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합뉴스] '이야기를 들어주세요'…연극 무대에 선 소년원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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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아이들 2015'…"아이들에게 책임 묻기에는 환경 너무 열악"
(서울=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 "정답이 있는 게 아니잖아요. 엇나간 아이들을 어떻게 처분하는 게 맞을지 그 중간을 찾기가 제일 힘들었습니다."
서울소년원생들의 연극을 주최하는 비영리단체 ㈔행복공장의 이사장 권용석(52) 변호사는 검사 시절 소년범 사건을 맡았을 때의 고민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서울지검 북부지청 검사로 근무하던 2000년 11월, 그에게 강도상해 사건 하나가 배당됐다.
졸업을 코앞에 둔 고3 학생 5명이 피의자였다. 술에 취해 어울려 다니다 아주머니를 위협해 돈 가방을 빼앗았다.
범행을 주도한 건 범죄 전력이 있던 한 고아였다. 다른 아이들이야 정상 가정에서 자랐고 전과도 없어 선처해줄 수 있지만, 이 아이만은 결정이 쉽지 않았다.
보육원장을 불러 아이의 성장 배경을 듣고는 아이를 매일 불러 야단치고 반성문을 받아냈다.
고심 끝에 형사처벌보다는 가정법원 소년부에 송치하기로 마음먹었지만, 결재권자인 차장검사는 죄질에 미루어 구속 기소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고아인 이 아이가 최소한 고등학교 졸업장을 갖고 사회에 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권 변호사의 설득에 차장검사도 마음을 돌렸다.
권 변호사는 이때부터 소년범에게 엄벌만이 정답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죄질이 나쁘고 재범 위험성도 높은 아이들이 있지만 가정사를 곰곰이 살피면 주변 환경이 너무 열악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은 그가 변호사 개업 후 비영리법인 ㈔행복공장을 운영하면서 새 결실을 본다. 지난해부터 연극공간 '해'와 함께 소년원 학생들을 대상으로 치유연극을 시작했다.
아이들이 소년원에 오기까지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아이들을 위해 어른들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함께 생각하자는 취지다.
29일 경기도 의왕시 서울소년원 대강당에서 열리는 연극 '아름다운 아이들 2015-겨울'을 원생들은 올 8월부터 매주 한차례씩 연극공간 '해'의 도움을 받아 준비했다.
1부에서는 8명의 원생이 '태어나자마자 보육원에 버려진 아이', '새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린 아이' 등의 역할을 맡아 열연한다. 극본상 배역이 아니라 모두 실제 겪은 일이다.
참여연극 형태로 진행되는 2부에서는 관객이 직접 무대에 올라 아이들이 처한 안타까운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나은 선택을 할 방법을 직접 제시한다.
노지향 연극공간 '해' 대표는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연극이 작은 마을의 시작이었으면 좋겠다"라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권 변호사는 "연극을 통해서 아이들이 좀 더 당당해지고, 잘못도 뉘우치기를 바란다"며 내년부터는 퇴원하고서도 사회에 제대로 정착하도록 멘토링 사업 등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행복공장은 '성찰과 나눔을 통한 행복한 세상'을 만들려고 2009년 설립된 비영리단체로 다양한 성찰프로그램과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예술치유프로그램을 열고 있다.
기사링크: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5/12/27/0200000000AKR20151227058600004.HTML?input=1179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