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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9월 23일 ~ 9월 24 릴레이 성찰 프로그램에 참여한 장호식이라고 합니다. 20시간이 짧아서 인지 갇혀있다는 느낌이 없이 푹쉬고 왔습니다. 2일간을 돌아보며 정리를 해 보았습니다. 


간단하게 줄여보면 제개는 2번의 식사시간이 가장 멋진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2번의 식사를 통해서 나를 지켜볼 수 있었다는 것이죠. 그리고 산다는 것이 결국 먹고 자고 싸는 일이라는 아주 평범한 사실을 알아차리게 됩니다. 


먹을 때 먹지 못하는 저에게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


1. 출발.

길이 막힐 수 있으니 일찍 출발하라는 도와주시는 분들의 이야기에 따라 일찍 집을 나섰다. 가는 동안 라디오를 듣는데 오늘이 추분이라고 한다. 추분이라는 말이 마음에 와 닿는다. 밤과 낮의 길이가 바뀌는 시간 무엇인가 하나에서 하나로 넘어가는 시간 지천명의 나이를 앞에 둔 시간, 하나의 흐름에서 다른 하나를 준비해야 하는 시간, 오늘 하려고 하는 일에 이런 저런 의미를 부여해 본다. 삶이 결국 해석이라는 이야기를 기억해 낸다. 오늘 찾아가는 감옥은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길을 잃었다. 길을 잃고 헤매다가 다시 유턴을 하고 조금 더 가니 행복공장이다.

 

2. 도착.

몇 분이 미리 도착 해 있었다. 옷을 갈아 입고 잠시 산책을 했다. 권 이사장님이 다른 분을 안내하고 있다가  가까이 오라고 하신다. 검사 출신이라고 하시는데 얼굴에 독기가 보이질 않는다. 식당에 갔더니 감자떡이 나와 있다. 감잎차와 함께 먹는다. 장소 덕분인지 아침을 먹었음에도 맛있게 먹는다. 자꾸 손이 간다.

 

3. 소개 시간

프로그램에 대한 소개가 끝나고 각자의 소개를 하는 시간이 왔다. 이야기를 하는데 울컥하게 된다. 왜 그랬을까?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라는 유행가 가사처럼 내 속에 내가 너무도 많다는 것을 느낀다. 어제 내 안의 감옥에 갇혀 있는 나를 만나는 것이 두려워서였을까. 알 수 없는 일이다.

 

4. 식사 및 막간의 여유

점심 식사를 하고 밖에 나오니 잠자리들이 날아다닌다. 빨래 줄의 높이를 낮추어 잠자리를 잡았다가 놓아주고 잡았다가 놓아주면서 논다. 몇 년 전에 잠자리를 손에 앉게 했던 기억을 떠올려 시도 해 보지만 잠자리들이 손에 오지 않고 달아난다. 잠자리와도 소통을 하려고 하다니 어리석기만 하다. 혼자 놀다 보니 함께 산책할 시간이 되었다. 모여서 논두렁 길을 산책 했다. 논두렁 주변에 피어있는 꽃들이 눈길을 끈다. 넘어져 있는 벼들도 눈에 들어 온다. 인삼을 재배했던 밭에 대추 나무들이 심어져 있다. 대추가 잘 익어가고 있다. 대추 서리를 했다. 밤나무 밑에서 밤을 주웠다. 주운 밤을 주머니에 챙겨 넣는 나의 모습이 불편하다. 밤 두 개를 가지고 무엇을 할 것이라고 . 그러나 그 것 또한 나의 모습이라는 것을 품어야 할 내 모습이라는 것을 글을 쓰는 이제서야 알아차린다. 내 속에 내가 너무도 많아...


돌아오는 길 길가의 코스모스가 활짝 피어 있다. 어린 시절이 생각났다. 벌을 잡을까 하다가 그만 두었다. 코스모스가 조금 크다는 생각을 하는데 뒤에서 오는 분 중의 누군가 코스모스가 크다고 말씀 하시고 있다. 코스모스 꽃 잎의 개수를 세어 본다. 어린 시절에 7개 또는 9개의 꽃 잎의 코스모스를 찾으려고 했던 일이 떠 올랐다. 평범하지 않은 변종을 그렇게나 원했었는데 남과 같아지려고 힘을 쓰는 요즘 세대가 떠 올랐다.

 

5. 수감

산책을 다녀와서 스스로를 가둔다. 탁자 하나와 손을 씻을 수 있는 세면대 화장실 하나 요가매트 그리고 몇 가지를 넣어둘 수 있는 박스가 있다. 처음에 발로 가로 세로를 재본다. 몇 번 왔다 갔다 하다가 동물원에 갇혀 있는 동물들이 제자리에서 맴도는 행동이 정신병 증세라는 이야기가 생각나서 그만두었다. 차를 끓여 마신다. 저녁을 먹기까지 한 주전자를 다 마셨다. 끊임없이 배출을 하게 된다. 먹고 싸는 일 그게 생존의 가장 근본이 되는 일임을 안다. 넘어가는 해를 지켜 본다. 벽 한쪽으로 햇볕이 길어지고 있다. 손의 그림자를 본다. 손등의 털 그림자가 선명하게 보인다. 아 손등의 털, 남에게 잘 보이려고 약품을 써서 제거하려다가 실패한 흔적..


해가 서산을 넘은 지 오래되었는데 밥은 아직 들어오지 않고 있다. 오직 밥 생각 뿐이다. 자꾸만 식당 쪽으로 눈길이 간다. 밥은 언제 되나? 혹시 무엇인가 잘 못 되어서 밥을 안 주는 것이 아닐까? 밥이 안 오면 이 참에 한끼 단식을 해 볼까? 아니면 메모를 써서 밥 달라고 해야 하나. 온통 밥 생각 뿐이다. 자꾸만 문 쪽으로 신경이 간다. 밥 생각을 하면서 서쪽의 노을을 본다.


"해는 져서 어두운데 찾아 오는 사람 없고", 아버지가 자주 불렀다고 믿고 있는 노래. 그러나 기억이 희미해져 가는 것을 느끼는 지금 진짜 아버지가 즐겨 불렀는지는 확신을 할 수 가 없다. 기억이 희미해진다는 것 망각을 할 수 있다는 것 고마운 일이다. 나무의 잘 아문 옹이처럼 스스로 잘 아문 상처들이 대견하다.


저녁이 들어 왔다. 셰이크와 함께 삶은 고구마 하나 들어 온다. 이렇게 간절하게 기다려 본 식사가 없었다. 껍질 째 먹어 볼까? 껍질을 벗기지 않고 한 입 먹어보니 먹기가 쉽지 않다. 고구마 껍질을 조심스레 벗기고 아끼면서 먹는다.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주신 분께 감사의 글을 적었다. 저녁을 먹고 나니 편안하다. 차를 마시고 잠시 창 밖을 지켜보다가 이불을 폈다.

잠시 누워야지 했는데 그냥 잠이 들었다. 서산 끝에 뜬 초승달을 잠시 보면서 별이 뜨면 좋겠다 하는 생각을 했는데 잠이 들고 말았다. 어린 시절 시골에서 자라면서도 별똥별을 보지 못했던 머리만 바닥에 누이면 잠을 잔다는 그 습관을 어찌할 수 없었다.


꿈결에 돌아가신 어머님이랑 가족들을 보았다. 악몽도 그렇다고 길몽도 아닌 것 법륜 스님이 이야기 하신 꿈은 꿈일 뿐이다라는 말을 떠올리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하는 마음과 그것이 무슨 의미였을까 하는 마음이 왔다 갔다 한다.


초 저녁부터 푹 자고 일어나니 시간을 짐작할 수 없는 새벽이다. 안개가 자욱한데 저쪽 건물의 불이 켜졌다. 꺼졌다 한다. 잠시 불을 켰는데 어둠에 적응되었던 눈이 부셔 바로 끄고 멀리서 들어 오는 빛에 익숙해 지려고 했다. 차를 끓여 찻잔에 따른다. 물이 넘치는지 잘 보이지 않는다. 멀리서 들어오는 불빛이 찻잔의 물 표면에 반사되는 것을 주의 깊게 보면서 물을 따른다. 끝 맛이 수돗물 맛이 난다.


잠시 다시 누워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잠이 들었다. 오르골소리가 들린다. 오르골 소리를 들으며 밖을 무심히 지켜보았다. 참 긴 시간이었던 것 같다. 짜증 나는 긴 시간이 아니라 이렇게 긴 시간이라는 것을 느낀 그런 시간이다.

 

6. 108

기상음악이 끝나고 108배 절하는 시간이 되었다. 방송에 따라 절을 한다. 방송과 맞추어 절을 하려고 하다가 그냥 내 몸이 허락하는 대로 하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온몸에 땀이 나기 시작한다. 바닥에 깔아놓은 요에 땀이 흐른다. 수건으로 땀을 닦고 계속한다. 무릎을 꿇을 때 그리고 일어설 때 몸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생각하면서 하다가 보니 편안한 자세가 있다. 할 수 있는 만큼 소리가 나지 않게 않고 부드럽게 일어서려고 노력을 해 본다. 균형을 잃은 몸이 기우뚱하기도 한다. 방송에서 흘러나오는 내용 또한 많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7. 아침식사

108배가 끝나고 더워진 몸을 수건으로 닦고 차 한 잔 내려 먹고 있는데 아침이 들어 왔다. 땅콩죽과 방울토마토 5개 사과 2쪽,  오이 그리고 숙주 반찬. 죽을 한 숟가락 뜨고 여러 번 씹어 본다. 땅콩이 씹힌다. 죽이 달다. 오이 한 쪽 입에 물고 오이 세포가 부서지는 것을 상상하면서 천천히 천천히 씹어 본다. 이렇게 다양한 맛이 나다니. 한 입을 숙주나물에서는 들기름 향이 묻어난다. 씹으면서 혀와 이들의 움직임을 관찰해 본다. 오른쪽으로 음식을 씹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니 혀가 음식을 왼쪽으로 조금씩 옮겨준다. 모든 것을 다 먹고 반찬 그릇을 보니 깨 열 알이 남아 있다. 깨를 젓가락으로 집어서 하나씩 씹어 본다. 깨가 씹히는 순간에 깨맛이 나지는 않는다. 이제까지 먹어본 어떤 식사보다 여유 있는 식사였다. 오로지 먹는 것에만 집중했던 시간이다


8.  출소

아침을 먹고 나니 시간이 빨리 흘렀다. 이불을 개서 올려 두었는데 안내문을 보니 사용했던 이불호청을 벗겨서 세탁을 할 수 있게 1층으로 가져다 놓으라고 되어 있었다. 다시 이불을 내리고 썼던 것들을 제자리에 돌려 놓고 마무리를 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처음에 올 때에는 내가 모르는 내가 두려워서 용기를 내었는데 전혀 갇혀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서인지 편안히 잘 잤다는 생각이다. 아직 그만큼 절실하지 않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아주 작은 것에도 감사를 할 수 있는 마음을 발견했다.


"그릇이 작아서 쉽게 찰 수 있음을 감사한다"는 말을 하면서 스스로에게 놀랐다. 그릇이 작다는 말이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그것 또한 나의 모습임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아 도망을 친다.

 

9. 마무리 그리고 헤어짐


행복공장에서 준비해 주신 감자떡을 먹고 내려왔더니 소감을 물어 본다. 그냥 좋았다고 대답을 했다. 잘 쉬었다고...

모두들 모여서 서로의 경험을 나누는 시간 어제는 처음으로 이야기를 했는데 오늘은 마지막으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부담이 된다. 부담이 되는 것은 내게 다른 사람에게 실제보다 잘 보이려는 마음이 여전히 있기 때문이다. 내 차례가 되어 이야기를 하는데 또 울컥했다. 왜 울컥하는지 알 수가 없다. 그 울컥하는 마음이 혼자 20시간 있을 동안에는 왜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는지 모른다. 여전히 내 안에는 내가 모르는 것이 너무도 많다. 그 모르는 것들이 그렇게 나를 힘들게 만드는 것들이 아닌 것을 감사할 뿐이다.


나는 나를 여전히 두려워 하는 것인가? 아니면 수많은 내가 하나의 대표 인격에 잘 통합되어 있는 것일까? 모르고 또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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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두 번의 식사 시간을 계기로 선생님에게 중요한 게 무엇인지 발견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던 같습니다. 지금 중요한 일에 집중하면서 살아가고, 그럴 때 찾아오는 감사하는 마음... 그렇게 살 수 있도록 다시 한번 일깨워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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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컥 하시던 모습이 아직도 선합니다^^♥
    다음에 다시 뵙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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