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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현대불교신문] 無門關 - 대자유 위한 내 안의 감옥

無門關 - 대자유 위한 내 안의 감옥

| ‘마음쉼터를 가다’⑥ 홍천 행복공장 무문관

홍천=글 노덕현 기자·사진 박재완 기자 | 승인 2019.08.30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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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공장 체험 등에서 좌선하는 참가자의 모습.

 

 

“쉼도 정진도 오로지 자신 의지에 달려”

‘철커덕’ 걸어 잠근 문처럼 온갖 바깥 세상으로 열린 마음 또한 일순간 정리가 됐다. 좁은 1.5평의 공간, 하얀 벽 사이로 뚫린 작은 창문 만이 세상과 통하는 길이다. 항상 손에 들고 있던 스마트폰도, 하루종일 빠져 있던 인터넷도 없다. 심지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조차 없다. 간간히 들리는 새들의 지저귐과 찌르레기 소리만이 동무가 되는 곳이 바로 무문관이었다.

바깥의 문을 걸어 잠그고 마음의 문을 여는 ‘무문관’(無門關). 무문관에 대한 세간의 관심은 뜨겁다.

선방 수좌 스님들이 용맹정진하는 수행처란 기존의 의미에서 최근에는 재가자들도 동참 가능한 개인수행처로 의미를 확장하고 있다. 제방 선원의 전통적인 무문관이 있지만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무문관, 혹은 개인수행처가 다양하게 생겨나고 있다. 매일 매일 쳇바퀴처럼 일상에 매진하던 대중들에게 무문관은 수행을 하는 곳을 넘어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을 통해 새롭게 앞으로 나아갈 힘을 주는 곳으로 각광 받고 있는 것이다.

대중들을 위한 무문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 중 가장 유명한 곳이 바로 사단법인 행복공장이 운영하는 행복공장 홍천수련원이다. 행복공장 홍천수련원은 ‘내 안의 감옥’이란 다른 이름을 갖고 있다.

행복공장 홍천수련원은 약 330여 평의 부지 위에 관리동과 강당동, 체험동의 3개 건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체험동에는 32개 독방을 갖추고 있다. 일단 독방에 들어가면 밖에서 문이 잠긴다. 바깥과 연결된 유일한 곳은 숲이 보이는 창문과 작은 음식 반입구가 전부. 프로그램은 가장 대표적인 ‘독방24시간’을 비롯해 ‘금강스님의 무문관’, ‘프리존 스테이’, ‘노지향의 유쾌한 감옥’, ‘황 신부의 내안의 감옥’ 등 다양하다. 48시간과 24시간 7박8일과 4박 5일 등 다양하지만 대부분이 자기만의 시간을 갖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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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식구로 점심배식하는 모습. 오후엔 불식이다.

 


교도소와 흡사한 건물 구조

행복공장 홍천수련원을 찾은 첫 인상은 마치 연수원 건물 같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현대적인 건물이 주는 인상이 뇌리에 남아있던 시간은 잠시 뿐이었다. 이른바 수감복인 푸른색 수행복을 입고 수감번호를 부여받고 운영실장의 뒤를 따라 체험동으로 향하자 조금은 다른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철문으로 된 건물입구부터 가운데로 난 계단과 마주보게 된 각 방의 구조 등 체험동은 영락없는 교도소였다. 각방의 문에는 작은 배식구가 나 있었고 문고리 마다 자물쇠가 보였다.

교도소와 같은 구조여서 일까. 건물 내부는 적막했다. 인기척이 없었으나 모두 각자의 방에서 수행 중이란 말을 들었다.

기자에게 배정된 곳은 207호였다. 행복공장의 내부시설은 단촐했다. 방문 아래에는 밥이 들어오는 배식구가 있고, 문 옆에는 커튼으로 가려진 작은 화장실이 있다. 그 뒤로는 요가매트와 거울이 없는 세면대가 있으며, 작은 협탁 위에 차를 마실 수 있는 포트와 다기, 그리고 글을 쓸 수 있는 메모장과 펜이 전부였다.

메모장과 펜을 가져다 놓은 것은 떠오르는 자신의 감정을 차분히 기록해 보라는 의미 같았다.

신기함도 잠시 무문관에 들어서자 밖에서 문을 잠그는 소리가 들렸다. 성인 남성 기준으로 가로 세걸음, 세로 여섯 걸음 정도의 방에 갖힌 것이다. 평소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기에 부담스럽지는 않았다. 하지만 조용하고 심심한 시간이 계속되자 이내 무료함이 몰려왔다.

이런 무료함을 달래고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앞서 수행현장에서 배운 다양한 수행법을 참조해 호흡부터 가다듬었다. 조금씩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지속되고 머릿속은 깨끗해졌다. 문제는 자세, 반나절 가량 앉아 있자 다리에서 저릿한 감각이 올라왔다. 이 저릿한 감각이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자연스럽게 내 몸의 감각에 집중이 됐다. 집중 속에서 다른 것들을 잊게 되는 순간, 자유로움이 느껴졌다. 작은 1.5평의 공간은 나를 가두는 감옥이 아닌 나를 해방하는 자유의 공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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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공장 체험동 전경.

 


적막 속에서 진행되는 정진

방에 앉아 좌선에 빠진지 얼마나 지났을까. 오전 10시를 알리는 괘종 소리와 함께 정신을 차렸다. 천장으로 나있는 스피커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금강 스님의 법문이었다. 기자가 찾은 날은 금강 스님과 함께하는 무문관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날이었다. 금강 스님은 행복공장 창립 초기부터 지도법사로 대중들을 이끌고 있었다. 현재는 연 2회 7박 8일 일정으로 폐관 수행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금강 스님의 무문관 프로그램은 매일 아침 108배와 법문, 개인 수행과 신청에 따라 개별수행면담 등으로 구성돼 있다.

스님은 “안이비설신의 육근을 여의고 현재 앉아있는 상태에서 소소영령한 자기 자신이 더 없이 소중한 존재임을 느끼고, 그 자신에게 집중해보라”고 강조했다.

서산대사의 선가귀감을 토대로 1시간 가량 진행된 금강 스님의 법문은 마음에 잔잔한 울림을 주었다.

“우리의 무의식 속에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많은 것들이 무궁무진하게 있어요. 생활 속에서 이러한 무의식들이 발현하는데 이러한 것들은 과거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들입니다. 현재의 행동 속에 조금씩 무의식이 반영되고 있는 것이죠, 이런 무의식을 벗겨보세요. 구름을 뚫고 올라서 환한 빛으로 비추듯이 화두를 들다보면 훤하게 모든 것이 내려다 보입니다.”

스님은 홀로 앉아 수행하는 동안 일상생활에서 바깥으로 향했던 일종의 에너지가 자기 자신에게 집중된다며 평소 자기 자신을 내세우기 위해 썼던 그 힘을 전환하는 것을 강조했다. 스님은 담담한 어조로 또 다른 화두를 건넸다. 죽비 소리와 함께 좌선은 이어졌고, 수련원 체험동은 다시 적막감이 감돌았다.

좌선 후에는 점심공양이 이어졌다. 점심공양은 각 방에 도시락으로 제공됐다. 창문으로 난 숲속의 산새가 동무여서 그럴까. 공양 배식동안 잠깐이나마 접하는 사람냄새가 반가웠다. 채식으로 이뤄진 간소한 식사 후 공양그릇을 내놓는 것으로 오전 일과는 마무리 된다. 이후 3시까지는 자율 정진으로 구성돼 있다.

무문관에서의 하루는 휴식과 정진 모두 수행자의 선택이다. 일정기간 푹 쉬면서 심신을 회복하고 본격적으로 가행정진하는 경우도 많다. 무문관 수행만이 7박 이상의 기간으로 잡혀 있는 것이 그 이유였다.

서울시 공무원들부터 변호사 등 참가자들의 면면은 화려했다. 행복공장 운영진은 업무상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종에서 주로 찾는다고 귀뜸했다. 무문관 프로그램이지만 불자들의 비중은 60% 수준이며,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일반인 비중이 보다 높다고 했다.

이런 대중화된 무문관 프로그램의 장점은 무엇일까. 미황사 ‘참사람의 향기’를 경험했던 김oo씨는 “조석으로 108배와 초심자를 위한 참선 강의 등이 함께 있기 때문에 전통적인 무문관에서 진행되는 개인 수행의 장점과 보통 진행되는 단체 수행의 장점이 모두 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어 “다만 본인의 수행의지가 높아야 한다. 단순히 쉼이란 측면에서 무문관을 찾는다면 오히려 호텔 등을 찾는 것이 나을 수 있다. 무문관은 자기성찰과 수행을 위한 공간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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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공장 수행실 모습.

 


스스로 가두고 자유를 얻다

행복공장은 명상과 성찰을 위한 개인수행 공간을 만들자는 창립자의 생각에서 시작됐다. 2013년 검사출신 변호사였던 권용석 이사장은 검사 시절 교도소를 드나들며 가졌던 생각을 실천에 옮겼다. 바로 ‘교도소 독방에 들어가 주변과 연락을 끊고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고 쉬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이런 취지에서 만들어진 행복공장은 몸과 마음이 모두 지친 이들을 위한 ‘쉼터’를 표방한다. 감옥이 쉼터이자 자유의 감옥이다. 비좁은 공간은 감옥과 같다. 화장실 세면대 등 영락없는 교도소의 독방이다.

권 이사장은 “제주지검 검사로 일할 때 눈코 뜰 새 없이 하루가 지나가고 새벽이 되어서야 퇴근했다. 너무 힘이들어 ‘아, 차라리 감옥에 갇혀 좀 쉬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말했다. 아내인 극단 해의 대표인 노지향 대표와 함께 부부는 행복공장을 지었고 ‘내 안의 감옥’이란 이름을 붙였다.

앞서 얘기한 금강 스님의 무문관 체험 프로그램은 가장 긴 7박 8일간 진행된다. 2014년 이 프로그램이 생겨난 것은 노지향 대표가 미황사 참선집중수행 ‘참사람의 향기’를 경험하면서 부터다.

금강 스님은 “처음 수련원을 구상할 때 무문관이라는 개념을 조언했다”며 “특히 인도 고엔까 위빠사나 센터가 교도소에서 진행한 단기수행 프로그램의 사례 등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스님은 “수행을 통해 삶의 방향을 전환해 한국사회를 바꿀 사람들을 배출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며 “미황사가 산중사찰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 것처럼, 이 곳이 대중들에게 수행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노지향 대표는 행복공장의 의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가끔 멈춰서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 해요. 매일 매일 경쟁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열심히 일하지만 정작 무엇을 위해 일하는지, 어떤 가치를 위해 살아가는지 생각하는 시간은 적잖아요. 이렇게 오롯이 자신만을 위한 시간 속에서 돌아보는 것이 꼭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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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을 통해 각 방에 법문을 전하는 금강 스님.
 

 

무문관 체험 수기

 

입소 첫날, 창가에 아주 큰 벌레 한 마리가 있었습니다. 스태프분께 치워달라 부탁했는데 폐문 이후 무려 또 다른 3마리의 살아 있는 벌레와 맞서야 했습니다. 그것도 특대 1, 대자 1, 중자 1마리 벌레가 나타날 때마다 문을 열고 도와달라 할 수가 없겠다 싶어 스스로 상대하면서 심장이 벌벌 떨리는 끔찍함을 느꼈습니다.

 

“분별심을 내지 말자. 선악 미추가 어디 있나. 이 또한 나만큼 소중한 한목숨 지닌 생명이다.”

아무리 자신을 타일러 봐도 아찔하고 벌벌 떨리며 혼비백산해지는 순간이 다스려 지지가 않았습니다. 그중 갑각류인 대자 1마리는 변기 쪽 타일 바닥에 쓰레기통으로 눌러 두었는데, 쓰레기통을 들어 올렸을 때 죽은 벌레가 나와도 그걸 평상심으로 마주할 수가 있는지가 저 스스로 세운 일종의 수행척도가 되었습니다.

입소 직전, 직장에서 비상식적인 보직 이동을 당한 일이 처음에는 화가 나고 억울한 일이었으나, 수행자의 관점에서 보면 좋은 성장의 기회요, 귀한 인연이 생기는 자리라는 깨달음이 있었고, 그래서 아주 기쁘고 설렌 마음으로 여기 왔습니다.

하지만, 참선 중에 테잎처럼 재생되는 지난 기억들을 보며, 제 마음에 여전히 억울함과 분노가 자리 잡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내 의식을 확고하게 이번 일을 행운으로 받아들였는데 왜 무의식은 억울함을 풀지 않았을까? 의문을 품은 채 수행이 계속되었습니다.

그러다 이번 수행으로 깨닫게 된 것을 엉뚱해 보이는 망상과 잡념의 한 조각에도 다 저의 집착과 욕심, 습이 투영되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직장에서의 일에 제 의식과 무의식이 불일치했던 이유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이번 일을 수행자의 관점을 빌어 행운으로 여긴 것은 좋은 처세관을 건진 것뿐이지, 실제로 제가 집착과 탐심을 내려놓은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번일을 행운으로 여긴 것 자체에도 또 다른 공명심과 이기심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아직 제 집착과 탐심, 분노와 화를 다 내려 놓지는 못했습니다. 앞으로도 수행자의 관점을 비는 것으로 응급 처방을 삼아 살아야 할 때가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 무문관에서 금강스님과 역대 조사스님의 지도를 받으며 본래 마음을 잃은 쩨쩨하고 비루한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고, 예전보다는 훨씬 배짱 좋게 대장부 마음을 향하게 되었습니다. - 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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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현대불교신문 http://www.hyunbu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00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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