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교도소 문화예술 프로그램_ 여섯 번째 시간
♣ 여섯 번째 시간
*시간 : 2010. 4. 13. 화.
*장소 : 영등포 교도소 대강당
*주최 :사단법인 행복공장
*주관 :사단법인 행복공장 / 억압받는 사람들의 연극 공간-해
*참가자 : 바람(노지향/주강사), 엄지(김현정/보조강사), 함께라면(권용석/행복공장 대표), 펭 귄(전행오/행복공장 사무국장)
와보노, 오뚜기, 곰, 별바라기, 진짜사나이, 북파공작원, 미카엘, 날으는 점돌이, 꼴통, 희망, 소, 대감마님, 북두칠성, 넌누구냐(이상 재소자 총14명)
정리 - 엄지(김현정/ 한양대학교 예술학부 연극전공 겸임교수)
4월 중순이라는 날짜가 무색하게 차가운 강풍이 불어대는 날. 날짜 상 봄이어야 한다는 기대감과 습관으로 체감온도는 한층 더 저점을 찍다. 서울 어디에서는 눈도 내렸다는..
원으로 둘러앉아 안부나누기와 나를 행복하기 위한 숙제점검에서 참가자 대부분이 나의 일상의 6개 그래프를 변형시키겠다고 결심했던 것들을 의식적으로 실천하려고 노력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본격적 몸풀기 프로그램으로 진행된 빈대얼음땡 은 고조된 긴장감과 웃음으로 진행되었다. 북파공작원은 술래 앞으로 다른 사람들을 밀어내는 장난을 치다가 자신이 술래가 되기도 하였고, 곰과 희망이 술래로 자주 걸렸다. 마지막에 곰이 모두를 아웃시키는 술래역할을 했는데, 땀이 나고 지칠 때까지 했다. 땀이 식기도 전에 곧이어 진행된 이미지 릴레이. 바람이 엄지와 손을 잡고 간단하게 시범을 보이자, 어렵다, 모르겠다, 이상하다..라는 반응들이 나왔다. 계속 넌누구냐 가 잘 모르겠다고 하자, 그 짝인 곰과 같이 원중앙에서 직접 해보도록 하였고, 이제야 사람들은 잘 알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두명씩 짝을 이루어 진행된 이미지 릴레이에서는 주로 서로 때리고 찌르고, 쳐다보고 하는 포즈가 많이 나왔지만, 4인1조로 진행자가 불러주는 단어의 이미지로 동작을 하는 과정에서 점차 다양한 모양들이 많이 표현되었다. 마지막에 나의 꿈을 몸으로 표현해보고 그 내용을 여러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그 내용으로 아기아빠, 주식거래, 땅거래, 부동산업자, 등산, 여행, 음악연주 등등이 나왔다. 곧이어 두팀으로 나누어 소내 생활에서 힘든 일들을 소재로 한 연극만들기를 실시하였다. 연극소재를 찾기 위해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교도소에서는 사소한 일로 감정이 상하고 분쟁이 나는 경우가 많고, 몸이 아플 때가 많이 힘들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두 팀은 각각 <꼴통의 하루>, <비행기로 후진을 하나요?>라는 제목으로 연극발표를 하였다. 두 연극 모두 누구 특정한 개인의 이야기라기보다는 모두가 공감하고 겪을 수 있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로 구성되었다.
<꼴통의 하루>
면회온 아버지에게 자신을 잊고 살라는 모진 말을 하고 맘이 안좋아서 방으로 들어오는 아들. 방에서도, 공장에서도 고참들에게 자꾸 시비가 걸린다. 계속 사람들 사이를 이간질하고, 험담하고, 말을 옮기는 사람, 교도관과의 마찰이 재미있게 표현되었다.
<비행기도 후진이 되나요?>
같은 방. 화장실에서 오랜시간 용변을 보고 있는 사람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원성이 높다. 이때 두사람(곰과 넌누구냐)은 비행기가 후진이 되는가의 문제를 놓고 다투기 시작하고, 그에 대한 사람들의 의견이 갈리게 된다. 운동 시간에 족구를 하면서도, 비행기 후진 문제, 용변 문제로 감정이 상해있던 사람들은 계속 민감하게 부딪치고, 급기야 운동 후 방에 들어와 싸움이 붙게 된다. 싸운 두사람은 징계방에 가게 되고 남은 사람들은 방이 넓어져서 좋다며, 서로 잘 지내자고 파이팅으로 장면 마무리.
연습시간이 별로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참가자들은 즉석에서 이야기된 장면에 살을 붙여 즉흥적으로 재미있는 장면들을 만들어 보여주었다. 힘든 상황에 대한 장면이었지만 유모와 재치, 기발함과 순발력이 발휘되어 많이 웃으면서 공감하면서 감탄하면서 볼 수 있었다. 짤막한 공연 후 보는 사람, 만든 사람 모두가 열심히 뿌듯해하며 박수를 쳤다.
강당을 나와 헤어져 줄맞춰 방으로 돌아가면서 오늘도 미카엘과 곰은 강사들을 향해 계속 두손을 흔들고 두손으로 머리위에 하트모양을 만들어 보이면서 시야에서 멀어졌다. 우리도 계속 손을 흔들어주었다. 즐거운 다음의 만남을 기약하는 헤어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