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교도소 문화예술 프로그램_ 열 네번째 시간
열 네번째 시간
*시간 : 2010. 6.15. 화.
*장소 : 영등포 교도소 대강당
*주최 :사단법인 행복공장
*주관 :사단법인 행복공장 / 억압받는 사람들의 연극 공간-해
*참가자 : 바람(노지향/주강사), 엄지(김현정/보조강사), 함께라면(권용석/행복공장 대표), 펭 귄(전행오/행복공장 사무국장)
와보노, 오뚜기, 곰, 별바라기, 진짜사나이, 북파공작원, 날으는 점돌이, 희망, 대감마님, 북두칠성, 넌누구냐, 소, 꼴통, 미카엘
자매결연 시간 - 김영욱 신부님, 호인수 신부님,
기록- 엄지
이른 아침부터 습기를 머금은 햇살이 뜨겁다. 연극발표를 한주 앞둔 시간. 자매가 같이 있는 날이라 연극수업시간이 조금 일찍 시작되었다. 강당에 미리 대기하고 있는 참가자들. 혹 이번주부터 못나올 수도 있다던 넌누구냐가 환한 웃음으로 맞아주었다. 그리고 아마도 다음 발표시간때까지 같이 할 수도 있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려주었다.
발표준비를 위해 가져온 기타들이 장의자 위에 누워있었다. 점돌이가 주축이 되어 마지막날 참가자들의 발표내용이 계획되어 있었다. 1주일간의 안부를 나누는 시간의 주된 화제는 어제 있었던 한국 대 그리스의 월드컵 축구경기였다. 한국선수들의 선전을 이야기하고 그 때문에 덕을 본 사람들이 화제가 되었고, 한국외의 다른 나라 시합들은 동시간대에 온전히 시청할 수 없음을 아쉬워했다.
오늘은 연극발표준비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날이었지만, “그래도 얼음땡은 하고 시작해야겠지요?”라는 바람의 말에, 참가자들은 얼음땡이 무슨 마법의 주문 같다며 그 제안에 동의했다. 열심히 얼음땡을 하며 몸을 푼 후에 목도 푼다는 의도에서 발표날 부르기로 했던 ‘해변으로 가요’를 전자기타, 드럼반주에 맞춰 합창했는데, 그 소리가 너무 커서 곧 제재를 받았다. 오전 다름 업무를 보는 사람들에게 방해를 줄 수 있다는 주임님의 우려였다. 악기반주와 노래연습은 자매시간으로 미루고 곧 두팀으로 나눠서 각 팀의 연극발표를 준비했다.
<비행기 후진 돼? 안돼?>라는제목으로 두개 방 사람들의 소내 생활에서 문제가 되는 상황을 보여주자는 컨셉이었다. 신입단기수와 기존장기수와의 갈등을 다루는 팀에서는 점돌이와 진짜 사나이가 주축이 되어 연극내용을 정리해왔는데, 그 각본에 의해 지금까지의 연극내용에서 등장하지 않았던 ‘김양’이라는 새로운 인물이 엄지에게 맡겨졌다. 각 팀이 각각 간단하게 연습을 해본 후,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고, 그 결과 각 팀의 내용을 좀더 속도감있고 명료하게 진행하고, 중복되는 내용 등은 삭제하는 방향으로 수정되었다. |
오늘 연극발표시간에는 새로운 관객도 참석했는데, 인천, 부천교구의 두 분 신부님과 행복공장의 기획팀장이 그 주인공이다. 다음주 공연발표시간에 참석이 어려운 두분 신부님께서 자매가 있는 오늘 미완성 상태이지만 연극도 살짝 보시고, 자매시간도 같이 나누려고 오신 것이다. 연극참가자들은 객석에 앉아있는 두 남자의 정체가 신부라는 사실에 반가와하는 기색을 보였다. 천주교 신자도 많고, 천주교 발표에도 익숙해져 있는 덕이리라.
무대 위 연습을 마무리하고 곧 자매의 시간이 이어졌다. 자매 시간에 처음 등장한 샌드위치가 가장 인기가 좋았고, 커다란 플라스틱통 하나 가득 담겨온 시원하고 새빨간 수박도 인기가 좋았다. 두분 신부님은 연극을 잘 보았다는 인사와 편하게 대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셨고, 연극할 때 목소리를 좀더 키웠으면 좋겠다는 당부도 해주셨다.
미카엘의 드럼연주와 점돌이의 키보드, 진짜사나이와 희망의 전자 기타 연주를 배경으로 천주교 성가책에 부록으로 담겨있는 옛 유행가들을 흥겹게 합창하는 시간을 가졌다. 연주자들은 어떤 추천곡이 나와도 주저함없이 멋진 연주를 선보였다. 원하는 사람은 연주자들 곁에서 마이크를 들고 같이 노래하기도 하였다. 같이 노래하고, 박수치고, 책상을 북삼아 장단도 맞추고 그렇게 흥겨우면서도 아쉬운 시간을 같이 보내다가 다음주 합창곡인 ‘해변으로 가요’를 마지막으로 합창한 후 다음시간을 기약하며 강당을 나섰다.
끝을 향해 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