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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증을 맡기고 우리는 철창 안으로 들어섰다. 철창 하나를 지나자 뒤에서 문이 닫혔다. 쇠와 쇠가 부딪히는 소리가 싸늘하고 어둡고 텅 빈 복도에 울려 퍼지는 순간 묘한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까지 오래도록 느낀 거였지만 그곳은 늘 온도가 바깥보다 이삼 도쯤 낮았다. 겨울에는 물론이고 한여름 복 지경에도 그랬다. 누군가가 말한 대로 그곳은 어둠이 서식하는 공간이었다.


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중에서 


영등포교도소 앞에서 연극을 보러 들어가기를 기다리는 동안 6년 전, 공주교도소 수감자들을 처음 만나러 가던 날이 생각났다. 가을 낙엽에 유난히 아름답던 가로수 길을 지나 도착한 그 곳 공기는 알 수 없이 차갑고 쌀쌀맞았다. 마음속에, 서로 서로의 사이에 끊임없이 불고 있는 서러운 바람이 3개월의 프로그램을 마치는 돌아서던 그 순간까지도 마음 한 구석에서 불고 있었다. 그래서 사실 영등포교도소로 향하는 발걸음이 평소처럼 그리 가볍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연극이 시작되고 함께 웃고 화내고 울면서 서로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서로의 눈을 바라보면서 흐뭇한 미소를 주고받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동안 그들 사이에 부는 따뜻한 바람이 내 마음을 위로해주었다.

 

출소를 얼마 남기지 않았던 공주교도소 수감자들이 자기 자신과 했던 약속들, 그들의 간절한 바람이 흔들려 다시 좌절하고 아파할까봐 불안해하는 내 마음이 아직도 그 곳에 남아 있었다. 눈에 보이는 현실 속에서 그들의 문제에 도움이 되지 못한 무력감이 지금도 내 마음을 무겁게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떠오를 때마다 간절히 기도했던 마음들이 그들에게 전해지고 있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다시 꿈을 꾸고 그것을 믿고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보는 이들의 마음까지도 얼마나 든든해지는지 ... '비행기 후진돼? 안돼?' 공연은 참 아름다웠다. 그리고 고마웠다. 그 힘든 시간 함께 해준 것에 대한 감사하는 마음에 교도소에서 나오는 그 길이 더 이상 춥지도 쓸쓸하지도 않았다. 

 

교도소에 운동장을 지나는데 거짓말처럼 비행기가 머리 위로 지나갔다. 저 비행기는 후진이 되려나? 나도 모르고 내가 방긋 웃고 있었다.

 

행복공장 화이팅!!

예술단원 여러분의 다음 공연도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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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행기 후진되는지 안되는 지 얘기도 못하고 끝나버렸네. 오랜만이었지. 함께 해서 좋았어. 여기서라도 가끔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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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지
    • Jul 02, 2010

    정인...

    그날, 얼굴보니 반가왔고..

    오늘, 글보니 고맙네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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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도 저 책 보면서 울었는데, 수정님 덕분에 다시 상기하게 되었어요- 저런구절이 있었구나. 참 그곳과 같다..

    바깥은 최고기온이다 뭐다 해도 교도소내 건물에 들어가면 서늘한 기운이 있었더랍니다.

    저도 참여연극 제목처럼 비행기가 후진이 되는지 안되는지 모르겠네요. ^^

     

    출소후의 그분들을 위해서 기도를 하셨구나. 출소 후 6개월에서 1년이 가장 힘든 기간이라고 합니다. 행복공장에서도 어떤 일을 해야할지 준비하고 있습니다. 수정님의 조언 부탁드려요. 수정님도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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