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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찰과 나눔 전파하는 아름다운 부부

변호사 남편 권용석·연극하는 아내 노지향

글 : 이선주  / 사진 : 김선아


“검사 생활을 하는 동안 안쓰러운 마음이 드는 피의자들을 정말 많이 만났습니다. 깨진 가정, 어려운 형편에서 제대로 배우지도 못한 채 성장한 피의자들을 볼 때마다 ‘그들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죠. 새터민이나 이주노동자 문제를 접할 때면 ‘그들을 도와주는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고요. 다 같이 행복해지도록 사회 구성원들을 건강하게 만드는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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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하며 마음 여는 소년원 아이들

검사 출신 변호사로 비영리 법인 ‘행복공장’을 만든 권용석 대표. 그가 ‘행복공장’을 세운 데는 연극하는 아내 노지향(‘연극공간-해’ 대표)씨의 영향이 컸다. ‘연극공간-해’는 소년원, 새터민 청소년, 이주노동자 등을 찾아가 그들이 주인공으로 참여하는 연극을 만들어왔다. 입도 마음도 닫았던 그들은 연극을 하면서 점차 마음을 열고 자신의 이야기를 끄집어냈다. 꾹꾹 눌러놓았던 마음속 분노, 상처를 풀어놓은 이들은 홀가분해진 마음으로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권용석 대표는 ‘이것이야말로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일’이라면서 열렬한 지지자가 되었고, 이렇게 ‘내면에서 시작되는 변화’를 확산하기 위해 ‘행복공장’을 만들었다. 법과 연극. 언뜻 어울리지 않는 조합 같지만 두 사람이 걸어온 길을 되짚어보면 지금 이 일을 하기 위한 필연적인 과정처럼 보인다. 서울 관악구 남현동 ‘행복공장’ 사무실에서 만난 두 사람에게 어떻게 처음 만났는지 물었다.

“제가 고등학교 3학년, 아내가 대학교 2학년일 때 처음 봤습니다. 형의 친구였던 아내가 남자들 사이에 둘러싸여 있더군요. 고시 공부를 하던 대학교 4학년 때부터 사귀기 시작했고요.”


대학과 대학원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노지향 대표는 ‘나만의 공부에서 벗어나 뭔가 사회적 발언을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연극판을 찾았고, 극단 연우무대에서 조연출을 했다. 연극은 재미있었지만, 그곳도 자신의 자리 같지는 않았다. 결혼 후 중앙대 연극영화과에서 박사과정을 밟던 그는 연극을 통해 사람들을 외적·내적 억압에서 해방시키는 브라질의 연극이론가 아우구스토 보알의 이론을 접했다.

“마침 아우구스토 보알이 한국에 초청받아 와서 연 워크숍에 참여했습니다. ‘연극을 이렇게 활용할 수도 있구나’ 체험한 계기였죠. 놀이와 연극을 통해 자신의 껍질을 벗으면서 사람과 사람이 깊이 만날 수 있었습니다. 비로소 내 자리를 찾은 느낌이었고, 평생 처음 ‘이런 일을 하면서 살고 싶다’고 느꼈습니다. 워크숍에 참여했던 사람들끼리 1997년 ‘연극 공간-해(解)’를 만들었습니다. 우리끼리 작업하면서 정말 좋았기에 이 경험을 전파하고 싶었죠.”

이들이 처음 찾은 곳은 서울소년원이었다. 소년 12명을 1년 동안 매주 만나 연극을 준비했고, 바깥으로 나가 이들의 이야기를 무대에 올렸다. 아이들은 내면의 이야기를 여과 없이 무대에서 쏟아냈고, 사람들이 처음으로 그들 이야기에 귀 기울였다. 부모에 대한 원망과 분노로 가득 차 있던 아이들, 눈도 마주치지 않고 입도 떼지 않던 아이들이 연극을 하면서 눈빛 교환을 하고 수다스러워졌다. 늘 숙이고 다니던 고개를 들어 자기표현을 했다. 부모와의 관계에 대한 실마리도 비로소 찾기 시작했다. 노 대표는 “처음에는 ‘엄마’라는 말만 나와도 반발심을 보이던 아이의 마음이 차츰 풀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한다. 재소자, 새터민 청소년, 평택 기지촌 할머니, 외국인 노동자들이 이렇게 마음을 열었다. 변호사로 일하던 권용석 대표도 틈만 나면 따라다니며 보조 역할을 자청했다. 그는 “자신을 귀하게 여기면서 변화가 시작되는데, 사람들의 자존감이 높아지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어 기뻤다”고 말한다. 남편은 아내가 하는 일을 누구보다 높이 평가하고, 좋아하고 지지했다. 극단이 재정적 어려움에 처하면 “내가 어떻게든 해결해보겠다”고 나섰다. 그러다 ‘당신은 원하는 일을 해서 좋겠다’고 시샘까지 했다. 노지향 대표는 “차라리 같이 일하자고 하는 게 낫겠더라”고 말한다. 권용석 대표는 2009년 ‘행복공장’을 만들고 홍천에 ‘내 안의 감옥’이란 이름으로 수련원을 세웠다.


‘내 안의 감옥’에서 탈출하는 방법

“제주지검에서 일하던 시절, 교도소 독방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어요. 일과 사람, 술, 담배에 찌들어 내 의지대로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었으니까요. 오히려 감옥이 자유로운 공간으로 느껴졌습니다. 동물들도 아프고 상처받으면 혼자 동굴 속으로 들어가 가만히 있다가 나오잖아요? 현대인에게는 모든 것에서 벗어나 오롯이 혼자 있을 수 있는 공간 그리고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수련원에 28개의 독방을 만들었다. 작은 화장실이 딸린 1.5평의 방이다. 안과 밖에서 모두 문을 잠글 수 있고, 식사도 문 아래쪽에 있는 배식구를 통해 넣어준다. 책과 휴대폰도 들고 들어가지 못해 오직 자기 자신과 대면해야 하는 시간이다. 대신 아래위로 길게 난 창을 통해 바깥 풍경을 볼 수 있다. 노지향 대표는 “외적인 것들이 나를 가두는 게 아니라 욕심과 집착, 아집, 습관 등 ‘내 안의 감옥’이 나를 가두고 있다는 사실을 좀 더 극명하게 바라보시라고 이런 환경을 만들었다”고 말한다. 미황사 주지인 금강 스님이 이끄는 참선 프로그램과 노 대표가 연극을 통해 자기 성찰을 도와주는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도 있다.

“공무원 연수로 별 생각 없이 오시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 분들이 더 좋아하세요. 처음에는 ‘그 시간에 뭘 하지? 휴대폰 없이 어떻게 지낼까?’ 걱정하지만, 끝나고 나면 ‘너무 좋았다’고 하세요. 특히 휴대폰 없이 지내 좋았다면서 ‘전화와 문자메시지가 엄청 와 있을 줄 알았지만, 의외로 그렇지 않더라’고 하시죠. 우리가 얼마나 괜한 걱정에 매여 사는지 알 수 있습니다.”

권용석 대표가 홍천에 세운 수련원 ‘내 안의 감옥’ 전경과 수련원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 참가자들 모습.

권 대표가 독방 체험을 할 수 있는 수련원을 만들겠다고 했을 때 노 대표는 ‘이러다 말겠지’ 생각했다 한다. 하지만 뜻 맞는 사람들이 모이면서 막연했던 꿈이 점차 구체화됐다.

“주변의 가족과 친구들이 후원해준 덕에 이 일을 해낼 수 있었습니다. 선뜻 큰돈을 내놓으면서도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보석 같은 후원자들입니다. 이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람들이지만 함께 아이디어 회의를 하고, 아무것도 없는 데서 하나하나 만들어가면서 새로운 관계가 되었어요. ‘이것은 정말 필요하고 중요한 일’이라는 의식을 공유하면서 각별한 사이가 되었죠. 그들과의 만남이 무엇보다 큰 기쁨입니다.”

행복공장은 소년원생, 재소자, 외국인 노동자, 평택 기지촌 할머니들뿐 아니라 캄보디아 아이들도 돌본다. 캄보디아에서는 빈민 가정의 아이들을 위한 기숙사와 방과 후 학교를 운영한다. 권 대표는 “행복공장을 시작한 후 변호사로서의 자세도 새로워졌다”고 말한다.

“주로 형사사건을 맡고 있습니다. 변호사가 법망을 피하게 해주면 좋아할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물론 최선을 다해 변론하지만, 의뢰인들이 자신의 잘못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우려고 합니다. 이리저리 빠져나갈 궁리만 하다보면 더 괴로워질 뿐이니까요. 자신에게 정직할 때 당당해지고 새로 출발할 힘도 생깁니다.”

의뢰인의 마음까지 챙기려면 버겁지 않을까? 그는 “너무 감정이입이 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야 제대로 도울 수 있으니까요”라고 말한다. 따뜻한 마음의 변호사 남편과 연극으로 사람들을 치유하는 아내. 두 사람이 우리 사회에서 해야 할 일은 정말 많을 것 같다.




원문링크:  http://topclass.chosun.com/board/view.asp?catecode=L&tnu=20160510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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