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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한국관광공사] 대한민국 구석구석: 1.5평에 나를 가두는 여행, 내 안의 감옥

저녁 8시. 타종 3번과 함께 밖에서 방문을 걸어 잠근다. 외부와의 연결통로는 방문 아래 식사가 들어오는 배식구 뿐. 그 순간부터 나 자신과의 시간이다.

열심히 달리다 너무 지쳐 움직이는 것조차 싫어지는 어느 순간, 모든 것을 떠나 잠시 멈춰보자. 1.5평 작은 공간, 내 안의 감옥에서.


홍천에 위치한 '내 안의 감옥' 전경 

홍천에 위치한 '내 안의 감옥' 전경


내면의 나와 마주하다

건전지는 바닥나면 충전하고, 태우던 양초는 닳아 없어지면 새로운 초로 바꾼다. 방전된 사람은 어떻게 활력을 되찾을 수 있을까? 떨어진 힘은 식사와 운동으로 보충할 수 있지만 정신의 고갈은 찾을 길이 마땅치 않다. 하지만 강원도 홍천에 자리 잡은 이곳 ‘내 안의 감옥’에서라면 축 늘어진 영혼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내 안의 감옥은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 프로그램이다. 원하는 기간 동안 독방에서 머무는 프리즌 스테이를 비롯, 애니어그램 및 명상 등을 통해 습관적인 일상을 깨는 황지연 신부의 ‘내 안의 감옥’, 내면의 깊이를 들여다보는 금강스님의 ‘무문관’, 연극을 통해 스스로를 치유하는 노지향 이사의 ‘유쾌한 감옥’ 등 여러 프로그램들이 다채롭게 운영되고 있다.


억새밭 너머로 보이는 내 안의 감옥 수련동 

새밭 너머로 보이는 내 안의 감옥 수련동


관리동 1층 벽면은 '내 안의 감옥'을 운영하는 행복공장의 역사가 담긴 사진으로 꾸며져 있다

관리동 1층 벽면은 '내 안의 감옥'을 운영하는 행복공장의 역사가 담긴 사진으로 꾸며져 있다

 

이곳저곳에서 좋은 글귀를 만날 수 있는 내 안의 감옥

이곳저곳에서 좋은 글귀를 만날 수 있는 내 안의 감옥


'내 안의 감옥' 교도소장은 검사 출신의 변호사 권용석 이사장. 누구나 가길 꺼려하는 '감옥'을 만든 계기는 1990년대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주 지검 담당 검사 시절, 일주일에 100시간 가까이 일했던 그는 몸과 마음 모두 재충전할 시간이 간절했다. 그때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감옥이다. 교도소장에게 일주일간 수감생활을 해보고 싶다는 당시 그의 요청은 지금 '내 안의 감옥'의 씨앗이 되었다.


수련동 내부의 모습. 감옥의 모습을 띄고 있는 반면 아늑해 보인다. 

수련동 내부의 모습. 감옥의 모습을 띄고 있는 반면 아늑해 보인다.

내 안의 감옥 수련동. 참가자들을 위한 감옥 독방이 마련되어 있다 

내 안의 감옥 수련동. 참가자들을 위한 감옥 독방이 마련되어 있다


수련동 입구 철제대문은 눈이 시리도록 파랗다

수련동 입구 철제대문은 눈이 시리도록 파랗다


'내 안의 감옥'이 위치한 홍천 수련원은 수련동과 강당동, 관리동 등 세 채의 건물로 이루어져 있다. 입소자들의 성찰 공간인 수련동은 2, 3층 32개의 독방과 아늑한 강의실로 사용된다. 레크리에이션 등 단체 활동 및 식사는 강당동에서 진행되며, 관리자들은 관리동에 머문다.

프로그램의 특징은 참가자를 실제 죄수처럼 독방에 가둔다는 것. 세면도구와 필기구 정도만이 휴대할 수 있는 전부다. 휴대전화는 물론 책조차도 반입 금지다. 작은 탁자와 1인용 이부자리면 꽉 차는 방 안에서 오롯이 내면의 나와 마주한다.


1.5평은 15평보다 넓다

강원도의 겨울은 생각보다 평화롭다. 졸졸 흐르는 시냇물 대신 뛰놀 수 있는 빙판이 마련되고, 운이 좋으면 산 속을 뛰어다니다 내려온 고라니를 만날 수도 있다. 하지만 동심의 충전은 잠시, 푸른색의 죄수복으로 갈아입고 이름 대신 수인번호를 단채 문아래 배식구가 달린 1.5평 조그마한 방 안에서의 수행이 시작된다.


겨울에 방문하면 꽁꽁 얼어붙은 강 위를 마음껏 산책할 수 있다 

겨울에 방문하면 꽁꽁 얼어붙은 강 위를 마음껏 산책할 수 있다


빙판 위에 누워 자연을 만끽하는 참가자의 모습

빙판 위에 누워 자연을 만끽하는 참가자의 모습


방은 남자 보폭으로 다섯, 여자로 여섯 걸음이면 충분한 크기다. 1인용 침대조차 들어가지 않는 방 안에 자그마한 서랍과 책상, 1인용 다기와 전기포트가 있고 화장실과 작은 세면대가 전부다. 답답할 것 같지만 지내다보면 도리어 공간이 남는다. 없어서 불편할 것만 같았던 것들이 오히려 거추장스럽게 여겨진다.


나를 만나는 공간, 1.5평 독방의 단출한 모습 

나를 만나는 공간, 1.5평 독방의 단출한 모습


아침 해를 맞으며 마시는 차 한 잔에서도 따스한 행복을 느낀다

아침 해를 맞으며 마시는 차 한 잔에서도 따스한 행복을 느낀다


단체일정 후 방에 들어서면 타종 3번과 함께 밖에서 달칵 방문이 잠기고 진짜 나만의 시간이 시작된다. 독방으로 들어가기 전, 온전한 집중을 위해 속세의 것을 가능한 두고 들어가자. 시간의 개념이 없어지며 생기는 초조함은 잠시다. 수행을 알리는 경쇠 소리와 시각에 맞춰 울리는 종소리, 배식구를 통해 들어오는 밥, 해가 뜨고 지는 자연에 맞춰 느긋한 집중만이 남는다.


경쇠로 일정을 알리는 금강스님의 모습 

경쇠로 일정을 알리는 금강스님의 모습


밥때가 되면 방문 배식구를 통해 식사를 받는다.

밥때가 되면 방문 배식구를 통해 식사를 받는다.


적막 속에서 보내는 시간의 처음은 '버티기'다. 주변은 고요하지만 머릿속은 갖가지 생각의 소리로 먹먹할 지경이다. 밖에 두고 온 세상이 궁금해 뛰쳐나가고만 싶다. 하지만 어느 순간 외부에 대한 미련 대신 스스로에게 몰두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수련동을 가장 많이 활용하는 프로그램은 재가자들을 위한 단기 수행 프로그램, 무문관이다. 무문관은 스님 등 출가자들이 독방에서 홀로 길게는 몇 년씩 화두에 집중하는 참선 수행을 뜻한다. 이곳에서는 7박 8일간 매일 108배로 시작, 오전 중에는 무문 혜개 스님의 공안 해설집 '무문관'을 풀어주는 금강 스님의 방송 강의를 들으며 머리를 비운다. 오후엔 희망자에 한해 초심자 강의와 함께 면담을 진행한다. 참석 의사가 없다면 7박 8일간 1.5평 독방에서 홀로 몰입해도 괜찮다. 그 누구도 방해하지 않는 자신의 하루는 생소한 경험이 될 것이다.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리다 어느 순간 멈춰 헤매는 순간이 있다. 그럴 땐 세상에서 벗어나 몸을 독방에 가둬보자. 세상이 아닌, 나 자신이 원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이곳에서의 시간은 생각보다 더 풍요로운 내면의 삶을 당신에게 선사할 것이다.


글, 사진 : 한국관광공사 국내스마트관광팀 백나래 취재기자(baegnarae@naver.com)


기사 링크 : https://korean.visitkorea.or.kr/detail/rem_detail.do?cotid=29587a09-239e-4cda-a20e-1b78cf141e48&te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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