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에서_ 2학기⑩ '우리 스스로를 위해서…'
'우리 스스로를 위해서 즐겁게, 신나게'
(정리 - 엄 지)
공연준비를 위해 오늘 수업장소로 같이 들어가려고 했던 무대 디자이너 강과 스탭 정이 소측으로부터 오늘 출입을 허락받지 못함. 교도소 감사 기간인 요즈음, 긴장하고 있는 소내 분위기가 그대로 전해온다. 소 내 컴퓨터도 긴장을 한 것일까. 오늘 예정된 자매를 위해 준비해 간 음식이 출입문을 통과하는데 매우 긴 시간이 소요되었다. 검색 컴퓨터가 다운 되는 바람에 그리 되었다는. 기계가 하는 일이라 사람 마음대로 할 수 없고 밖에서 마냥 기다려야 했다.
공연일이 임박해와서 조금이라도 더 참가자들과 연극장면 연습을 하려고 일찍부터 출입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는데, 상황이 그것을 허락지 않았다. 급하고 바쁠 때 터지는 달갑지 않은 사고들. 밖에서 마음도 터지려 하고 있을 즈음 출입문이 열리고 물건과 사람들이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둥그렇게 둘러앉은 의자에서 시간관계상 30초씩만 간단하게 안부나누기로 하였다. 거의 대부분 ‘잘지냈다’라는 의례적 말들로 간단하게 이야기가 이어져 나갔다. 곰은 풍치로 고생하던 중 이빨 한 개를 뽑아 그래도 조금은 나아졌다고 하고, 대감마님은 계속 약을 먹으며 약기운으로 지낸다하고, 공작원의 결석은 이어지고 있다. 바쁜 공장일, 접견, 건강 등이 주요 화제로 올랐고, 미카엘은 자신이 곧 이감될 예정이니 우리 연극에서 자신에게는 단역을 달라고 부탁하였다.
얼음땡을 한 후, ‘가족’ 팀과 ‘직장’팀에서의 등장 배우들을 바꿔보기로 하였다. 대체적으로 가족팀에 등장하는 배우들의 목소리가 작고, 역할을 담당하는 와보노가 다음주에 가석방 예정이라 공연을 같이 할 수 없는 이유에서였다. 그에 따라 대감마님과 소가 가족팀으로 희망이 직장팀으로 가서 연기를 하기로 했다.
바람은 우리의 공연이 다른 누구를 위해 하는 것도 아니고, 바로 우리 스스로를 위해서 즐겁고 신나게 놀고 잘 정리하자고, 축제와 같이 즐기자는 것을 강조하였고 참가자들 역시 그에 동의하여 공연에 대한 부담을 많이 덜어내는 분위기였다.
새로 바뀐 배우들과 각 팀에서는 장면의 각부분을 섬세하고 구체적으로 다듬는 작업을 하였다. 우리 공연은 영등포 교도소에서 정기적으로 이뤄지는 화요일 오후 천주교 집회 시간에 소내 천주교 집회 재소자, 그리고 행복공장의 몇몇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질 것이며, 날짜는 12월 7일로 정해졌다.
지난 주 우리 공연에 사용될 수 있는 노래를 만들어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의 ‘바람’대로, 진짜사나이와 희망은 노래를 만들어왔다. 그리고 점돌이는 우리 연극에 어울릴 만한 노래를 찾아오기도 했다. 오늘 전체적으로 정리된 연극 장면은 다음과 같았다.
제목 미정
#1. 곰과 꼴통의 교도소 내 대화
#2. 곰의 출소. 바뀐 외부 풍경. 구직 전화
#3. 꼴통의 출소. 기다리는 아내. 식구들과의 어색한 식사. 아들과의 대화와 갈등
#4. 곰의 직장생활. 동료와의 갈등. 뛰쳐나감
#5. 꼴통의 집. 아내와의 갈등. 직장생활서 갈등
#6. 스낵카에서 곰과 꼴통의 만남. 진짜사나이의 유혹. 갈등.
이어진 자매에서도 공연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진짜사나이와 희망 각자가 만든 노래가 연주되기도 하였다. 오늘 자매간식의 야심작인 따끈한 호빵이 배달되기까지 매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소 밖 편의점에서 호빵을 전자렌지에 데워서 가져오기로 했던 포로리가 소 출입문을 통과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겼기 때문이다. 이미 떡과 과일을 먹어 배 속이 아쉽지 않은 상태였지만, 고생해서 호빵을 들고 들어온 이의 정성을 생각하여, 모두는 호빵을 다급하게 과식을 해버렸다. 자매 종료시간이 임박했기 때문이다. 공연때까지의 주어진 2주간의 시간동안 안팎에서 우리의 공연을 위해 노력해보자고 약속하였다.
우리들의 축제가 좀더 즐거울 수 있도록.
식기전에 가얄텐데..
2학기 열번째 영등포교도소 연극 프로그램
*시간 : 2010. 11. 23. 화.
*장소 : 영등포 교도소 대강당
*주최 : 사단법인 행복공장
*주관 : 사단법인 행복공장 / 억압받는 사람들의 연극 공간-해
*후원 : 영등포교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