아마도 핸드폰이 있었다면 이런 풍경을 온전하게 느끼지 못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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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이 목적이었지만 그래도 20시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기에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 자세를 고쳐 앉아 내 자신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한 다섯 줄 정도 써내려가다 '요즘 행복하니?'라는 질문을 툭 던졌다. 특별한 일 없이 무탈하게 잘 지내고 있는 요즘이었기에 당연히 술술 써내려갈 수 있을 것 만 같았는데 선뜻 답을 하지 못했다. 당혹스러웠다. 그로부터 4시간이 지나서야 편지를 이어갈 수 있었다. '왜 선뜻 답을 이어가지 못했을까'라는 말로 시작하여 두서없이 머릿속에 생각나는 대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써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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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부터 일기 쓰는 것을 좋아했다. 특히 고민이 있을 때. 명쾌하게 해결되는 건 아니지만 일기장에 써 내려가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편안함을 느꼈다. 나에게 쓰는 편지도 그랬다. 명쾌하게 답을 내릴 순 없었지만 좀 더 행복해지기 위해 현재 내게 어떤 것이 필요한지 어렴풋이 생각이 정리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런 시간을 갖고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이 느껴졌다. 드디어 편지를 마무리했다. 편지를 쓰기 시작한지 11시간 만이었다. 편지에서 나는 과거보다는 미래에 집중했다. 긴 시간이 소요됐지만 그래도 편지를 완성할 수 있었던 건 아마도 이곳이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 서울에서는 이렇게 긴 시간을 오롯이 편지 쓰는 데만 집중할 수 없었을 테니.



지금은 저녁 8시 15분이다. 그냥 휴식을 취하러 온 거라며 20시간 동안 아무것도 안하고 멍하고 있기엔 아깝단 생각이 들어 너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여기는 참 고요하다. 개구리 소리, 귀뚜라미 소리, 가끔 지나가는 자동차 소리조차 평온하다. 서울에서는 느껴 보기 힘든 이 고요함과 적막감이 정말 좋다. 

행복하니? 이 질문만 남겨 놓고 나는 쉽사리 답을 하지 못하고 4시간여 만에 답을 하네. 선뜻 YES라는 대답이 나오지 않은 건 왜 일까? 요즘의 나를 돌아보면 딱히 안 좋은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렇다고 딱히 즐겁지만도 않은 것 같다. 나만의 특유한 발랄함이 사라진 느낌이랄까?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서일까? 아니면 별 일 없는 일상이 지루한 걸까? 

사실 곰곰이 생각해보면 행복을 느낄 요소는 많은데... 우리 가족 무탈하게 건강히 잘 지내고 있고, 아빠 하시는 일도 순탄하게 반년을 맞이했고, 남자친구와도 간혹 토닥거리지만 여전히 잘 지내고 있고, 내 능력에 비해 과대평가 받으면서 직장생활 잘 하고 있고, 나름 여행도 다니며 부모님과의 추억도 쌓고 있는데. 근데 왜? 

그러다 불현 듯 드는 한 가지 생각. 내 삶은 참 우여곡절도 많았고, 설렘도 많았고, 무언가에 열정적으로 빠져보기도 했기에 돌이켜보면 하루하루가 힘들고 정신없으면서도 참 재밌었다. 하지만 요즘의 나는 솔직히 얘기하면 재미가 없다, 설렘이 없다는 이유로 무탈하고 평온함이 주는 행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대학원 이후 너무 바빴던 삶에 대한 보상이라도 주려는 듯 조금 게을리 살아온 네 자신에게 뭔가 해놓은 것이 없단 생각에 울적해하고 미안해하고 있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계획하고 성취하는 걸 즐거워하는 너이기에 인생의 평탄함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는 거 안다. 

그래도 민아야, 내가 보기엔 넌 지금 참 행복하다. 네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인생은 포레스트 검프에 나오는 재미있는 초콜릿 상자 같아질 거다. 그러니 생각을 전환하여 평온한 일상에 감사함을 느끼자. 

두서없이 주절대는 속에서는 뭔가 조금씩 풀려가는 느낌이 들어 무거웠던 마음에서 평온하고 긍정적인 마음에 기분이 한결 가벼워진다. 

돌이켜보면 겪지 않아도 될 일들을 너무 많이 겪어서 아픔도, 후회도 많다는 거 안다. 하지만 난 네가 과거에 너무 집착하는 사람이 되지 않길 바란다. 또한 앞으로 펼쳐질 미래에 대해 지레 겁먹지 말고 담담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길 바란다. 특유의 발랄함을 다시 찾고 주위 사람 모두에게도 즐거운 에너지를 주도록 하자. 

민아야, 서울로 돌아가거든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에 한탄하고 초조함을 느끼기보다 그 시간 자체를 즐기며 알차게 보낼 수 있는 방법에 고민하고 또 다시 하나하나 이뤄나가길 바란다. 사람간의 관계에서도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좀 더 이해해주고 감사하도록 하자. 

그리고 네가 선택한 모든 일에 대해 100% 만족할 수도, 후회가 1%도 없을 수도 없다. 분명 네가 가지 않은 길에 대해 그리움과 호기심을 느끼겠지만 쓸 데 없는 IF를 생각하지 말고 주어진 길에서 더 행복할거란 확신을 가지고 그렇게 앞으로 나아가자. 

지금 느끼는 이 평온을 꼭 기억하고 현재에 행복에 대해 의심하지 말고 그렇게 지금처럼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길 바란다. 언제나 철없는 행동과 선택으로 고생시키지만 누구보다도 널 많이 아끼고 사랑하는 내가 있으니 자신감을 갖고 현재의 행복을 즐기며 살렴. 

2017.05.27-28 




하루하루를 쉼 없이 달려왔으니 조금은 쉬어도 된다며 내 자신에게 주는 포상이라도 되는 듯 방에 앉아 TV채널을 돌리고 핸드폰을 들여다 보내던 시간 속에서 온전하게 내 자신을 들여다 볼 시간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 내게 독방에서의 20시간은 사실 내 자신에 대해 완벽히 파악하고 완전한 고민을 해결하기엔 충분히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외부의 요인들을 향해 뿜어내던 나의 에너지를 내 안으로 향하게 하여 고스란히 품고 있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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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이곳에서 가슴 가득 느꼈던 평온함과 설렘을 간직하고 돌아간다. 무료한 일상이 크게 달라지진 않겠지만 같은 일상을 맞이하는 내 마음가짐은 분명히 달라졌다. 무탈한 하루에, 가족과 함께 하는 평범한 식사에, 푸르른 가로수에, 청명한 하늘에, 언제나 곁에 있는 사람들에 절로 감사함이 느껴지며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글 | 이민아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참가자)

원문보기 : 
http://www.huffingtonpost.kr/happitory/story_b_1711478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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