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문화일보] 감옥에서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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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공장이 감옥체험을 진행하는 ‘내 안의 감옥’. 자발적인 투옥으로 온전한 휴식과 충전을 누릴 수 있는 곳이다.
# 초라한 숙소… 감옥에서의 하루
노일강에서 멀지 않은 남면 용수리에는 ‘내 안의 감옥’이 있다. ‘내 안의 감옥’이란 사단법인 행복공장이 운영하는 홍천수련원의 성찰프로그램이자, 그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숙소를 이르는 이름이기도 하다. 프로그램은 단순하다. 감옥처럼 만들어놓은 수련동에서 이른바 ‘프리즌 스테이’를 경험하는 것이 전부다.
‘수련동’이라 불리는 숙소에는 모두 26개의 독방이 있다. 1.5평짜리 방 안에는 커튼으로 가려진 화장실과 세면대, 그리고 손바닥 두 개 크기 만한 앉은뱅이 책상과 플라스틱 서랍장이 전부다. 비품이나 시설만 고급화했을 뿐, 감옥 모습 그대로다. 내 안의 감옥을 찾아와 자발적으로 수감된 이들은 푸른 수의로 갈아입고 독방에서 자신을 되돌아보며 침묵과 명상 혹은 글쓰기로 하루를 보낸다. 휴대전화는 물론이고 책도 일절 반입 불가다.
‘내 안의 감옥’은 검사 출신의 변호사 권용석 행복공장 이사장의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왜 하필 감옥일까. 계기는 1990년대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주지검 담당 검사 시절, 일주일에 100시간 가까이 일했던 그는 몸과 마음 모두 재충전할 시간이 간절했다. 그때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감옥이다. 교도소장에게 일주일간 수감생활을 해보고 싶다는 농반진반의 요청이 지금 ‘내 안의 감옥’의 씨앗이 되었다. 치유연극에 관심이 많던 연극인 아내 노지향 씨와 의기투합해 비영리 법인을 세우고 사재를 털었다. 여기다가 300명에 달하는 지인들의 후원을 보태 홍천에 땅을 마련하고 4년 전에 거기에 근사한 감옥을 지어낸 것이다.
행복공장은 수시로 진행하는 내 안의 감옥 프로그램 말고도 신부와 스님이 참여하는 명상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특정 종교의 교리 등을 배제하고 순전히 명상에 대한 강의와 체험으로 이끌어가는 프로그램이다. 늘 바쁜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명상이란 재충전이자 휴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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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원장 일을 맡고 있는 아내 노 씨는 “감옥의 적막 속에서 가만히 스스로를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고갈된 정신과 방전된 마음이 저절로 충전된다”고 말했다. 노 씨는 “당초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는 40∼50대에 맞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20대는 물론이고 10대 청소년이 머물고 가서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는 감사의 편지를 보내온다”고 말했다.
내 안의 감옥에 자발적으로 자신을 수감하는 데 드는 비용은 5만 원 내외. 그것도 내가 머무는 비용이 아니라 뒤에 올 누군가의 비용을 내주고 가는 것이다. 이익을 낼 생각은 없지만, 수련원은 4년째 적자다. 모자라는 운영비는 대부분 후원을 통해 충당하고 있다. 노 씨가 말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더 편안하고 행복해지면 좀더 나은 세상이 되겠지요. 이런 감옥이 없어도 되는 날이 오면 그날 문을 닫아야지요.”
홍천 = 글·사진 박경일 기자 parking@munhwa.com
원문링크: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7052401033012048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