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교도소에서_ 2학기⑥ '고로케는 부담되요'
(정리 - 엄 지)
기온이 급강하한 날. 테이크 아웃 커피잔을 쥔 손끝이 참 시리게 느껴진다. 오늘 자매가 있는 날이라 수업을 할 수 있는 더 부족하다.
강당 안에는 벌써 대형 히터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돌아가고 있었다. 교도소 안의 온도는 기계들이 먼저 알아채는 듯 하다. 날씨가 추워지니 공장의 기계들이 멈춰서 수리를 받아야 한다고 한다. 기온 떨어지면 발생하는 반복적인 현상이라는 것이 경험자들의 이야기. 멈춘 기계 때문에 진짜사나이와 공작원은 수업에 지각을 하게 되었다. 오늘 수업에 오랜만에 참석한 미카엘과의 반가운 해후, 인사가 오고 갔다.
미카엘은 징벌을 받게 되어 처음엔 원망과 후회를 많이 했지만, 다른 사람에 대한 감사를 느낄 수 있는 시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곰의 이발솜씨 덕에 귀여워진 점돌이, 풍치로 고생하는 곰, 떨어지지 않는 감기로 몇 개월째 고생하는 대감마님, 지휘자의 역할에 새롭게 도전하는 꼴통. 그리고 바쁘고 정신없이, 잘~ 지냈다는 이야기가 오고 갔다.
오늘의 몸풀기는 알리바-데낄라-올레 로 시작되었다. 참가자들은 처음엔 이 게임을 배운 적이 없다고 하다가 몇차례 시범을 보이자, 이내 기억난다고 재미있어 하며 진행되었다. 이어 진행된 얼음땡 에서는 도망자 모두를 금방 얼음으로 만들어버리는 미카엘의 선전이 돋보였다. 그리고 처음 시도되는 소리와 동작 . 둘이 한팀을 이루어 소리- 동작의 역할을 담당하는 다소 추상적인 진행방법에서 다소 당황, 어색해하며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팀들이 많았다. 하지만 정해진 진행시간 동안 자신의 역할은 끝까지 완수하였다.
모두가 나를 외면한다면
이어 조각상 만들기가 시도되었는데 주제는 출소 후 나의 모습. 그 내용은 하고 싶은 것이 될 수도 있고, 가장 걱정되고 불안한, 부담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이때 등장했던 조각상은
모두가 ‘나’를 외면하는 장면, 차에 가족을 태우고 가족여행, 직장 구하기, 딸과 아이돌그룹 공연 응원, 회사운영, 성묘, 낮엔 생수 배달을 밤에는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투잡 생활 등등 이었다. 그리고 같은 주제를 토대로 만들어 발표된 연극 <출소 그 후..>와 <믿었건만...>.
<출소 그후>에서는 출소한 재소자가 예전에 했던 불법적인 일들을 안하고 직장을 구하려고 하지만 몇 달째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생계가 막막한 상황에 다다른 상황에서 먼저 출소한 교도소 동기들로부터의 검은 유혹은 받고, 갈등을 하게 되는 이야기를 보여주었고, <믿었건만...>은 소 내에서 절친했던 동료들이 사회에 나가서 돈관계가 얽히면서 관계가 어그러지고 다시 불법행위로 재판을 받게 되는 이야기를 보여주었다.
오늘 준비한 자매음식의 야심작은 아침에 금방 튀긴 고로케였는데, 예상과는 달리 팥빵과 크림빵만 줄어들고 뜨거운 환영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던 고로케는 고스란히 남겨져 있었다. 그 이유를 묻자, 소내에서 기름기 있는 음식을 잘 접하지 못해서 기름기 있는 음식을 먹으면 위에 부담이 많이 되어, 고로케 같이 기름에 튀긴 음식은 멀리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몰랐던 사실이다. 음식과 차를 나누며 11월 30일 공연에 대한 공지와 의견 을 나누면서 자매시간이 마무리되었다. 아침의 쌀쌀함이 따사한 가을햇살 덕에 적당한 시원함으로 느껴지는 점심, 오랜 시간 손을 흔들며, 수업 참가자들과 헤어졌다.
2학기 여섯번째 영등포교도소 문화예술 프로그램
*시간 : 2010. 10. 26. 화.
*장소 : 영등포 교도소 대강당
*주최 :사단법인 행복공장
*주관 :사단법인 행복공장 / 억압받는 사람들의 연극 공간-해
*참가자 : 바람(노지향/주강사), 엄지(김현정/보조강사), 함께라면(권용석/행복공장 대표), 펭귄(전행오/행복공장 사무국장)
곰, 소, 꼴통, 희망, 대감마님, 미카엘
지각_와보노, 북두칠성은 일하느라 / 진짜사나이, 공작원은 고장난 기계 지키느라 / 길은 인성교육 받느라
중간에 점돌이는 접견을 갔다오기도..) 12명
(사진출처 네이버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