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소식 영등포교도소에서_ 2학기⑧ '불편한 진실'
- 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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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엄 지)
소, 진짜사나이, 공작원 결석(공장일)
연극 무대 제작을 도와줄 두 사람이 오늘 수업 장소로 같이 들어갔다. 정순민 씨와 무대디자인을 하는 그의 친구 S씨. 두 사람은 처음에는 강당 무대 아래에 앉아있다가 수업 중반쯤부터 진행자의 요청으로 강당위 의자로 올라와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듣는 것이 허용되었다. 바쁘게 돌아가는 공장일로 결석생이 자꾸 늘어난다. 개인의 선택을 넘어선 상황이라 안타까워할 뿐 대안을 찾기 어렵다.
참가자들은 갑작스런 추위에 모두 몸이 안좋다 하고 보기에도 안색이 매우 안좋았다. 난방도 안들어오는 11월의 추위는 시멘트 바닥에서의 습기로 이불을 젖게 해서 아무리 이불을 여러겹 덮고 자고, 그 한기와 습기에 몸에 힘들다는 이야기. 특히 곰은 풍치로 고생하며 마스크를 쓰고 왔고, 대감마님은 두통과 식도염, 미카엘은 심한 두통으로 자살 충동까지 느낄 정도로 괴롭다는 이야기를 했다. 아픈 사람이 많다.
오늘도 변함없는 얼음땡. 점돌이는 시계반대방향으로 지속적 반복적으로 뛰면서 잡는 술래의 전략을 시도하여 모두를 웃겨 주었다. 주임님으로부터 가석방을 앞두고 있는 와보노가 앞으로의 연극수업에 참석하기 힘들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수업시간에 다시 나타난 와보노는 어느 때보다 밝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어 두 개 모둠으로 나뉘어져서 연극만들기가 진행되었다. 두 모둠을 나누기 전 전체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에, 우리가 만드는 연극장면이 좀더 사실적, 현실적인 우리 이야기가 다뤄지고, 그러면서 좀더 가슴 찡한 순간들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것에 모두가 동의하였다.
이번에도 직장팀과 가족팀으로 나눠서 진행. 와보노는 자신에게 당면한 가장 큰, 어려운 문제로 출소 후 아이들과 어떻게 대면할 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꺼내었다. 아빠가 수감되어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몇 년간을 연락이 단절된 채 지내고 있는 아이들을 다시 만나 무엇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지 막막하다는 이야기다. 그 이야기를 가지고 가족팀 연극을 만들고자 논의하고 있을 때, 공장일로 늦게 들어온 꼴통이 자신도 아이와의 문제가 가장 고민스런 문제라며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와보노와 꼴통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가족’ 모둠의 연극을 구성. 두 모둠이 발표한 연극의 제목과 내용은 각각 다음과 같았다.
생수와 인생 2
지난 주에 발표했던 연극 내용의 다른 버전을 만들었다. 지난 주가 해피 엔딩의 버전이었다면 오늘 발표는 그 반대이다. 지난 주와 같이 출소한 주인공은 생수 배달업체에 취직을 하지만, 직장 동료와 계속 마찰을 빚고 싸움도 한다. 전과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사장에게도 화를 내며 직장을 관두고 나오게 된다. 원하던 스낵카를 인수할 기회를 얻자 필요한 돈을 도움받고자 여기저기 전화를 하고, 행복공장도 찾아가지만 거절 당한다. 결국 스낵카에서 만난 옛 동료(검은 세계의)의 유혹으로 유흥업소 영업부장으로 불법적인 영업을 하고, 손님들과의 싸움으로 다시 교도소로 들어가게 되는 것으로 엔딩을 맺었다.
생수배달과 인생
재 회
주인공은 출소 전 같은 방 동료와 자신의 이야기를 상담하고, 아내에게는 교도소에 있었다는 이야기를 아이에게 절대 말하지 말것을 다짐 받는다. 출소 후 가정에서 아버지, 아내, 딸, 아들과 함께 하는 식사. 아이들은 아버지에게 이것저것을 묻고, 연락도 없었던 아버지의 무심함에 대해 원망한다. 엄마의 핀잔을 듣고 아이들이 방에 들어가버리고 난감해하는 아빠. 일 없이 집에 있는 아들을 딱하게 여긴 아버지의 소개로 직장 출근한다. 기사 자격증은 있지만 현장 경험 부족으로 동료 직원들과 의견 대립과 마찰을 빚고, 다른 사람들이 웃으며 이야기할 때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과 불안이 든다. 급기야 회사를 관두겠다고 아내, 아버지에게 말하고 아내와 싸우게 된다.
가 족
발표 후 생수 이야기의 경우 해피엔딩과 언 해피엔딩 중 어느 편이 더 보편적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 대부분의 재소자는 후자가 더 보편적이라 대답했다. 하지만 실제 이런 일은 닥쳐봐야 알고 경우에 따라 늘 다른 변수가 있음에 동의하였다. 장면에 대해 더 고민해보기로 하고, 나를 위한 숙제를 각자 정해서 해오기로 하면서 수업을 마무리하였다.
수업 후 소 밖으로 나와 무대 디자이너와의 회의 시간을 가졌다. S씨는 다른 작업 일정과 겹쳐서 우리 연극 무대 참여는 어렵고, 다른 디자이너를 구해야 할 상황이다. 우리의 연극무대가, 전문적이지는 않아도, 교도소라는 특수한 상황이 무대만들기에 비협조적일 지라도, 하는 사람이 폼나게 보이는, 배려받고 있고 정성을 들여 안팎의 사람들이 모두 같이 하고 있다는 마음을 전할 수 있는, 같이 힘을 모으는 무대이기를 꿈꾼다. 우리의 불편한 진실을 성실하고 정성스럽게 담아낼 수 있기를 꿈꾼다.
2학기 여덟번째 영등포교도소 연극 프로그램 *시간 : 2010. 11. 9. 화.
*장소 : 영등포 교도소 대강당
*주최 : 사단법인 행복공장
*주관 : 사단법인 행복공장 / 억압받는 사람들의 연극 공간-해
*후원 : 영등포교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