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소식 「베캄교실」7회 '은영이의 일기'
- happi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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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눈으로 보지 마세요.
그렇게 웃음 가득한 눈으로 쳐다보면, 그렇게 아무런 판단이라곤 없는 천진한 눈으로 바라보면
너무 낯설잖아요. 우리 처음 만나는 날인데.
마치 대문에서 초인종을 누름과 동시에 방 한가운데로 순간이동 되듯,
인사하기, 신발 벗기, 가방 내려놓기, 그런 과정 다 생략하고
바로 방 한가운데에서 365시간은 이야기하고 앉았던 사람들처럼 그렇게 날 보며 웃고 있다니…
이거 너무한 거 아닌가.
게임의 술래가 되어, 낯설고 부끄러워서 “은영 하나 둘 셋!” 소리내기도 어색한데
나를 동그랗게 둘러싼 사람들이 날 그렇게 환하게 웃으며 바라보고 있는 속에서
빙글~ 하고 도는 순간. 내 마음도 빙글~ 하고 풀려버렸다. 순간 이동이 되어버렸다.
에라 모르겠다. 어색하다는 건 무엇이냐!!
그러고선, 뛰고 웃고, 놀래고, 눈마주치고, 소리치고, ..
처음부터 단계없이 뛰어들어버리니, 마음 놓아버리니,
평생 생각도 못했던, 연극을 하고 있고, 소리소리 지르고 있고,
막대기 잡고 아슬아슬 곡예를 하고 있다. 나 좀 부끄럼 타는 사람인데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웃다 지친다.
매주 일요일이면, 깔깔대고 웃어 제낀다. 아이처럼.
어쩌면 아이때보다 더 신났다.
한 주, 두 주 시간이 가니,
이런 어리둥절한 내 모습이 아닌
함께하는 사람들이 궁금하다.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평소엔 어떤 표정일까,
눈물을 흘리고 있지는 않을까,
일이 고되지는 않을까..
밥은 잘 먹고 다닐까..
좋아하는 사람들인데도,
아는게 별로 없다.
그냥 환하게 웃는 장난기 가득한 얼굴 말고는.
매주, 연극으로 경험을 나누고 표현하는 시간은.
연극할 때의 그 열정과,
생각지도 못한 애드립에
야.. 정말 무대 체질들이다.
그리고 정말 잘한다~~!!
감탄에 감탄을 하고,
연기학원에 온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놀라며
사람들의 애드립과 임기응변의 재치에
웃느라 정신없었는데,
그렇게 웃느라 눈물 훔치다보니
이젠, 맘이 짠 하다.
그냥 웃기기만 하지 않게 되어버렸다.
아직도,
아는 것이라고는,
이름하고, 얼굴 또는 웃는 얼굴과
고향 정도밖에는 안되는데도,
예전처럼, 재미있는 낯선 사람들이 아니라,
정이 많이 들은 좋아하는 동생 같고, 친구 같아서
그들이 겪은 일들이, 그 마음들이
남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아프지 말았으면 좋겠고,
차별받지 않았으면 좋겠고,
소외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고,
따뜻한 보살핌 속에 있었으면 좋겠고,
위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많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정말로.
모임이.
어느덧 끝이 보일랑 말랑 한 시점까지 왔다.
연극발표와 엠티가 남긴 했고,
또 얼마나 충만하고 즐거운 시간일까
기대가 되지만,
그러면 이제 우리 헤어지는 건가?
이렇게 매주 만나서 웃진 못하게 되는건가?
그렇게, 처음에 만나기 전처럼
또 어딘가에서 그렇게 서로 모르게 살아가는건가?
그런 생각들을 하고 있다.
정들어버렸다.
모르겠다.
일단은
아쉬운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는 것만 알겠다.
소중한 만남이라는 것만 알겠다.
나누고 싶은 마음이 든다는 것만 알겠다.
더 많은 사진은 http://happitory.org/5014
오랜만에 단체사진~~
(※왼쪽 두번째 첫째 줄의 빨간줄무늬옷을 입은 은영~) [ 베캄교실 ] *베캄교실의 '베캄'은 '베트남,캄보디아'의 줄임말입니다. 한국에 사는 아시아 친구들과 여러가지 놀이, 자신의 경험으로 연극만들기를 통하여 한바탕 신나게!!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 갑니다. 일정_7회차 5월22일(매주 일요일 오후 4시) / 장소 행복공장 주최_행복공장 참가_다라, 도반능, 동진, 들풀, 땅리홍, 마씨미은, 반펑, 부티웻, 사라이, 사마트, 세리, 세나, 은영, 용석, 준원, 지향, 지현, 파도, 히엔, 희정 (20명) 결석_동오, 반두, 반지오, 셍펜킴, 진행_지향(억압받는 사람들을 위한 연극공간-극단 해 대표 / 행복공장)
얼음땡의 마법은 정말 강력하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