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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소식 영등포교도소에서_ 2학기⑤ '구름이 걷히고.., 비행기 날다'

  • 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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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 엄 지)

 

 

비온 후 낮게 드리운 구름과 안개로 흐린 아침. 영등포 교도소 안에 있으면 머리위 가까이로 늘 큼직하고 뚜렷하게 그 형체를 내보이던 비행기가 오늘은 소리만 날 뿐 보이지 않는다. 짙은 안개와 구름 속에서 검은 그림자의 흔적만이 보일 뿐이다. 주임님은 행복공장 팀에게 체육대회 초대장을 건네주신다. 강당 안 무대 위에는 둥그렇게 배열 된 의자에 참가자들이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다. 3주만에 출석한 함께라면은 참가자들 한사람 한사람과 악수를 하며 반갑게 인사를 했다.

 

안부나누는 시간에는 접견, 여의도 불꽃놀이(여의도 불꽃놀이가 영등포 교도소에서도 보인다는 의견과 보이지 않는다는 의견이 갈려 잠시 짧은 논쟁이 오가기도 했다^^;), 건강, 생일, 음악 등에 관한 이야기가 오고 갔다.

 

본격적으로 수업을 시작하기 전 바람은 한달간 참가자들 모두 자신을 위해 해볼 수 있는 숙제를 제안하고, 방법을 설명해 주었다. 일명 자서전 쓰기. 앞으로 한달간 공책에 어렸을 때부터 현재까지의 나의 인생을 다양한 형식과 방법으로 정리해보기. 시간의 흐름을 타고 올라올 수도, 아니면 특별한 감정과 기억으로 남아있는 사건을 중심으로 기록할 수도, 아니면 그림으로 표기할 수도. 기록의 방법과 형식은 자유이되, 다만 한 달간 이러한 자신의 삶의 기록들을 정리해보고 이것을 밑그림으로 하여 마지막에 발표를 해보자고 제안하고 설명하였다. 와보노가 공책을 모두에게 제공하겠다고 약속하였다.

 

이어 함께라면의 술래로 시작된 얼음땡 펭귄이 마지막 술래로 모두가 아웃될 때까지 지속되었다. 가뿐 숨을 돌리고 땀도 식히면서 다시 의자에 앉아 지난 시간에 했었던 관계지도 그림을 본인에게 나눠주고 간단하게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가끔 농담이 오고 가긴 했지만, 매우 진지한 태도로 발표하고 경청하는 분위기였다.

 

이어 두팀으로 나눠서 ‘빈의자’를 실시하려 했으나 팀을 나누지 않고 모두가 같이 하면 좋겠다는 점돌의 의견을 받아들여 전원이 같이 둘러앉아 빈의자를 실시하였다. 바람이 빈의자의 방법을 설명하며 시범을 보이자 참가자들은 복잡하다, 어렵다, 쑥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정작 의자에 앉아 빈의자 를 하게 될 때는 매우 진지하게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또 나가서 빈의자를 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매우 진지하게 경청하였다. 빈의자를 한 사람이 다음 사람을 지목하여 시키는 방법으로 진행되었는데 다음 순서를 피하려고 일부러 외면하거나 장면을 안보는 척 하거나 하는 참가자들도 있었다. 하지만 다음 순서로 지목되면 어느 누구도 거부하지 않고 순순히 의자에 나가서 자신의 역할을 다하였다.

 

빈의자에는 바람이 제안한대로 가족들이 많이 등장하였다. 할머니, 부모님, 장인, 형제자매, 사촌, 아내와 자식, 그리고 친구와 옛애인. 그들은 초대받는 빈의자에 등장하여 원망하기도 하고, 미안해하며 사과하기도 하고, 아쉬워하며 안타까워하기도 하고, 격려하고 응원하기도 하였다. 

 

 

101103 love.jpg '사랑한다'

 

 

‘나’와 주변인의 대사에서 가장 많이 등장했던 대사는 ‘사랑한다’는 말이었던 것 같다. 관객으로 경청하는 참가자들도, 의자에 앉아 역할을 하는 참가자도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야 하는 순간이 자꾸 발생하였다. 오늘 빈의자에서만큼 자신의 속내를 많이 드러내고 이야기했던 시간도 없었던 것 같다. 수업이 끝난 후에도 빈의자 시간에서의 진지와 침묵, 뜨끈함의 분위기는 지속되었다. 쉽지 않은, 무거운 ‘빈의자’ 위 인물들과의 대면이었지만, 눈은 촉촉하게 젖어버렸지만(자신의 차례를 치른 후 화장실에 가서 세수를 하고 오는 참가자도 있었다) 그만큼 손은 따뜻해지고 마음은 뜨거워지는 시간이었다.

오늘 수업이 끝난 후 참가자들에게 “오늘 고생하셨어요”라고 인사하는 주임님의 인사가 참 고맙고 특별하게 느껴졌다. 마치고 나오면서 가장 많이 울었던 그 둘과 한번 더 손을 잡고, 눈도 한번 더 마주치고 나왔다.

구름도 걷힌 파란 하늘에는, 다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며 날아가는 비행기가 선명하게 보였다. 우렁찬 굉음과 함께.

 

2학기 다섯번째 영등포교도소 문화예술 프로그램

*시간 : 2010. 10. 12. 화.
*장소 : 영등포 교도소 대강당
*주최 :사단법인 행복공장
*주관 :사단법인 행복공장 /  억압받는 사람들의 연극 공간-해
*참가자 : 바람(노지향/주강사), 엄지(김현정/보조강사), 펭귄(전행오/행복공장 사무국장)

          결석_함께라면(권용석/행복공장 대표)

          곰, 진짜사나이, 북파공작원, 날으는 점돌이, 꼴통, 희망,  대감마님, 북두칠성, 길, 오뚜기 (지각) (10명)

          소 결석(공장일), 미카엘 결석 

 

 

(사진출처 네이버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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