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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초대장을 받았다. ‘아름다운 아이들’이라는 제목에 ‘아주 특별한 공연’이라는 수식이 붙어 있었다.

‘억압받는 사람들의 연극’, 이른바 ‘치유 연극’이라는, 아직은 생소한 이 연극 장르를 이미 알고 있었던 나는 ‘아주 특별’하다는 수식이 연극의 형식 때문에 붙여졌으리라 짐작하며 객석에 앉았다.

연극이 시작되자마자 짐작이 빗나갔음을 알았다.

욕설이 난무한 연극. 시작 전 소년원 교장선생님께서 ‘욕설’에 대해 말씀을 하셨음에도 생소했고, 솔직히 거북했다.

생소했고 거북했던 대상은 ‘욕설’로 도드라졌을 뿐 실상은 연극 내용 자체였다.

버림 받고 상처 입고 빗나가고 고립되는 어린 아이들의 삶을 날 것 그대로, 그것도 당사자들의 몸짓으로 목도한다는 것이 생소하고 거북했다.


나는 기자다. 방송보도쟁이로 20년 넘게 살아왔다.

나름대로는 소년원생, 나아가 범죄자들의 이야기를 남들보다는 그래도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해 왔다.

가난의 대물림, 흙수저의 운명이 부모 또는 주변인의 폭력과 화학 작용을 일으켜 한 인생을 파멸로 몰아간다고, 사회 주류세력은 이를 방치한다고 그럴 듯하게 정리해서 이해해 왔다.

하지만 2015년 세밑에 만난 연극은 나에게 그런 샌님 안경은 벗어던지고 현실을 마주하라고 요구하는 것 같았다.

범죄를 무슨 희한하고 놀라운 이야기 전하듯 기사를 써대고, 너무 많이 써서 이제는 희한하고 놀랍지도 않게 만든 언론의 책임을 꾸짖는 것 같았다.


그래서 생소하고 거북한 마음을 누르며 연극을 바라봤다.

소년원생이기도 한 아마추어 배우들의 욕설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반영한 훌륭한 대사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외부 손님들이 관객으로 오시니 고운 말로 연극을 하자’고 했다면 배우들은 또 한번 벽을 느끼고 좌절했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떠올랐다.

만약 그랬다면 연극으로서도 낙제가 아니었을까? 그러고 보니 영화에 욕설이 나오면 ‘삐~’ 소리를 덮고 흡연 장면, 흉기 장면을 모자이크로 가려버리는 가식은 얼마나 촌스러운가? 사실적인 대사로 무장한 배우들은 연기도 자연스러웠다.

많이 긴장했을 텐데 무대에서 주눅든 배우를 찾지 못했다. 자신의 아픈 얘기를 하면서도 배우임을 잊지 않고 냉정했던 모습 역시 인상적이었다.


연극에서 연출진은 관객에게 연극에 개입해 상황을 바꿔달라고 요구했고 외부에서 온 관객 몇몇이 무대로 나섰다.

이들이 짐짓 어른인체 배우들을 가르치거나 온정의 시각으로만 배우들을 불쌍히 여겼다면 연극은 '치유'는 고사하고 '신파'로 흘렀을 터이다.

하지만 다행히 이들은 배우인 소년원생들의 지금 처지가 아니라 지금을 낳은 과거의 현실에 고민을 보태도록 요구받았고 그리 해주었다.

그리하여 욕설이 난무한 생소하고 거북했던 연극은 ‘아름다운 아이들의 아주 특별한 공연’으로 박수를 받을 수 있었다.

그저 고맙다.


노종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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