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소식 영등포교도소에서_ 2학기④ '헬리콥터도 만들 수 있어요'
- 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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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 엄 지)
가을 햇살이 따가운 아침. 소내 운동장에 모여서 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많이 띄였다. 체육대회가 한 주 앞으로 다가오고 있어서 운동경기에 더 열심을 내는 분위기이다. 강당 안으로 들어가자, 오늘 수업도 체육대회에 밀리고 있음이 간파되었다. 희망, 공작원, 진짜사나이는 운동시합에 참가하고 있는 관계로 늦게서야 강당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들려오는 미카엘의 소식. 무슨 일인가에 연루되어 지금 독방에 가 있다는 것이다. 무슨 일인가를 묻는 질문에.. 참가자들은 교도관의 눈치를 보며,, 욕심을 내다가 그랬다는 애매모호한 대답만을 해 주었다.
놀이
올라오는 궁금증을 꾹 참고 얼음땡 의 세계로 들어갔다. 이미 여러차례 해왔던 게임이지만 할 때마다 새롭게 재밌고 웃기고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진다는 사실이 감탄스럽기만 하다. 이어 찰칵찰칵을 하는 사이 진짜사나이와 희망, 공작원이 슬그머니 들어와 게임에 참가한다. 많이 웃고 뛰고 장난치면서 몸과 맘을 푼 후 곧이어 연극만들기로 돌입했다.
교도소에서 하면 안되는 일들, 소내의 불법 행위가 연극의 주제였다. 참가자들은 처음엔 그런 주제로 연극을 만드는 것에 대해 부담스러워했지만 -더군다나 교도관들이 보고 있고, 감시카메라가 저 위에서 돌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내 두팀으로 나누어져 진지하게 각팀의 연극만들기에 집중하였다.
소내에서 발생했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두 연극은 각각 <만득이 일하가다> 와 <밤낚시>라는 제목으로 발표되었다. <만득이~ >는 소내 식품 운반일을 돕는 재소자가 간식(양념고추장)하나를 빼돌렸다가 들켜서 그에 연루된 사람들 모두가 호출되어 조사를 받고 독방에 가게 되는 사연을 담았고, <밤낚시> 는 소내에서 금지된 담배밀반입 사건을 담고 있었다.
연극이 끝난 후 연극내용에 대한 의견들을 주고 받았는데 소내에서 취급될 수 있는 음식의 종류, 금지식품과 금지의 이유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 갔다. 담배 역시 흡연을 허용하는 외국 교도소의 경우와 비교하며 교도소 내에서의 흡연 허용과 그 방법 등에 대한 이야기들이 오고 갔다.
금지와 처벌의 악순환을 완화시킬 수 있는 대안이 재소자만의 노력으로 만들어지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결론과 이를 위한 구조적, 재정적, 제도적, 환경적 변화와 의식의 변화가 필요함을 절실하게 느끼게 되었다.
담배의 경우도 비슷한 결론을 도출하게 되었다. 한 재소자는 교도소 내에서 검방(방검사)를 한달만 안해도 헬리곱터가 만들어진다는 말이 있을 만큼, 재소자들은 교도소 안에서 아주 사소한 작은 재료로도 천재적인 발상과 응용으로 다양하고 기발한 것들이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교도소 안에서는 사소한 작은 물품이나 재료라도 조심해서 취급된다는 말도 했다. 재미있고 신기하면서도 서글퍼지는 대목이다.
이어서 종이와 펜을 하나씩 나눠갖고 나에게 의미있는 사람들과 나와의 관계지도를 그려보았다. 이 작업을 하면서, 관계지도에 등장시킬 사람이 없다며 고민하다가 눈물을 자꾸 닦던 참가자도 있었다. 종료시간이 촉박했던 관계로, 관계지도에 대한 발표는 다음시간으로 미루고, 관계지도에 등장했던 인물 중 한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것을 대사로 적어보는 시간을 잠깐 가져보았다. 그 대사들에는 원망, 격려, 사랑, 아쉬움 그리고 기다림이 담겨 있었다.
나를 위한 숙제를 나눈 후 총총히 자리를 정리하며 헤어졌다.
2학기 네번째 영등포교도소 문화예술 프로그램
*시간 : 2010. 10. 5. 화.
*장소 : 영등포 교도소 대강당
*주최 :사단법인 행복공장
*주관 :사단법인 행복공장 / 억압받는 사람들의 연극 공간-해
*참가자 : 바람(노지향/주강사), 엄지(김현정/보조강사), 펭귄(전행오/행복공장 사무국장)
결석_함께라면(권용석/행복공장 대표), 미카엘
오뚜기, 곰, 진짜사나이, 북파공작원, 날으는 점돌이, 꼴통, 희망, 소, 대감마님, 북두칠성, 길 (11명)
(희망, 북파공작원, 진짜사나이는 운동시합에 선수로 참가했다가 수업에 늦게 참여)
(사진출처 네이버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