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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E MONDE diplomatique 한국판 2013년 3월 호의 한 기사를 소개합니다.

(글-한주연 / <한겨레> 베를린 통신원)

 

등록금 전면 폐지 이끈 독일 시민 청원운동

 

 

 "바이에른에도 좋고, 독일에도 좋다." 바이에른 주정부가 등록금 폐지안 통과에 합의하자 독일 일간 <주드도이체차이퉁>이 내놓은 논평이다.

 독일 대학등록금이 전면 폐지된다. 이로써 독일에서 무상교육의 원칙은 앞으로 쉽게 건드릴 수 없는 성역이 될 것이다. 대학등록금 폐지는 오랜 세월 많은 논란을 일으켰지만, 독일 국민 대다수가 동의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특히 바이에른의 등록금 폐지에 대한 국민청원은 시민운동의 힘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시작은 2011년 8월이었다. 바이에른주 해적당이 대학등록금 폐지 국민청원 발의로 불을 댕겼다. 이에 사회민주당(사민당. SPD), 자유선거인(FW), 독일생태당(ODP)이 합세했다. 바이에른주의 사민당, 녹색당 등 야당과 시민단체가 연합해 작년 6월 바이에른 지방정부 내무부에 본격적으로 대학등록금에 반대하는 국민청원을 신청했다.

 

 이 국민청원 운동은 바이에른 주민들의 큰 호응을 얻어, 지난 1월 말 대학등록금에 반대하는 96개 지방선거구와 서명 135만개를 모아 접수했다. 이 기세로 오는 5월이나 9월에 주민투표를 하면 어차피 대학등록금이 폐지될 형국이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이에른 주민의 72%가 등록금 폐지에 찬성한다. 지난 2월 24일 바이에른주 집권당인 기독교사회연합(기사련. CSU)과 자유민주당(자민당. FDP)은 대학등록금 폐지안을 의회에 통과시킬 것을 합의했다.

 

 

 

'보수본향' 바이에른의 선택

 바이에른주는 사민당이나 녹색당이 한 번도 정권을 잡아보지 못한 보수적 성향이 강한 지역이다. 게다가 경제력이나 인구 규모가 큰 바이에른은 다른 지역보다 지방색이 매우 강해서 그 지역만의 정당인 기사련을 갖고 있다. 기독교민주연합(기사련. CDU)과 자매 정당인 바이에른 보수정당 기사련은 1970년부터 2003년까지 50%를 넘는 지지율을 얻으며, 바이에른에서 무소불위의 막강한 힘을 갖고 있었다.

 

 그러다 2008년 지방선거에서는 43.4%의 지지율을 얻으며, 위기를 맞았다. 과반수를 얻지 못해 자민당과 연정으로 집권하게 된 것은 기사련에 위기이자 시련이다. 그래서 기사련은 2003년 60%의 지지율에 비해 2008년 40%대로 크게 떨어진 지지율을 만회하기 위해 주민의 눈치를 봐야 한다. 곧 9월 독일 총선과 함께 바이에른 주선거도 있기 때문이다. 기사련의 집요한 설득 끝에 마침내 끝까지 대학등록금 폐지 반대 입장을 보이던 자민당도 백기를 들었다.

 

 지난 2월 25일 독일 주간 <슈피겔>에 따르면, 기사련과 자민당이 대학등록금 폐지안을 바이에른 주의회에 통과시키기로 합의를 보았따. 주민투표를 하기도 전에 국민청원 운동과 여론의 기세에 눌려 등록금 폐지 의지가 관철된 것이다. 이제 바이에른주는 겨울학기가 시작되는 10월에 대학등록금이 폐지된다. 지난 1월 20일 사민당-녹색당 연정정부가 집권하게 된 니더작센주도 등록금을 늦어도 내년부터 폐지할 것을 공표했다. 이로써 바이에른주는 등록금 폐지 순서에서 꼴지는 면할 수 있게 됐다.

 

 

 

독일 대학등록금 폐지와 부활의 역사

 독일에서 대학등록금이 도입된 것은 오래지 않다. 1970년 등록금이 전면 폐지된 이래 독일 대학기본법에선 등록금징수를 금지했다. 2000년대 초 독일 연방정부가 진보적인 사민당과 녹색당이 연정하여 집권했을 때 대부분의 지방정부엔 보수적이며, 경제자유적 성향의 기민련.자민당 정권이 들어섰다.

 

 대학교육 재정이 악화되고, 전체 독일 대학생의 평균 재학기간이 길어지자 점차 한 학기 500유로에 상당하는 대학등록금 징수에 대한 논쟁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2002년 기민련이 집권하던 지방정부들은 대학기본법의 등록금 징수 금지 항목에 대해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이 항목이 지방정부의 자치권을 침해한다는 명목이었다. 그런데 2005년 헌법재판소가 지방정부 자치권에 손을 들어주면서 대학등록금 징수여부는 각 지방정부의 재량에 맡겼다.

 

 이로써 2007년부터 동독 지역과 베를린을 제외한 독일 대학생의 70%가 등록금을 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당시 이를 막기 위해 대학생들은 수업 거부, 거리시위, 추운 겨울 나체 시위까지 감행하며 격렬하게 저항했다. 그럼에도 독일 대학의 등록금 도입은 점점 더 확대되는 듯했다.

 

 그런데 앙겔라 메르켈 정부 집권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이번엔 지방정부들이 기민련 정부에서 점차 진보적 성향의 사민당-녹색당 정부로 바뀌기 시작했다. 가령 전통적 보수 성향의 바덴뷔르템베르크주는 환경을 파괴하는 거대 건설 프로젝트 '슈투트가르트21'을 반대하는 시민운동에 힘입어 2011년 지방선거에서 독일 역사상 최초로 녹색당 출신 주총리를 탄생시켰다. 그전까지 바덴뷔르템베르크주는 기민련의 아성인 것을 생각하면 획기적이었다. 2007년 독일에서 가장 먼저 대학등록금을 징수하기 시작했던 바덴부르템베르크주는 사민당-녹색당 연정정부로 바뀌자마자 등록금 폐지를 추진했다.

 

 단, 브레멘.라인란트팔츠.튀링겐.바덴뷔르템베르크 주에서는 대학에서 첫 번째 전공을 끝까지 공부한 뒤 다른 전공을 다시 시작하거나, 정해진 기간 안에 졸업하지 못할 경우 등록금을 징수한다. 이렇듯 독일은 지방정부가 자치적으로 교육행정을 떠맡고 있어서 주마다 교육정책, 행정방식 등이 상이하다. 또 엄밀하게 말하면 독일 대학교육이 완전 무상교육은 아니었다. 등록금 말고 대학에 한 학기당 각 주에 따라 50~200유로가량의 학생회비를 내야 한다. 이는 교통비, 행정, 학생회비를 포함한다.

 

 

 

뜨거운 찬반 논쟁

 이번에 새로 임명된 독일연방 교육부장관 요한나 방카는 대학등록금 징수에 찬성한다. 하지만 그가 대학등록금 폐지를 막는 것을 불가능하다. 대학등록금 징수 여부는 지방정부 소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수년간 논쟁이 되고 있는 대학등록금에 대한 차반 논쟁의 논거는 무엇일까?

 

 "대학등록금 폐지는 기회 균등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이득이다. 미래에는 더 많은 대학 졸업생 일꾼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학은 모든 계층에 문을 개방해야 한다"고 독일노동조합연합(DGB) 교육분과장 마티아스 안불은 주장한다. 대학정보시스템(HIS)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2008년 2만6천 명의 인문계 고등학교 졸업생들이 등록금 때문에 대학에 진학하지 못했다. 등록금은 특히 저학력층 가정의 자녀들이나 직업학교를 그만둔 학생들이 대학을 진학할 때 걸리는 문제였다. 반면 대졸 이상 고학력층 가정 자녀들의 대학 진학은 감소하지 않았다.

 

 대학등록금 폐지를 반대하는 쪽은 대학 재정 부족을 지적한다. 대학총장위원회장 호르스트 히플러는 주간 <차이트>에서 "지금 등록금이 폐지되더라도 몇 년 후 등록금 도입 논쟁이 다시 고개를 들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근본 문제는 대학 재정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대학생 수는 늘고 지방정부의 교육 치출은 정체되었다. 등록금은 이런 재정을 채워주는 중요한 소득원이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바이에른 학생연합회장 프란치스카 트라우베는 주간<차이트>와의 인터뷰에서 "국가는 한정된 재정을 갖고 있지만, 교육은 핵심 과제다. 그래서 교육에 우선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등록금은 저소득층에 타격을 준다. 저소득층 자녀들이 경제적 위험을 무릅쓰고 대학에 진학하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최근 교육부 장관으로 취임한 요한나 방카와 대학총장연합회장 히플러는 대학등록금 징수가 오히려 사회적으로 공정하다고 주장한다. 등록금이 폐지된다면 대학 재정을 완전히 세금에 의지해야 하는데, 이는 앞으로 고소득층이될 대학생들을 대학에 다니지 못한 노동자와 서민들의 세금으로 지원하는 것이 되므로 불공평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독일은 초등학교 5학년부터 인문학교와 실업학교로 조기 분리된다. 이 때문에 교육을 통하 ㄴ계층 간 이동이 매우 적다. 즉 저학력.저소득 계층 출신이 대학에 진학하는 비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낮다. 독일학생후생복지기관(Studentenwerk)의 보고에 따르면, 저학력.저소득 계층 출신은 100명 중 24명이 대학을 진학하는 반면, 고소득.고학력 계층 출신은 100명 중 71명이 대학에 진학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연구가 안드레아스 슐라이허는 "대학 교육으로 이득을 보는 이들은,  나중에 사회에 재정적으로 기여해야 한다. 가령 북유럽과 같은 모델이 바람직하다. 스웨덴과 핀란드는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무상교육이지만 나중에 고소득 직장을 얻게 되면 그만큼 세금을 많이 낸다"고 지적한다.

 

 독일 국민은 등록금 폐지안에 대다수가 동의한다. 보수성향인 바이에른 지방에서도 국민청원을 통해 성곡적으로 등록금 폐지안을 관철했다. 하지만 과연 독일 지방정부들은 등록금 없이 대학 재정을 감당해낼 수 있을까? 몇몇 전문가가 예언한 것처럼 몇 년 후 대학등록금 징수에 관한 논란이 슬금슬금 고개를 드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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