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신부님의 "숯고개 아이들"
* 행복공장 이사인 호인수신부님께서 쓰신 기지촌 여성에 관한 시 입니다.
숯고개 아이들 / 호인수
너는 모를 거다 아마
담배 한 갑 다 피우고
소주 한 병 다 비우고
떨어진 속눈썹 고치려도 하지 않고
툇마루에 주저앉아
오락가락 비행기 불빛만 쳐다보는
이 불면증을
너는 아마 모를 거다
이 땅 어디에
내 피붙이 하나 있을 건가
주민등록증은 없어진 지 이미 오래
쫓기고 쫓기다 쓰러진
웬수 같은 이 강산에
검둥이 흰둥이 다 지나간 부서진 몸뚱어리
생전 처음 편안히 누워볼
내 땅 반 평 어디에 있을 건가
눈살을 찌푸리고라도 말해다오
등 돌리고 보지 않아도 좋으니
내 흐물거리는 아름다운 젖가슴
뜨거운 입맞춤으로 안아줄
사랑이 남아 있다고 말해다오
눈치로 빚은 웃음 송두리째 팽개치고
우리들의 눈물 강을 이루리니
생생한 우리말로 사랑을 말해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